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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단한 행복
조은일
아르고스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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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외롭다고 말하지 마 ― 나이듦에 대하여
나의 죽음과 무덤에 대한 생각
남자랑 자고 싶다
치매에 대한 나의 생각
몸무게
공부는 오십부터
비몽사몽
외롭다고 말하지 마
바다
늙어가는 속도
한국의 가족학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2 피가 뜨거운 여자 ― 열정에 대하여
피가 뜨거운 여자
비위가 나빠요
가지 마, 가지 마, 돌아와, 돌아와~
부끄러워서 어뜨케 말하냐
내가 영부인이 된 사연
바람~ 바람~ 바람~
산책길 지킴이
래프팅
여행과 나
월수입이 얼마나 되세요
사상 최대의 쇼

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일상에 대하여
밥그릇
나무 젓가락
그 남자의 멸치볶음
투명한 유리 주전자
김장철_
일요일
쪽이불
집에서 놀기
항동의 칸트 ― 산책1
약수터 ― 산책2
기찻길 ― 산책3
조각가의 집 ― 산책4
주워온 작품 ― 산책5
7월 3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묘한 가풍
진실
이름과 아이디
아내 바꾸기
공간 욕구
전원주택
우리들의 편견에 대해서

4 딸 같은 옴마, 엄마 같은 딸씨 ― 자식에 대하여
3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
딸씨와의 여행
버스 & 군산반도
여름 가족휴가
연포
대박 꿈을 꾸고
딸씨와의 산책
어머니날
보청기
바텐더가 되고 싶어요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
모녀들의 식탁
둘이 산다는 것
중매
으흑흑~ 인생
한 동네 세 가족 시대

저자 소개

저자 : 조은일
저자는 1949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차를 마시면서 호젓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과 생계 수단으로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글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최초로 홍대 앞에 북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쓴 <빵점엄마 백점일기> 세 권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로, 또 자유로운 육아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빵점엄마 백점일기> 1, 2, 3권은 LA신문인 <코리안 뉴스>에 인기리에 연재되어 한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첫 책인 <빵점엄마 백점일기>가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의 아이들 이야기라면 <작고 단단한 행복>은 다 자라 독립한 자식들과 이제는 나이가 든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과 세상과 시간과 자식들과의 관계를 원숙하게 풀어낸 이 책은 일상에서 찾아낸 예리한 관찰과 깊은 사색의 결과물이다. 자식에게 얽매이지 않고, 세월에 얽매이지 않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군더더기를 버리고 가뿐하게 살자 한다. 홀가분하게 자기 삶을 누리라 한다.
저서로 <빵점엄마 백점일기> 1, 2, 3과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신촌노트>, <가끔은 원시인처럼 살자>, <항동에 냉이꽃이 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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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40g | 152*208*20mm
ISBN13
9788991493100

책 속으로

언제나 독한 슬픔과 독한 아픔을, 도리어 유머나 우스개로 극복하던 아이들. 미국에서 아들이 이사를 마친 날, 서울의 우리도 너무 기쁘고 피곤해서(마음으로 이사 함께 하느라고) 딸씨와 함께 사우나에 갔다. 정해진 자리에서 목욕하던 나는 이 딸씨가 너무 피곤해서 어디 가서 뻗어 버렸나 하고 딸을 찾아 나섰다. 요즘 목욕탕은 로마 경기장만큼 넓어서 사람 찾기 쉽지 않다. 넓은 욕탕을 돌고 있는데 뒤에서 쿡 찌르며 나타난 딸씨.
되게 예쁜 여자가 지나가는 거야. 그래서 보니까 옴마야…….
그랬나.
점잖게 긍정하며 놈의 손을 꼭 잡으니 눈물이 나려 한다. 예순 가까운 엄마에게 그렇게씩이나 말해 줄 줄 아는 멋진 딸씨. 난 이제 죽어도 좋다 했더니 누리며 살아야지 점잖게 응수하던 딸씨. 이즈음 나의 심경은 바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다. 이 감사의 깊이는 어제의 아픔의 골과 비례할 것이다.

--- p.154

나의 사추기에 가을까지 겹쳐서 쇼킹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집을 가도 시원찮을 과년한 딸이 느닷없이 바텐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나저나 어쩌자고 딸내미는 바텐더가 되고 싶다는 것일까 내 상식으로 바텐더하면 떠오르는 것은 술, 여자, 밤이었다.
그건 옴마 시절 얘기지.
아주 간단하다. 아무리 시절이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직업에 편견이 없다고 양보하려 해도 ― 내 아무리 진보한 옴마라 해도 ― 정말이지 머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딸씨는 우리 집에서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다. 딸씨의 굽힐 줄 모르는 자기 주장, 그리고 꺾이지 않는 긍지. 그러나 내 항변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큰놈도 거들고 나섰다. 편견이 전혀 없는 큰넘. 이 놈은 막내가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내가 사정해 보았다.
큰넘아, 네가 좀 타일러 봐라. 한 학기 남기고 이럴 수가 있느냐 네가 좀 설득시켜.
그랬더니 자기의 가슴을 엄지로 콕콕 찌르면서 내가 다녀봤잖아. 밍이 뜻을 존중하자는 거였다.

