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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논술
재미있는 논술을 위한 생각 퍼올리기
오태민
경덕출판사 2009.02.25.
베스트
수시·논술·면접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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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논술이 ‘사형제 폐지’는 아니다

1장 통념을 깨라
논술은 세 가지 통이다│통념이 필요한 이유│그래도 통념을 깨라│통념은 언어에서 출발한다│통합논술의 뜻│학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하지만│지식의 줄기와 이파리│뿌리가 문제다│성적 위주의 관리│더딤이들의 전성시대│통찰력은 지적인 장난이다│과감하게 생각하라│교훈적인 결론의 함정│과학은 처음부터 과격했다│생활 속에서 훈련하라│논술 교육의 목표는 대학입시가 아니다│마중물 논술

2장 논술은 이야기다
지식의 번역│논술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
첫 번째 이야기 뭐? 우리 사회가 거짓으로 지탱되고 있다고?
통념에 대한 도전│거짓과 가면으로 아버지의 실패를 극복한 옥타비아누스│허구 위에 서 있는 금융시스템│믿음으로 지탱되는 사회│민주주의는 재앙을 예방할 수 있을까?│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의 덕치(德治)│브랜드를 다시 보자

3장 학문은 진리가 아니다
두 번째 이야기 인간은 보이는 대로 보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백지가 아니다│상상력의 힘│예술은 불완전한 감각 때문에 가능하다│사실적이라는 것│미영이의 눈
세 번째 이야기 브루스 윌리스가 총에 맞은 이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서│학문은 때로 위험하다│생각의 틀│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사진과 진실│부도덕한 언론보다 더 치명적인 타락―언론을 믿는 것

4장 인과론은 의심스럽다
네 번째 이야기 이름을 바꾼 흑인이 더 잘 사는 이유
뒤집어 읽어보라│서울대를 욕하지 마라│하나씩 따져보자│아이비리그의 졸업장은 의미가 있을까?│람보와 코만도의 똥침│상관관계 읽기 연습│통계유감
다섯 번째 이야기 음모의 추억
정보민주화 속에서 오히려 활개치는 유언비어│과학자를 옹호하는 촛불 시위│남 탓을 하고 싶은 마음│‘IMF사태’라는 정론이 되어 버린 음모론│음모론의 배후세력은 전능해야 한다│잘못된 망원경│틀려도 인정하지 않는다│과학도 이야기다

5장 세상을 움직이는 이기심
개인은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단위
여섯 번째 이야기 왜 해리포터 이모부가 이모보다 더 악랄할까?
이기적 유전자│인간 본성의 고향│공동분배가 합리적인 이유│수렵 사회를 그리워하는 비용
일곱 번째 이야기 합리적인 엄마와 태어나지 못하는 아기들
차범근 감독의 배신│멜서스의 섬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합리적 인간 vs 동물적 인간│교육받은 여성은 왜 아이를 적게 낳을까?
여덟 번째 이야기 왜 우리는 유승준을 용서하지 못할까?
우리는 그가 법을 어기지 않았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죄수의 딜레마│게임이론│합리적인 무임승차│철수 위기에 몰린 실험도시│규칙이 필요했던 자유로운 공동체│실험도시에 실험이 없다│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이유│유승준에게 보복해야만 하는 이유│왕따의 한계│쉬운 학교시험, 학생들에겐 오히려 독이다
아홉 번째 이야기 대처 수상이 발견한 이기적인 모범시민
이타적 인간의 빈민굴, 이기적 인간의 재산│인간의 욕구에도 단계가 있다│유승준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
열 번째 이야기 총이 민주주의를 지키다
자동차와 총│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위험하다│인간의 직관은 위험을 측정하는데 젬병이다│총기소지가 범죄를 억제한다?│옥수수가 미국의 대통령을 만든다│계약으로 세워진 나라│계약의 해제를 막기 위한 방법│정부가 침해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
열한 번째 이야기 개똥녀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이 든 나무와 독이 든 열매│정의보다 우선하는 개인의 권리│조지 오웰의 좬1984년좭│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권리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절대반지와 민주주의
열두 번째 이야기 테러리즘이 바꾸는 세계
세계가 변화된 날│보이지 않는 적과의 대면│테러예방 VS 민주주의의 원칙│고문 영장을 허(許) 하라│열린 사회의 위험│테러리즘과 새로운 중세

6장 유토피아의 타락
열세 번째 이야기 유토피아와 개인의 정열
영화 가타카│변화는 싫어│낭비를 싫어한 플라톤│다소 현실감이 부족했던 플라톤│신에게는 언어조차 필요 없다│일반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현실의 스파르타, 관념의 스파르타│왜 유토피아는 비슷할까?│실업률 제로, 과연 바람직한가?
열네 번째 이야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공짜 점심은 없다│현실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시장들│플라톤, 야채 값을 논하다│항상성과 전문화│문명 최우선의 가치는 안정│투기꾼의 일│위험시장이 필요한 이유
열다섯 번째 이야기 왜 조직폭력배들은 그토록 강할까?
단편영화, 상파울로의 달│유기체의 힘│로마에 이기고도 로마를 꺾을 수 없었던 한니발│관료시스템의 힘│마피아의 수렁에서 이탈리아를 건진 사나이│부족국가의 복원을 꿈꿨던 플라톤
열여섯 번째 이야기 먹어보기 전엔 미리 알 수 없는 와인의 맛
파리의 심판│우리가 우수하다고 믿는 것들│생각과는 다른 결론│내신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 한다는 가설│강남아파트 값은 거품일까?│세상은 수학적이라고 믿은 플라톤│다윈이 갈라파고스로 간 까닭│플라톤과 과학│결국 문제는 오만이었다

