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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
2. 무게 없는 부피 3. 배회 4. 고문하는 고문당하는 자 5. 불면증 6. 자폐증 7. 후각 상실 8. 보이지 않는 균열 9.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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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게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 후 소나무숲 뒤쪽에 있는 가게로 갔어. 나는 아버지가 걸어가는 뒤로 하나씩 늘어나는 모래 위의 발자국을 바라보았어. 나는 그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쳐다보며 그를 기다렸어. 그리고는 잔상 속에 그를 좀더 오래도록 붙들기 위해 눈을 감았어. 하지만 그는 한참이 지나도 내가 있는 곳을 찾지 못하는 듯 돌아오지 않았어. 나는 아버지의 발자국 위로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히는 것을 보았어. 그렇지만 내가 그곳에 있는 한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기다렸어.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지나갔고, 나는 그들의 눈에 불안해하는 아이로 비치고 있다는 것을 내게 길게 머무는 그들의 시선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어. 나는 아버지를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아버지의 발자국은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에 뭉개져 어느 것이 그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 시간이 흘렀고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고 마침내 뺨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시야를 흐려놓았어.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을 모래 속에 파묻었어. 나는 발가락으로 뜨거운 모래알을 움켜쥐었어.
---pp.128~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