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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제1장 상실 제2장 청혼의 순간 제3장 기억의 왕국 제4장 수태고지 제5장 검은 빵 제6장 황홀한 만찬 제7장 텅 빈 액자 제8장 초콜릿의 무게 제9장 실종 제10장 초록의 세상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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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민자인 82세의 마리나 뷰리아코프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있다. 그런 그녀를 남편 드미트리는 끈기있게 돌보고 있다. 그들은 시애틀 근처에서 열릴 손녀딸 케이티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손녀딸 케이티가 누구하고 결혼하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마리나는 레닌그라드가 독일군에 의해 포위될 무렵,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젊은날을 기억해낸다. 남편 드미트리와의 풋풋했던 첫사랑과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루벤스, 그리고 프란스 스네이데르스 등의 미술품들, 폭격과 기아에 사람들이 죽어가던 지옥 같던 전쟁의 기억들로 빠져들어간 그녀는 현재와 더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나치 점령하 900일 동안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모두 포장되어 안전한 은닉처로 보내졌다. 덕분에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빈 액자만 걸린 휑뎅그레한 공간이 된다. 그래도 거의 2천 명에 달하는 미술관 직원들은 폭격에서 그 미술관을 지키며 겨울을 보냈다. 마리나는 나이 많은 동료 미술관 직원 아냐가 했던 기억술의 한 방법인 ‘기억의 왕국’을 이용해 빈 액자속에 원래 끼워져 있었던,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미술 작품들- 그 중 하나가 ‘베누아의 성모마리아’다.-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서 복원시켜낸다. 그리고 마리나는 자신이 드미트리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터 속에서도 생명은 잉태되는 것이다.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난 날 저녁, 마리나는 길을 잃고 집 밖으로 실종되고, 이내 수색대가 꾸려진다. 수색 작전을 펼친 지 이틀 후, 마리나는 한 젊은이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숨을 거둔다. 자신의 부모에 대해 잘 몰랐던 딸 헬렌은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젊은 날을 그림으로 남기고, 어머니를 구해준 젊은이로부터 뜻밖의 감사의 말을 듣는다. 기억을 잃고 공사장 어딘가를 헤매던 어머니는 그 옛날 텅 빈 액자만 남은 에르미타주에서 서른 명에 가까운 아이들과 선생을 이끌고 미술관 관람 투어를 했던 것처럼, 청년을 붙들고 그 기억을 공유하려 했던 것이다.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는 제게 세상을 보여주셨어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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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페트로 파블로프스키 요새가 바라다 보이는 네바강변에 줄지어 선 웅장한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한때 황제의 거처였던 겨울궁전을 비롯해 소(小)에르미타주, 신(新)에르미타주, 구(舊)에르미타주 등 모두 5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겨울궁전에만 자그만치 1,050여 개의 전시실이 있고, 그 전시실만 이어도 길이가 27km에 달한다고 한다.
5개 전시실에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비롯해 루벤스,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잔느, 고흐, 고갱, 드가 등 인상파와 피카소, 칸딘스키에 이르는 20세기 초 화가의 그림들에 이르기까지 약 8천여 점의 명화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해마다 3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아갈 정도라니,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러시아 황실이 후손들에게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이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겪은 가장 큰 위기는 1941년 나치의 침공이었다. 독일군이 진격해오자 미술관 직원들은 그림과 조각, 값비싼 소장품들을 나무상자에 포장해 우랄 지방으로 보냈다. 잇단 포격으로 건물이 허물어지고 부숴 지는 동안에도, 미술관 직원들은 900일 동안 미술관에서 생활하며 문화재를 지켰다. 직원들은 수시로 부서진 창문과 벽을 보수하고 잿더미와 유리 조각을 청소했다. 배고픔으로 액자를 붙이는 풀인 아마인유를 끓여 젤리를 만들어 먹으면서도 그들은 미술관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2,000여 직원 중 40여 명이 이곳에서 굶어죽었다고 한다. 전쟁을 겪어본 적도 없고, 러시아를 방문한 적도 없고, 러시아인은 더더구나 아닌 데브라 딘이 이 소설을 쓰게 된 데는 1995년 미국 공영방송(PBS)의 다큐멘터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름이 바뀐 레닌그라드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직원 한 명은 “텅 빈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데리고 우리는 미술관 관람투어를 했다. 우리는 마치 그들이 눈앞에서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묘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이미지에 매혹된 작가는 안내원들이 너무 잘 묘사해서 관람객들이 그 그림을 거의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고, 예술이 부여하는 놀라운 힘에 대한 감동적인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러시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했던 작가는 러시아와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에 들어갔고, 그 결과 마치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 한편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는 없는 화보를 삽입하였으며, 좀더 정보가 필요하다면, 에르미타주 홈페이지www.hermitagemuseum.org를 방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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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는 노년의 마리나는 손녀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시애틀로 가는 중이다. 그녀는 현재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다. 남편 드미트리는 방금 달걀 프라이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조차 깜빡하는 아내의 뒷바라지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마리나는 결혼식을 가기 위해 푸른 색 드레스를 입으며,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작품을 떠올리고, 손녀딸의 화려한 피로연장에 앉아서는, 사탕 한 개를 녹여 빵을 만들었던 궁핍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는 마리나의 병은 이 소설에 특별한 아우라를 더해주는 장치이다.
‘기억’은 한 인간이 살아온 모든 시간의 총체이다. 그렇기에 ‘기억’은 한 인간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뼈대이며, 그리하여 누군가에겐 가장 강력한 생존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 에르미타주의 텅 빈 액자를 뚫어지게 보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림들의 세세한 디테일을 복원하여, 결국엔 통째로 에르미타주를 머릿속에 담아둔 마리나.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쇠잔해진 현재의 마리나를 지배하는 건 바로 그 강렬했던 과거의 기억들이다. 마리나의 기억이 점멸하는 순간을 그려내는 작가의 문장은 마치, 우리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을 그려내듯 미묘하면서도 사실적이다. 그 까닭은 작가 자신의 할머니도 알츠하이머 환자였기 때문이다. 작가의 할머니는 손녀와 얘기를 나누다 말고, 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가곤 했고, 손녀딸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해주곤 했다. 그 낯선 경험을 글로 옮기면서 작가는 마리나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창조할 수 있었다. 《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는 플롯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냥 죽 읽어도 좋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부분만 떼어 읽어도 좋고, 마리나가 치매를 앓고 있는 현재만을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읽더라고 이 소설의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독자들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