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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르마게돈 (2)
2. 묵시록의 재현 |
Woo Hyouk Lee,李愚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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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트럭은 문짝이 날아가고 유리가 완전히 깨진 채로 반쯤 시커멓게 그을렸다. 그의 오른편에 있던 큰 나무는 가지가 다 부러지고 잎이 다 떨어졌으며, 온통 준후의 부적이 박힌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이윽고 '우지직' 소리를 내며 넘어져버렸다. 그 나무의 부러진 부분에는 벽조선이 박혀 있었다.
"다 놀았느냐?" 아하스 페르쯔는 아무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준후는 이미 너무도 큰 술수를 연거푸 사용한 탓에 탈진해 주저앉아 있었는데, 코피까지 터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로파무드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한 손으로는 간디바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는 준호의 부적이 한 장 박혀 있었다. "안 돼……. 상대가 안 돼……." ---p.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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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6개월 동안 독자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퇴마록』의 흡인력
『퇴마록』 첫 번째 권이 출간된 지 벌써 7년 6개월이 지났다. 1994년 1월 첫 출간이 이루어질 때부터 『퇴마록』은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이라는 구도로 출발했는데, 당시 '국내편'과 '세계편'은 이미 집필이 어느 정도 끝나 있는 상태라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1994년 12월까지 발간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후 혼세편부터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오기 시작, 시리즈물의 성격상 단기간에 그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출판계의 공식(?)에 따른다면 상당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혼세편 1권→2권까지의 간격은 3개월, 2권→3권은 4개월, 3권→4권은 6개월, →5권은 7개월, →6권은 4.5개월, →말세편 1권은 2년 3개월, →2권은 5개월, →3권은 9개월, →4권은 1개월, →5권과 6권은 10.5개월). 그러다 보니 독자들은 새로운 권이 나오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더러는 새 권을 읽기 위해 다시 옛날 권을 읽어야 한다는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퇴마록이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장기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그것은 첫째 이우혁이 갖고 있는 탁월한 이야기 구성 솜씨에 기인한다. 이우혁은 바로 지금의 시공간에서 상상의 나래를 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피소드들 자체가 현실감을 갖고 또한 그것들이 아주 정교하게 조합되어야 하는데, 이우혁은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도상 훈련을 해야 했다. 이러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은 각 편마다 독립성과 연계성을 가진다. 그리하여 새 장(章)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신선함과 '그전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대하소설의 장엄함을 동시에 풍김으로써 독자들은 늘 새것을 읽는 동시에 옛것을 이어가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둘째로는 캐릭터들이 갖는 친밀성과 매력이다. 『퇴마록』에 등장하는 4인의 주요 캐릭터들인 박 신부, 현암, 준후, 승희 등은 치명적인 약점과 아울러 독보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들이 각 에피소드 속에서 발현될 때마다 독자들은 손에 땀을 쥐고 그 귀추를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은 때로는 독자 자신이 나서서 도와주고 싶은 안타까움으로 표출되거나, 때로는 독자는 결코 할 수 없는 영웅적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또한 주인공들에 적대하는 자들도 오로지 '악'으로 충만한 자는 없으며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자기 필연성과 동정적인 측면을 지니는데, 이는 『퇴마록』을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셋째로는 자가발전이다. 수많은 고난을 거쳐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젊은 독자들은 환호를 보내게 되는데, 그것은 영웅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미덕이다. 그리하여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상대해야 할 적들도 그만큼 파워가 높은 자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흥미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넷째로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다. 역사, 신화, 종교, 자연과학과 기술, 미술과 음악 등등 이우혁은 『퇴마록』이라는 거미줄을 짜는 데 자신의 방대한 독서 경험을 유감없이 녹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소설에 주석이 등장하는 유례없는 구조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요즘에 몇몇 소설들이 차용하는 바이긴 하지만 1994년 당시에는 상당히 모험적이며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래서 독자들은 어쩌면 난해할 수도 있는 『퇴마록』의 주요 소재들을 아주 쉽게 이해하고 거기에 동화하게 된다. 이것이 발전하여 1995년에는 『퇴마록 해설집 · 국내편 세계편』이 나왔고, 2002년 초에 방대한 『퇴마록 사전』이 나올 예정이다. 다섯째로는 이우혁의 인간관과 세계관이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동감을 얻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퇴마록』의 장수(長壽)는 이러한 동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에 녹아 있는 작가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 소설은 단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실 『퇴마록』은 전 세대층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열광하는 세대와 상당히 냉소적인 세대로 뚜렷이 구별되는데, 어쩌면 그것은 우리 나라의 세대간 간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퇴마록』은 숱한 기록을 남기며 일단 마무리되었다. 비록 앞으로 '외전'이 1∼2년에 한 권꼴로 나온다고는 하지만, 말세편 이상의 이야기 전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확실히 막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퇴마록』이 남긴 기록을 간단히 살피면 2001년 7월 현재 780만부의 판매, 말세편 5, 6권 초판 발행부수 20만 부, 전국 서점별 실제 판매부수 1위(대형서점만의 집계를 초월하여),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시초, 각 온라인 · 지역별 팬클럽을 무수하게 거느린 작가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퇴마록』 이후 무수한 판타지 소설이 쏟아져 일종의 '붐'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우혁만큼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포스트 퇴마록 신드롬' 또한 이우혁의 다른 작품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그 만큼 이우혁의 역량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