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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2. 기차 3. 큰산 4. 비포장 길 5. 숲 6. 절집 7. 암자 8. 호수 9. 일출 10. 섬 11. 마을 12. 차 13. 도시 14. 장터 15. 축제 16. 그날 17. 고도 18.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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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적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정신없이 일하다가 손이라도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렀을 때,
문득 거울 속에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얼굴이 너무나 낯선 것에 놀라신 적은 없으신지요? 좋게 말하면 아직도 청춘의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자면 어느새 세상의 모든 이해관계와 생존의 지혜를 깨달아 가는 눈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럴 때면 시간의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과거의 어느 한 시점, 턱없이 미숙하고 그래서 어리석은 실수를 양산해내기는 했으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존재만으로 눈부셨던 시점, 누구나 한 번은 반드시 경험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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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제 잠들었던 침대 위에 부스스, 나는 앉아 있고 어제 마무리 짓지 못한 글과 읽다만 책과 어제 사용했던 가구와 어제 익숙했던 습관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옷을 입고 길을 나선다고 대수이겠습니까. 어제 걸었던 거리와 어제 만났던 친구와 어제 들렀던 단골 술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지난해의 마지막 일력이 뜯겨나간 자리에 새해의 일력이 아직 첫 장도 넘겨지지 않은 채 걸려 있다는 것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문득 금을 하나 그어 그것을 종이에 찍어낸 것이 새해의 첫날이란 것인가요. 그렇다면 새해는 너무 심심합니다. --- p.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