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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민자인 82세의 마리나 뷰리아코프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있다. 그런 그녀를 남편 드미트리는 끈기있게 돌보고 있다. 그들은 시애틀 근처에서 열릴 손녀딸 케이티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손녀딸 케이티가 누구하고 결혼하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마리나는 레닌그라드가 독일군에 의해 포위될 무렵,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젊은날을 기억해낸다. 남편 드미트리와의 풋풋했던 첫사랑과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루벤스, 그리고 프란스 스네이데르스 등의 미술품들, 폭격과 기아에 사람들이 죽어가던 지옥 같던 전쟁의 기억들로 빠져들어간 그녀는 현재와 더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나치 점령하 900일 동안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모두 포장되어 안전한 은닉처로 보내졌다. 덕분에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빈 액자만 걸린 휑뎅그레한 공간이 된다. 그래도 거의 2천 명에 달하는 미술관 직원들은 폭격에서 그 미술관을 지키며 겨울을 보냈다. 마리나는 나이 많은 동료 미술관 직원 아냐가 했던 기억술의 한 방법인 ‘기억의 왕국’을 이용해 빈 액자속에 원래 끼워져 있었던,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미술 작품들- 그 중 하나가 ‘베누아의 성모마리아’다.-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서 복원시켜낸다. 그리고 마리나는 자신이 드미트리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터 속에서도 생명은 잉태되는 것이다.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난 날 저녁, 마리나는 길을 잃고 집 밖으로 실종되고, 이내 수색대가 꾸려진다. 수색 작전을 펼친 지 이틀 후, 마리나는 한 젊은이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숨을 거둔다. 자신의 부모에 대해 잘 몰랐던 딸 헬렌은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젊은 날을 그림으로 남기고, 어머니를 구해준 젊은이로부터 뜻밖의 감사의 말을 듣는다. 기억을 잃고 공사장 어딘가를 헤매던 어머니는 그 옛날 텅 빈 액자만 남은 에르미타주에서 서른 명에 가까운 아이들과 선생을 이끌고 미술관 관람 투어를 했던 것처럼, 청년을 붙들고 그 기억을 공유하려 했던 것이다.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는 제게 세상을 보여주셨어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