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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묵시록의 재현
2.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3. 기원전 2657년, 단기전 324년 4. 에필로그 |
Woo Hyouk Lee,李愚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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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와 아라 등은 아녜스 수녀의 입에서 연희가 라미드 우프닉스라는 말이 나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아녜스 수녀는 징벌자를 찾기 위해서는 연희의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해서 연희가 자신을 알게 되면 죽을 것이고 그러면 이용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로는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 여자는 우리나라 사람이니 너는 간섭하지 마라!" 아녜스 수녀는 답답했지만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 병원 문 앞에서부터 누군가가 달려왔다. 그 사람은 뚱뚱한 늙은 여자로 바로 바이올렛이었다. 그녀는 숨이 턱에 닿을 듯 헉헉대며 승려들 사이를 뚫고 나와 아녜스 수녀 쪽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pp.168~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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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마!'
준호는 아라의 앞을 막아서며 준후를 노려보았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준후가 준호에게 물었다. '왜 그러지? 내 말을 안 들을 거야?' 그러자 준호는 이를 꽉 깨물며 주술문양이 있는 양 손바닥을 펴며 단호히 대꾸했다. '그래!' '왜지?' '사부를 믿을 수 없어!' 순간 준후는 슬픈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였다. '누가 나를 믿을 수 있겠어? 나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는데......' 박 신부는 준후의 수첩을 한참동안 보더니 해쓱한 낯빛으로 현암에게 수첩을 건넸다. 현암역시 그것을 급히 받아 펼쳐보았다. 현암의 낯빛도 조금 파리해졌지만 이내 박 신부에게 말했다. '제가 실수할 뻔 했군요. 신부님, 죄송합니다.' '아닐세. 다만...... 준후가 지금까지 얼마나......' 현암은 수첩을 박 신부에게 건네주고 뚜벅뚜벅 걸어가 울고있는 준후를 번쩍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녀석......, 넌 나쁜 녀석이다. 알아?' 현암은 준후를 꽉 안고 등을 몇번 두드려 주었다. 승희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어 눈을 크게 뜨고 박 신부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등 너머로 보이는 수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스스로가 징벌자가 되라. 그래야 세상을 보호하리라. 가장 친한 사람의 손에 대신 죽어야 세상이 살리라. 그러나 그대의 길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으리니, 그의 손에 죽기 위해 모든 죄를 긁어모아야 하리라...... --- p.19-36사이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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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박신부는 조용히 짧은 기도문을 읊었다. 거창한 기도문이 아니라, 카톨릭 교인이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영광송이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아주 짧은 기도였지만 준후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라앉았다. 특히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는데, 현암이 들었더라면 이 구절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까닭 모르게 들었다. 준후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그 구절을 따라했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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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6개월 동안 독자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퇴마록』의 흡인력
『퇴마록』 첫 번째 권이 출간된 지 벌써 7년 6개월이 지났다. 1994년 1월 첫 출간이 이루어질 때부터 『퇴마록』은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이라는 구도로 출발했는데, 당시 '국내편'과 '세계편'은 이미 집필이 어느 정도 끝나 있는 상태라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1994년 12월까지 발간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후 혼세편부터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오기 시작, 시리즈물의 성격상 단기간에 그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출판계의 공식(?)에 따른다면 상당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혼세편 1권→2권까지의 간격은 3개월, 2권→3권은 4개월, 3권→4권은 6개월, →5권은 7개월, →6권은 4.5개월, →말세편 1권은 2년 3개월, →2권은 5개월, →3권은 9개월, →4권은 1개월, →5권과 6권은 10.5개월). 그러다 보니 독자들은 새로운 권이 나오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더러는 새 권을 읽기 위해 다시 옛날 권을 읽어야 한다는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퇴마록이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장기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그것은 첫째 이우혁이 갖고 있는 탁월한 이야기 구성 솜씨에 기인한다. 이우혁은 바로 지금의 시공간에서 상상의 나래를 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피소드들 자체가 현실감을 갖고 또한 그것들이 아주 정교하게 조합되어야 하는데, 이우혁은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도상 훈련을 해야 했다. 이러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은 각 편마다 독립성과 연계성을 가진다. 그리하여 새 장(章)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신선함과 '그전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대하소설의 장엄함을 동시에 풍김으로써 독자들은 늘 새것을 읽는 동시에 옛것을 이어가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둘째로는 캐릭터들이 갖는 친밀성과 매력이다. 『퇴마록』에 등장하는 4인의 주요 캐릭터들인 박 신부, 현암, 준후, 승희 등은 치명적인 약점과 아울러 독보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들이 각 에피소드 속에서 발현될 때마다 독자들은 손에 땀을 쥐고 그 귀추를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은 때로는 독자 자신이 나서서 도와주고 싶은 안타까움으로 표출되거나, 때로는 독자는 결코 할 수 없는 영웅적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또한 주인공들에 적대하는 자들도 오로지 '악'으로 충만한 자는 없으며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자기 필연성과 동정적인 측면을 지니는데, 이는 『퇴마록』을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셋째로는 자가발전이다. 수많은 고난을 거쳐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젊은 독자들은 환호를 보내게 되는데, 그것은 영웅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미덕이다. 그리하여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상대해야 할 적들도 그만큼 파워가 높은 자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흥미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넷째로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다. 역사, 신화, 종교, 자연과학과 기술, 미술과 음악 등등 이우혁은 『퇴마록』이라는 거미줄을 짜는 데 자신의 방대한 독서 경험을 유감없이 녹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소설에 주석이 등장하는 유례없는 구조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요즘에 몇몇 소설들이 차용하는 바이긴 하지만 1994년 당시에는 상당히 모험적이며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래서 독자들은 어쩌면 난해할 수도 있는 『퇴마록』의 주요 소재들을 아주 쉽게 이해하고 거기에 동화하게 된다. 이것이 발전하여 1995년에는 『퇴마록 해설집 · 국내편 세계편』이 나왔고, 2002년 초에 방대한 『퇴마록 사전』이 나올 예정이다. 다섯째로는 이우혁의 인간관과 세계관이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동감을 얻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퇴마록』의 장수(長壽)는 이러한 동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에 녹아 있는 작가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 소설은 단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실 『퇴마록』은 전 세대층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열광하는 세대와 상당히 냉소적인 세대로 뚜렷이 구별되는데, 어쩌면 그것은 우리 나라의 세대간 간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퇴마록』은 숱한 기록을 남기며 일단 마무리되었다. 비록 앞으로 '외전'이 1∼2년에 한 권꼴로 나온다고는 하지만, 말세편 이상의 이야기 전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확실히 막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퇴마록』이 남긴 기록을 간단히 살피면 2001년 7월 현재 780만부의 판매, 말세편 5, 6권 초판 발행부수 20만 부, 전국 서점별 실제 판매부수 1위(대형서점만의 집계를 초월하여),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시초, 각 온라인 · 지역별 팬클럽을 무수하게 거느린 작가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퇴마록』 이후 무수한 판타지 소설이 쏟아져 일종의 '붐'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우혁만큼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포스트 퇴마록 신드롬' 또한 이우혁의 다른 작품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그 만큼 이우혁의 역량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