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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선생님」
22년간 교직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열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괴짜 고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야기.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디딘 곳, 이상을 불태우며 기존의 가치관과 싸웠던 곳,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 44세의 고등학교 국어교사 라이언 선생님. '오랜 교사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자'고 결심한다. 라이언 선생은 병이 된 가려움증과 교사로서의 문제를 안고 고민하다 마침내 가발을 벗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등교거부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라이언 선생님은 자신이 사자갈기 같은 머리(가발)에 집착하면서 자기를 옥죄어 왔다는 것을 깨닫고, 그 같은 ‘장치’를 벗어버려도 여전히 학생을 향한 마음과 교사로서의 철학은 그대로임을 확인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선생이 학생한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좋아하게 됐다’는 말입니다. 고문법이든, 영어든, 수학이든, 선생은 그 과목을 싫어하던 학생이 흥미를 갖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비록 성적이 오르지 않더라도 그 과목이 덕분에 좋아졌다면, 그것이 선생에겐 가장 큰 보람입니다. 학교라는 장소가 그들에게 좋은 곳, 돌아가고 싶은 장소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리해고로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무용지물 취급을 받는 40대 중반 가장의 허무하고 억울한 마음과 그 아들의 삶과 교육에 대한 비아냥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안고 있는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보잘것없다 해도 우리가 살아온 날들의 가치를 믿는 한, 우리가 정성을 다해 엮어 온 삶이 결코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라이언 선생이 교사로서의 철학과 긍지를 잃지 않는 한 훌륭한 교사로 설 수 있는 것처럼.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30대 후반의 교사가 중학교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22년 만에 동창들과 재회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 어느 날 수업 도중 문득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 무렵 중학교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중학시절 친구 세 명을 만난다.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에 맘 편히 지내지 못하는 아다치와 시미즈, 그리고 첫사랑인 유미. 직장, 가정, 부모 자식간의 관계, 교사로서의 고뇌, 가족 등 내달리듯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과 추억으로의 여행이 교차되면서 누구나 안고 살아갈 법한 갈등과 씁쓸함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작가를 ‘비범한 생활관찰자’라 부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내용으로 보면 인생의 절반을 부지런히 달려온 3, 40대의 가슴을 싸- 하게 만들면서 3,40대의 감성으로 공감할 만한 소설이다. 어느 날 문득 드는 마음, 어디론가 안온한 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 어린 심정과, 시간이 정지한 그 곳에서 잠시라도 편안히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심정을 ‘알아주는’ 듯한 소설이다. 눈 덮인 먼 산등성이. 노을 진 하늘. 모닥불. 인적 없는 중학교 운동장. 야구공 하나가 그물망에 박혀 있는 야구 네트. 사당. 신사 정문에 얹힌 조약돌. 벽에 그려진 커플 그림 낙서. 빨간 장화를 신고 과자 상자를 든 어린 계집아이. 얇게 얼음이 깔린 연못. ‘시내’의 전당포 광고판이 붙은 전신주. 하라다 상회 가게 앞에 있던, 10엔짜리만 사용해야 하는 공중전화. 끈 달린 벙어리장갑을 낀 꼬마. 아다치가 아는 척을 하며 황새라고 우기던 백로가 날아오른 여울. 우리들은 여기 있다. 먼 옛날, 이곳이 우리 모두의 둥지였다. (……) 한쪽의 말만 듣고 단순히 동정을 하거나 열을 내던 젊은 시절이, 그립다. 나이를 먹고 세상살이와 사람들의 이런저런 일들을 알게 됨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기울지 못하고 중립적인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늘었다. 아이들 말마따나 우리는 역시 허수아비인가보다. 추억의 정거장에 머문다는 것,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현실 도피나 회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이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을 정화하고 다시금 길을 떠날 수 있는 채비를 갖춘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미래」 집단 따돌림과 자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소년범죄와 집단따돌림을 둘러싼 가해자, 피해자, 유족들, 죽지 않고 남은 자들의 입장이 다양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상처 받은 자와 상처 주는 자의 경계가 묘하게 얽히면서 누구든 본의 아니게 어느 쪽의 입장도 될 수 있으며, 그렇기에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일찍 생을 마감해 ‘미래’를 손에 쥐지 못한 친구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앞으로 열려 있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