저자 소개

저자 : 오태민
1990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 95년에 졸업. 대학 3학년 재학 중 학회를 만들고 2년간 준비하여 ‘여백의 질서’(1993, 일굼)의 집필을 주도하였다. 교육, 환경,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담은 이 책은 당시 대학가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고 몇몇 대학의 교양강좌에서 교재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특히 외국의 책들을 베끼기에 급급했던 당시 풍토에서 순수하게 ‘자기 머리로 생각한’ 한국적인 미래학서적이라는 의미로써 많은 찬사를 받았다.
1998년 공군중위로 제대한 뒤에는 엔지니어와 함께 벤처회사를 차려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하였다(무이테크주식회사).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있다가 논술문제를 처음으로 접하고 한국사회에 공헌할 일을 찾았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고 국립중앙도서관에 4개월간 칩거하였다. 2005년 10월부터 명지외고에서 통합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전경련 주최 청소년경제논술대회의 채점위원, 한국경제신문 전국교사논술연수 초청강사 등을 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8쪽 | 592g | 176*228*30mm
ISBN13
9788991197305

출판사 리뷰

‘마중물 논술’은 논술이 시작 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시중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한국같이 교육열이 높고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있는 입시교육시장에서는 매우 신기하고 특별한 현상이다. 만약 어느 해 물리시험 문제 몇 개가 어렵게 나왔다면 다음해에 그 문제와 해답이 학원가의 강의와 참고서에 수록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논술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많은 선생들과 교재들이 이것이 모범답안이라고 말하지만 근거 박약한 억측일 뿐이다. 이것이 모범답이며 올바른 해석이라고 말하는 논술 선생이 학생과 같이 시험을 치른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정직한 선생이라면 이 물음에 냉정히 마주해야 한다. 그것도 매 시간마다. 지금 논술시장에는 정직하지 못한 선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발상을 전환해야한다. 논술교육은 지식이 풍부한 선생이 지식을 전수하는 시간이 아니다.
‘마중물 논술’은 교단에서 논술로 고민하는 정직한 아이들과 밀착해서 소통하는 한 강사의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논술이 ‘사형제 폐지’는 아니다
‘사형제 폐지 따위를 논하는 것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논술에 대해서 누구나 갖고 있는 선입견이다. 지난 10년간의 명문대학 논술 문제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누구나 예외는 없는 것 같다. 사형제 폐지나 FTA, 햇볕정책 같은 사회적 쟁점들을 놓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리라. 여기서 출발한 논술은 글쓰기거나 토론이거나 배경지식의 축적이 된다.

문제를 출제하기 전에 강남 논술학원의 시험 문제들을 다 검토해 제외한다
논술이 사교육시장만 배부르게 할 거라는 우려에 대한 이장무 현 서울대 총장의 답변이다. 그렇다. 대학이, 적어도 서울대가 사형제 폐지나 FTA같이 알려진 쟁점들을 갖고 논술 문제를 만들 수 없었던 사연이기도 하다. 알려진 쟁점이 중심이 되면 누구도 사교육 시장의 경쟁력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코미디는 논술을 앞두고 신문에 발표하는 올해의 논술 예제들이다. 1년간의 시사 쟁점들을 정리해준다. 신문 데스크는 대학도 생각하는 생물임을 잠시 잊은 것 같다. 대학은 신문사가 찍은 예제를 출제하려 했다가도 신문에 나오면 없애고 다시 만든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학이 중요한 시사 쟁점을 논술문제의 재료로 삼는데 인색한 또 다른 이유이다.

역사는 신문의 1면이 아니라 신문의 구석탱이에서 시작한다
출처 불명의 명언이다. 논술도 그렇다. 신문 1면만 모아 놓아 책 하나를 만든다면 부제를 이렇게 잡아야 할 것이다. ‘명문대 논술에 반드시 출제되지 않는 시사쟁점 모음’ 이라고. ‘프랑스 와인, 캘리포니아에 무릎 꿇다’ ‘기업, 짧아진 미니스커트에 경고’ ‘상파울루의 조폭에 경찰 덜덜’ 신문 1면에 오르기에는 뭐하지만 재미 때문에라도 눈을 사로잡는 기사들이다. 이런 기사들이야 말로 논술의 노천광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적당히 가공하면 객관성, 상관관계, 사회 유기체설 같은 중요한 맥락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 할 수 있다.


