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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점, 단점
2. 여우와 곰 3. 내가 모르는 것 4. 삼겹살 콘서트 5. 당신은 웬수 6. 아군, 적군 7. 뽀뽀 각서 8. 사랑해 9. 친정엄마 10. 여보, 고마워 11. 답장 12.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13. 기억 저편 14. 한 숟갈 15. 나의 솔직한 심정 16. 미역국 17. 여보세요? 18. 10년만 살아봐 19. 다시 태어나면 20. 남편이 잠 못 드는 이유 21. 당신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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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포기하고 살려고도 해봤고, 서로 어디까지 양보를 하자고 합의도 해봤지만 한 번 천성이 그렇고, 남자와 여자의 사고 자체가 다르니 착착 입에 맞게 맞춰 사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처녀 때 가졌던 결혼에 대한 환상. 팍싹 작살내 버리고 현실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과감히 실수를 저질러 보았다. 아내들이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편에게 허점을 보여주면 남편은 그걸 메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 p. 28
부부는 누가 잘나고 누가 못난 것이 아니다. 부부는 서로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보완하고 균형을 맞춰서 하나가 되는 것이지, 못난 반쪽, 잘난 반쪽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분명 아내에게 모자란 부분은 남편이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남편에게 모자란 부분은 아내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나게 되어 있는 게 부부다. --- p. 33 “자기 졸았지? 계속 눈 감고 있더라.” “졸기는……. 야, 음악 감상을 눈 뜨고 하냐? 눈 감고 음미하는 거지.” “피, 거짓말. 자기 존 거 다 알아.” “이 사람 보게……. 나이가 드니까 체질도 바뀌나 봐. 음악 좋아하는 체질로. 나 안 졸고 다 들었다니까.” “진짜? 그럼 오늘 콘서트 어땠어?” “아, 삼겹살 자알 먹었다!” “푸하하. 자기한테 오늘 콘서트는 음악이고 나발이고 그저 삼겹살, 삼겹살 콘서트였구나?” “먹는 게 남는 거야. 이 집 문 닫을까 봐 조마조마해서 졸리지도 않더라.” 동상이몽. 남편과 나는 그날 콘서트에서 음악을 들으며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누리는 정신적인 사치에 다시 한 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꿈꿨고, 남편은 내내 음악을 들으며 빨리 끝나야 삼겹살 먹으러 갈 텐데, 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부부는 한 침대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 그렇다고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뭐든 같이해야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고, 그 자체를 인정해 주는 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아닐까? --- p. 57 부부는 서로 흉을 들춰내고, 잘못한 것을 파헤쳐서 배우자가 바른 생활의 사람이 되게 노력해 주는 역할보다는 비록 내 반쪽이 어디 가서 못난 짓을 하고 왔더라도 감싸주고, 위로해 주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바른 가르침이나 깨우침은 그 후에 해도 충분하다. 그 순서에 따라 내 반쪽이 나를 영원한 아군이라고 믿을 수도 있고, 영원한 적군 수준을 너머 ‘이 웬수!’가 될 수도 있다. 결혼한 사람들은 흔히 농담처럼 말한다. 결혼 생활은 도 닦는 거라고. 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소한 데서 깨우치고 함께 부부 도인이 되는 것이다. 통 안의 뾰족한 돌 두 개. 서로 부딪혀 시끄럽고, 깨지고. 그뿐인가. 누가 장난삼아 내리막길에 그 통을 놓고 발로 차기라도 하면 통 안의 돌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굴러가야 한다. 통 안의 돌 두 개가 서로 상의하여 보이지 않는 바깥세상을 향해 힘을 합쳐 이리저리 통을 굴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그 돌들은 어느새 뾰족한 부분이 다 없어지고 둥글둥글 비슷한 모양의 돌이 되어 있다. 그래서 부부는 닮는 것인가 보다. ---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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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남편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아내의 유쾌한 부부 에세이 “여보, 고마워”
듬직하니 말수 없는 서울 토박이 남자와 밝고 말수 많은 정읍 출신 여자의 결혼 생활은 그 태생적 차이만큼이나 순탄치 않다. 시댁의 반대를 딛고 어렵게 한 결혼, 신혼 시절까지만 해도 남편의 말수 없음이 유쾌한 농담의 소재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그 말없음이 지긋지긋하여 아내는 “못 살아. 못 살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내는 결심한다. 처녀 시절 꿈꾸었던 결혼에 대한 멋지고 예쁜 환상 팍싹 작살내고 현실에 눈뜨기로, 기대치를 대폭 낮추기로, 스스로 모자란 부분은 과감히 드러내어 도움을 청하기로! 아내가 모든 가정일을 혼자 완벽하게 해내야만 가정이 화목해지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많이 가진 부분은 아내에게 덜어주고, 남편에게 모자란 부분은 아내가 채워줄 때 지금보다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다. 가령 다림질 같은 경우, 남편 옷을 다림질하면서 아깝더라도 한번 태워보라. 남편이 절대 다림질 안 맡기고 자기가 한다. 그럴 때 아내는 옆에서 ‘치, 얼마나 잘 다리나 보자.’ 하지 말고 대신, “어머, 자기 진짜 다림질 잘한다. 세탁소해도 되겠어.”라고 해주면 으쓱한 남편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다림질로 줄 세우는 데 선수였다는 둥 별명이 칼날이었다는 둥 자랑을 해대면서 “당신 것도 다릴 거 있으면 갖고 와. 내가 다 다려줄게.”할 것이다.(p,22 여우와 곰 中) 이렇듯 어느 한편이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다. 유머러스한 방법이든 진지한 방법이든 상대방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낼 때, 가정은 더욱 화목해지고 행복해진다. 억대의 빚을 지고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작가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도, 6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묵묵히 남편을 도와주는 이유도, 모두 “부부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남편 대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아내가 한발 더 뛰고,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곁눈질하지 않고, 주어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 이것이 이 부부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구분 짓지 않을 때,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할 때,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차이를 인정하여 행복을 되찾은 이 부부처럼 말이다. 때론 세월에 몸을 의지하라 세월은 모난 돌도 동글동글하게 변모시킨다. 부부의 결혼 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금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서 이혼을 꿈꾸고 있다면 잠시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라. “천하에 저런 인간은 없네. 같이 앉어서 테레비를 보고 있는디 그 인간이 주방으로 가드만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다가 먹는 거여. 한 개만 달랑.”라며 핀잔하는 장모에게 “어머니는 손 없으세요? 드시고 싶으시면 꺼내다 드시면 되잖아요.”라고 응수하던 무뚝뚝하던 사위도 세월이 흐르면 ‘부라자’를 보여주겠다는 장모의 말에 “너무 예뻐서 새 시집가도 되겠다.”(/p.112, 여보, 고마워 中)고 대꾸하는 넉살 좋은 사람으로 변모한다. 이렇듯 작가는 세월의 얼룩이 묻은 부부는 영원한 아군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닮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고혜정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위트로 풀어 나가는 유쾌한 부부 에세이 『여보, 고마워』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담고 있기에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내와 남편, 혹은 가정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 속에서 가슴 후련한 동질감과 부부의 행복이라는 영원한 명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