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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혜숙 (ruru100@yes24.com)
『바람을 따라서 』는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가을을 맞이하는 느낌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지만,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날 읽어도 좋을 만큼 바람의 느낌을 실감나게 살린 책이다.
막바지 여름 햇살 속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자던 소년은 갑자기 불어닥친 사나운 질풍 앞에 깜짝 놀란다. 바람은 심술이라도 난 듯 으르렁거리며 세상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리고, 이에 화가 난 소년은 바람을 헛간 속에 가둔다.세상은 다시 조용하고 평온해졌지만 연날리기를 하던 친구들은 바람이 없어졌다고 투정을 부리고, 엄마는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며 걱정을 한다. 새들은 날개짓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람개비를 파는 아저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소년은 헛간 앞으로 가 바람에게 `네가 필요해'라고 부탁을 하고, 착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바람은 사나운 성질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으로 나타난다. 눈을 뜨고 보니 소년은 폭풍 속에서 잠이 들었었고, 엄마는 첫번째 가을의 질풍이 지나갔음을 알려준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과 꿈 밖에서 일이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꿈속에서 나뭇가지를 물고 있던 강아지가 꿈 밖에서도 나뭇가지를 물고 있음으로써 소년이 겪은 환타지가 단순한 꿈이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바람을 따라서』는 환상의 세계와 현실이 교차하는 모험을 통해 바람은 때로 흉악한 모습으로 세상을 망가뜨리지만 바람이 없으면 세상은 정지된 화면처럼 생동감을 잃는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며 지구 순환을 위한 자연의 법칙이므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매우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이러한 내용을 조금 더 확대하여 해석하면 모든 사물과 현상의 이면엔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즉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다소 뜻 깊은 철학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제와 환상을 넘나들며 소년과 바람이 나누는 교감을 그린 이 책은 이제 막 한글을 익힌 유아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간결하면서도 의미 깊은 스토리를 살려주는 것이 장면마다 성의 있게 그려진 세밀화인데 회오리 치는 폭풍의 상태를 매우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바람에 나뭇잎과 사과가 둥둥 떠다니고, 문을 뚫고 들어온 바람이 가구와 접시, 꽃병, 주전자, 양초, 두루마리 휴지 등 살림살이를 온통 휘저어 놓는다.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바람의 위력은 공포스럽다기보다는,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데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밝고 따뜻한 색채를 사용하여 지나치게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고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가능한 그림 한 장 한 장을 섬세히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받을 수 있는 『바람을 따라서』는 자연과의 유대감을 간결한 내용과 문체로 보여주면서도 초가을 자연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는 포근한 동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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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다시 날아올랐고 바람개비도 산들바람을 맞아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나를 부른 것 같아요. 바람은 어디로 갔지? 내가 꿈을 꾸었나?
'그 폭풍 속에서 어떻게 잠이 들었니?' 엄마가 물었습니다. '가을의 첫 번째 질풍이 지나갔단다.' --- p.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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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헛간으로 가서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 그러면 네 사나운 성질이 부드러워질 거야." 나는 바람에게 부탁했습니다. "우리는 네가 필요해." --- pp.1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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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과들을 가지에서 모조리 떨어뜨려 버려야지.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야. 날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바람이 으르렁거렸습니다. --- pp.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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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난 멈추지 않을 거야. 정말 재미있다!"
바람이 헛간 안으로 거칠게 불어 들어가며 말했습니다. "날려 버릴 만한 것이 있나 보자." 그 때가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나는 헛간 문을 닫고, 단단히 걸어잠갔습니다. 세상이 다시 고요하고 평온해졌습니다. --- pp.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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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과들을 가지에서 모조리 떨어뜨려 버려야지.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야. 날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바람이 으르렁거렸습니다. --- pp.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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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난 멈추지 않을 거야. 정말 재미있다!"
바람이 헛간 안으로 거칠게 불어 들어가며 말했습니다. "날려 버릴 만한 것이 있나 보자." 그 때가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나는 헛간 문을 닫고, 단단히 걸어잠갔습니다. 세상이 다시 고요하고 평온해졌습니다. --- pp.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