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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놓는 말
1. 사과나무를 낳은 아이 2. 보들레르 『과자』와 『가난뱅이의 장난감』 3. 망각의 시학 4. 꿈이 없는 빈 집 5. 빈둥빈둥 노는 하나님 6. 발라드의 매력 7. 젊음들에 포위된 몹쓸 늙음들 8. 낡은 시의 감동, 감꽃과 달빛의 사랑 이야기 9. 좋으면서 싫은 벤 10. 세 그루의 나무 : 무우수, 보리수, 사라수 11. 병중 상쾌의 시들 12. 능소화 이야기 13. 두보와 함께 먼 집을 생각함 14. 그를 잃은 시 15. 시인 B 씨의 불경스런 외설 16. 오독의 자유 17. "황홀한 잡것들"과 『기탄잘리』의 세계 18. 지금 누가 내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19. 에미지즘의 『무늬』 20. 남자들의 고독 21. 안나 블루머에게 22. 이 세상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23. 시인 '장자'와 다다이스트 24. 베껴 쓰는 『희랍인 조르바』 25. 다리가 잘려나간 가재의 추억 26. 싫은 봄의 하이델베르크 27. 기타 치는 사람 28. 삶과 돈과 죽음 사이의 그리운 님 29.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30. 피곤해서 쉬는 일 31. 오래된 미래 32. 눈 이야기 33. 피어나기 싫은 꽃 34. 소란보다 고요가 좋은 날들의 시들 35. 쓰레기의 향기 36. 세월을 이긴 편지 한 토막 37. 늦게 쓰는 사랑 편지 38. 마리 A에 대한 추억, 그리고 고운 나비에게 39. 장미의 숫자 발문 몸에 새긴 시의 지문 / 오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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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와 이야기로 되어 있다. 어디를 펼치든 시가 있고, 그것과 떨어질 수 없는 삶과 사랑의 이야기들로 이 책은 수놓아져 있다. 그리고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시와 이야기들에 기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은 이미 거의 내 자신의 것이 되어 내 몸 속에 녹아 있는 것들이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모두 지나간 내 삶의 흔적이나 표정들, 혹은 추억의 무늬라는 점에서 한결같다. 그러나 그것들을 통해 나는 삶의 미래와 시, 사람들에 대해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다. 낡아가는, 또는 낡아버린 것들의 새로움, 그리고 불가피하게 여럿의 사람들과 얽히는 데서 빚어지는 개인의 고통과 슬픔 같은 것이 그것이리라. 2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은 시에 대한 해설이나 없어도 좋을 곁가지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것들은 시와 서로 얽어져 있으면서도 제 나름의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둘을 붙여서 한 몸이 되게 하려고 나는 무척 애썼다. 그러면서 그 둘 다가 나를 포함한 이러 저러한 삶에 대한 나의 성찰이 되게 하려고 했다. 더러는 욕심 많고 인색한 시보다 마음씨 좋은 이야기가 더 시적일 수 있으리라. 3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게 가까웠고, 크고 작게 영향을 끼쳤고, 감동적이었던 시들을 주로 이야기의 빌미로 삼았다는 점도 덧붙여야겠다. 쑥스럽지만 꽤 많은 자작시들도 직. 간접적으로 거기에는 들어 있다. 아울러 오직 시를 화두로 삼은 것은 내가 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될 수 있는 대로 글을 쉽게 쓰는 한편으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한 시를 골라내려고 애쓴 것은 나와 비슷한 독자들을 발견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욕망이 중단하지 않고 이 글을 계속 쓰는 데 적지 않게 작용했다. 4 누군가에게 이 부끄러운 글들을 선물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들을 우선 내 추억에 바친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 든 숱한 사람들과 책들과 시들과, 사람보다 더 정겨웠던 먼 하늘의 구름과 꽃과 쓰레기들에게 바친다. 그 다음 맨 나종으로 내 사랑에 바친다. 그것은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돌아올 내 사랑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작은 새야 혼자 남은 이쁜 나비야" 부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