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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원형을 찾아서
아내가 칼을 들었다 속도에 관하여 이제 아들을 죽일 수 있다 끌려가는 세계 참나무 상자 이상한 여자들 토각(兎角)을 찾아서 팔라니트 돈보따리를 들고 해설·살모(殺母) 콤플렉스와 악마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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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용만 씨가 소설집 『아내가 칼을 들었다』를 펴냈습니다. 「악마의 원형을 찾아서」「속도에 관하여」「끌려가는 세계」등 10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 이번 소설집은 표제작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하나같이 우리의 상식과 관습을 전복하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김씨의 소설집『아내가 칼을 들었다』에서는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거의 매 편마다 등장합니다. 이제까지 ‘죽음’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많았지만, 이 작품집에서처럼 비정상적인 죽음을 집요하게 다룬 사례는 달리 찾아보기는 힘이 듭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다루는 죽음은 작중 인물의 자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근친 살해와 같은 극단적 패륜의 양상을 보이는 등 한국 문학에서 희귀한 악마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원형을 찾아서」의 화자는 ‘자살 충동’이란 지긋지긋한 질병을 앓고 있지만, 그것을 은근히 즐긴다는 점에서 그의 자살 충동은 질병이 아니라 ‘탐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여자와 정사를 치를 정도의 건강과 젊은 의식을 지녔으면서도 “자살하고 싶어 안달”하는 괴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자살 충동과 살모의식을 지니고 있으나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데 반하여, 「속도에 관하여」에는 어떤 연유에서든지 사람을 죽인 전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세 인물이 우연히 만나 며칠 전 발생한 기괴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서사가 진행됩니다. 『아내가 칼을 들었다』의 핵심 모티프라 할 수 있는 ‘살모의식’은 아름답고 고결한 어머니상을 보존하려고 추악하게 변모한 허상을 파괴하는 탐미주의적 성향을 띱니다. 젊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고귀함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모습은 아들의 마음속에 각인된 절대모성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상기시키게 됩니다. 한마디로 살모 행위는 현실 세계에서 변형된 어머니상을 제거하고 새롭게 절대모성을 구축하려는 의식의 반영인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윤리관과 근본적으로 어긋나고 일상적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정신적 긴장과 균형감각을 지탱시켜주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