--- p.235

아득히 휘어진 철도를 따라 침목을 세면서 걸어 보았다. 침목과 침목 사이는 약 8~70센티미터니까 약 700미터 구간이다. 그 700미터 철도 코스에서는 뛴다. 간격이 좁아서 종종걸음 뛰기가 된다. 거의 줄넘기 수준이다. 즉 줄넘기를 천 번 정도 하는 셈이 된다. 산책 코스에 줄넘기 시간을 넣게 되자 더욱 즐거워졌다. 철길은 뛰기 코스이며, 바로 줄넘기 수준의 운동 코스가 되는 셈이다. 이 줄넘기 코스에서 심장의 박동을 최고로 높여주지 않으면 운동의 쾌감이 없다. 짧고 격렬하게!
어떤 목적을 부여하니까 철길은 훨씬 값진 코스로 탄생하게 되었다. 전에는 그냥 낭만적 원근법이 좋았지만, 거기에 박자와 율동을 넣어 체력 단련을 첨가한 것이다. 나는 이 구간이 참 좋다.

--- p.139

출판사 리뷰

엄마는 강해야만 하는가

엄마, 오늘 뭐하고 싶어
…… 남자랑 자고 싶어.
이 엄마 눈에서 주루루룩 넘쳐버린 눈물. 나는 그만 큰넘 품안에서 울어버렸다. 절망이었다. 들켜버린 절망! 왜 엄마는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할까 엄마가 약하면 이 넘들도 약하게 자랄 것이라는 두려움. 그건 절망이었다. 필사적으로 눈물을 삼키려니 독한 사자의 신음이 그러할까
갱년기라 이래…….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이런 때가 있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변명 아닌가 아무 말 안 해도 좋을걸.
엄마, 그냥 우리한테 다 맡겨버려. 걱정하지 말라고. 알았지
지난 한 달여, 아부지 같은 품, 오마니 같은 품이 그리워서 자궁 속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면서 정말로 남자랑 자고 싶었다. 단지…… 그랬다.

엄마는 왜 강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저자는 이제는 늙고 힘없어진 육체에 얹혀진 엄마라는 마음의 짐을 다 자란 자식들 앞에 덤덤하게 내려놓는다. 그 엄마에 그 아이들이라고 말없이 그 짐을 나눠지는 아이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담담하게 오십이 넘은 엄마도 한 여자임을, 꿈 많은 인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에게 가장 행복한 나이

저자와 두 딸은 같은 빌라 단지 내에서 따로 산다. 서로의 사생활은 최대한 보장되면서 가장 의지가 되는 거리에서 각자의 집이 있는 것이다.
저자에게 자식은 친구처럼 동등한 인격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자식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깔려 있다. 일례로, 세상에 어느 부모가 엄마, 나 동거할게요라는 딸의 말을 선뜻 받아들일까. 그러나 저자는 이마저도 받아들인다. 엄마는 아이들을 신뢰하고 자식들은 성숙하므로 엄마의 삶도 편안하다.
엄마인 저자 또한 자식에게 얽매이지 않는다. 바로 자신의 꿈이 있고 자신의 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그것을 안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한 뉴스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이를 57세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식을 독립시키고 은퇴 후 여유 자금이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57세는 아직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식들에게 얽매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변변한 노후 대책마저 없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부담스런 관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 책은 다 큰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꿈과 사는 재미를 마냥 덮어두고 사는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의 한탄에 대한 유쾌한 반론이기도 하다.

자족 + 건강한 관계맺기 또는 얽매이지 않기 = 행복

오십대 중반을 넘어선 저자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하나뿐인 아들은 20년 넘게 만성 류머티즘으로 사경을 헤맸으며, 남편과도 가장 힘들 때 해혼의 과정을 밟았다. 전화요금도 내지 못할 만큼 극빈자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고 그 감사의 깊이는 어제의 아픔의 골과 비례한다고 쓰고 있다.
책에 드러나는 저자의 행복은 바로 자족에서 비롯된다. 너나없이 힘들다고 하지만 자족이야말로 인생의 풍요를 보장하는 유일한 키워드가 아닐까 자족할 수 있으므로 저자는 군더더기를 버리고 헐렁한 여백으로 가뿐하게 살자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자족하는 삶은 건강한 건강한 관계맺기로 연결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자식을 동등한 주체로 받아들이는 자식과의 관계, 제도와 관습편견에 저항하는 세상과의 관계,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월과의 관계 등 이상적인 관계맺기다.
이런 관계맺기는 한편으로 얽매이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저자의 의지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얽매이지 않고, 세월에 얽매이지 않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자유로부터 자신을 다스리는 성찰과 열정,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탄하며 즐기는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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