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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얼보이는 거울 앞에서 하늘에서 엿본 당신들의 꿈 쌍무지개가 뜨는 활화산 불자동차가 질주하는 천사들의 도시 세 마리의 개가 필요한 사람들의 축제 어스름의 바이올린 소리 멀고 먼 환상의 나라 구월의 독백 밤기차 속의 사람들 사과를 생각하며 겨울이 오면 보이지 않는 이자벨라 호수 새야 어디로 가니 굴뚝 청소부의 꿈 잃어버린 사람들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홀로 시작하는 새벽 따뜻한 비 작가 후기 눈뜨면 없어라 |
金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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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없는 젊은 날에 대한 눈물나는 보고서
도서1팀 이지영 (jylee721@yes24.com)
2009.10.07.
이 책을 처음 읽은 날을 기억한다. 감기 몸살로 많이 아팠던 날.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밖은 어두워져서, 마치 어젯밤 잠들기 전 시각으로 돌아가 있는듯한 기분. 몸은 아픈데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아서, 무엇이라도 읽거나 쓰고 싶어지는 이상한 날이었다. 그런 날 꺼내 읽은 것이 이 책, 『눈뜨면 없어라』였다.
내가 알고 있는 김한길은 머리가 하얀 중년의 모습이지만, 그에게도 서른 살,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다방에서 커피도 마시고,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나눠 쓰고 걷기도 하면서 한 여자와 사랑을 했을 것이다. 그 여자와의 행복한 결혼도 꿈꿨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젊었던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신혼 생활을 기록한 일기장. 지독하게 그립고, 아프도록 안타까운 김한길 젊은 날의 스케치이다. '병정일기'라는 글이 문제가 되어 모 기관에 끌려가 심한 야단을 맞은 김한길은 아내와 함께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떠난다. 무뚝뚝한 글쟁이와 곱게 자란 모범생이 미국에서 무얼 할 수 있었겠나. 김한길은 밤에는 주유원으로, 낮에는 햄버거 가게 쿡헬퍼로 일하고, 그의 아내 미나는 옷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꾸려간다. 한 사람이 일하고 돌아오면 한 사람이 나가서 일하고, 한 사람이 자고 일어나면 한 사람은 일어나 나가는 고달픈 신혼생활. 어느 날은 큰 맘 먹고 휴가를 얻어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는데, 남편은 피곤에 지쳐서 일어나질 못하고 아내는 차마 그를 깨우지 못해 화장만 고치며 하루를 그냥 보내고 만다. 그렇게 예쁘고 애달픈 부부였다. 그러나 나는 이들 부부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토록 애달픈 모습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에도 나는, 이 책의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서 어느 여배우와 재혼을 할 것이다. 미나와는 헤어질 것이다. 이 이야기는 새드 엔딩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남자의 현재를 알고 있었다. 김한길이 밤에 일하던 주유소는 위험한 흑인 마을(그들끼리는 흑석동이라고 부르는)에 있었다. 그는 방탄유리 안에 꼼짝없이 갇힌 채로 밤을 보내야 했고, 누구라도 안에 들어오려고 하면 장총으로 쏘아 죽여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죽지 않았음을 안다. 흑인이 쏜 총에 맞아 죽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기자가 되었고, 미국사회에서 성공했으며, 한국에 돌아와 국회의원 자리에 올랐다. 그렇게 보면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다. 그들의 눈물 나는 일기장,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향하는 남자의 벅찬 가슴, 아이를 품에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아내…. 이 모든 젊은 날의 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행복한 부부의 모습으로 일기는 끝나지만, 나는 그 마지막장에서 뚝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젊은 날은 슬프다. 모든 반짝이는 것들은 슬프다. 금새 사라져버리니까. 그날 내가 그렇게 울었던 것은 몸이 아파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젊었고 반짝였던 것 같다. 그날을 생각하는 지금, 이렇게 마음 한 켠이 쓸쓸해지는 것을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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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처럼 전설처럼 아직도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이야기들, 수많은 가슴에 감동을 뿌렸던 김한길의 낮은 목소리
『눈뜨면 없어라』는 인생의 거창한 진리나 도덕에 대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김한길은 애처부터 무겁고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김한길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애기는 두통과 불면증, 변소, 열쇠, 발톱 없는 고양이, 글씨를 못 쓴다고 핀잔했던 아내의 옛 스승, 콘택트렌즈를 새로 낀 아내가 바라본 세상, 식욕과 졸음, 우울한 이유들, 때로는 비아프라의 기아에 대해서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느 시인이 "통속 잡지의 표지 같다."라고 비유한 우리들 인생의 저변에 깔려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들의 의미가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그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갈피 속에 깃들인 결코 작거나 사소하지 않은 의미의 발견자이기 때문이다 푸른 가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 『눈뜨면 없어라』는 김한길의 망각되어지지 않은 과거의 기록이다. 그만큼 저자에겐 아픔으로 각인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작가로서, 이 글을 다시금 세상에 들춰보이면서 고치고 싶은 충동도 강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그러지 않았다. 과거란 그런 거니까. 추억으린 그런 거니까. 과거의 푸른 가슴 속에서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추억의 향기는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에서의 과거란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도있다. 오히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누구나에게 있는 법이다. 김한길의 과거 고백 『눈뜨면 없어라』는 삶의 진정성을 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 해답은 아닐지라도 실마리는 던져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