동화구술가는 논술선생과 가장 비슷한 직업
쉬워진 수능과 쉬워진 교과과정 탓에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과 학생들의 현실적인 학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논술이 ‘사형제도의 찬반’이나 ‘FTA의 장단점’을 논하는 수준이라면야 얼마든지 학생들 수준에 맞춘 수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정도 수준의 수업만을 하면서 논술학원 간판을 자신 있게 내건 학원이 많다. 그러나 대학의 논술문제는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평등은 정의로운가?’ ‘단기적인 선택은 왜 장기적인 선택과 대립되는가?’ ‘본질은 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의 수준에서 출제되고 있다. 출제교수들에게 동료교수들은 제발 교수가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달라는 농을 던진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논술이 처해있는 문제 상황이다. 논술문제와 학생들의 현실. 수업의 질과 흥미. 대립되거나 격차가 큰 목표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과제다. 모순되어 보이는 현실들 간의 중재를 시도하는 기술이랄까. 논술교육의 정의(定議)는 그래서 ‘지식의 번역(Interpretation of Knowledge)’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논술선생과 가장 비슷한 직업을 고르라면 동화작가나 동화구술가가 아닐까? 동화에는 심오한 철학도 있지만 동화작가나 구술가의 관심은 새로운 철학의 창조가 아니다. 심오한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여 아이들이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느냐? 즉, 아이들이 이해하면서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로 번역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아이들은 금세 집중력을 잃고 흐트러진다. 그러나 산만한 아이들을 탓해서는 프로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처럼 역시 정직한 청중인 것이다. 논술선생의 목표는 이 정직한 청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천재들의 생각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천재가 고안한 어려운 개념도 이해하고 나면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음을 깨닫게 된다. 소박한 아이디어 자체는 얼마든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식화된 이론이 아니다. 이론이 정식화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말고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논술은 논문심사가 아니다. 학생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자기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느냐가 논술이 요구하는 덕목이다.

논술 교육의 목표는 대학입시가 아니다
신입생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논술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대면 학부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논술교육의 수많은 병패가 바로 대학입시라는 목표에 기생해서 자라나고 있다. 예상문제를 뽑아 공부하고 선생이 써준 모범답안을 외우고 족집게 학원과 강사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모두 논술교육의 목표를 대학 입시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논술은 추가 부담이고 별도의 과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논술은 별도의 과목이 아니다. 오히려 논술은 교과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을 쏟아내서 아우르고 다시 정리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되면 교과목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나 논술공부나 차이가 없다. 제대로 된 논술공부는 교과목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게 된다. 교과목이 나무라면 논술은 숲이다. 숲을 보는 안목은 당연히 나무를 보고 싶은 흥미도 유발하고 나무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논술교육은 학생에게 문제의식을 자극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단원을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과의 생산력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생물 과목에서는 처음부터 세포를 무작정 가르친다. 그러나 세포이론은 논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학자들이 300년 동안 논쟁했던 세포설이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는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학생들은 세포이론의 의미보다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외우는데 바쁘다. 세포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과 어떻게 다른지는 유력한 ‘자연-인문통합’ 논술문제이다. 하지만 세포의 의미에 한동안 머물러 보는 것은 생물에 대한 흥미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제대로 목표를 설정한 논술공부는 학교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논술교육의 목표를 교과목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 합격 100명
대치동 등으로 대표되는 논술 학원들의 선전문구이다. 사실 그 동안 논술은 지나치게 비중이 적어서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논술 비중이 5~1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논술 때문에 대학에 붙을 학생이 떨어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능과 내신에서 약간 밀렸지만 논술 답안이 워낙 탁월했던 아주 소수의 학생들이 논술 덕에 혜택을 본 경우는 있겠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2008년도 서울대 입시부터는 논술 때문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논술 때문에 서울대에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가 될 때, 이런 기만적인 선전을 해온 학원들이 어떤 수치를 제시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논술 때문에 대학을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서 우리 교육에는 적어도 두 가지 충격이 올 것이다. 첫째, ‘서울대감’이라는 말로 응축되는 최우등생들에 대한 개념이 흔들릴 것이다. 중1부터 고3까지 내신과 모의수능에서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학생이 서울대를 가지 못하는 대신 전혀 서울대 감으로 보이지 않는 학생이 서울대에 보란 듯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치동 등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에 대한 신화가 무너질 것이다. 대학은 논술에 대해서 이런 말을 계속 해왔다. 논술만큼은 농촌과 도시의 점수가 비슷하고 음대생들의 답안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다소 과장되었을지는 몰라도 메시지의 의도는 분명하다.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자 한다면 좋은 학원 다닌 티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설사 좋은 학원에서 명강사의 단독 지도를 받았다 해도 답안지에는 학생의 풋풋한 냄새가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대치동보다는 촌티를 내고 음대생 티를 내라는 말이다.
논술에 있어서만큼은 대학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논술은 대학이 채점한다. 칼자루는 대학이 쥐고 있다. 환율 때문에 이익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한국은행총재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적어도 환율에 있어서는 한국은행장의 말은 의견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메시지에 충실하자면 학생답지 않게 세련된 답안지가 생각보다 큰 점수를 얻지 못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기 보다는 답안지 작성의 요령과 테크닉을 가르치는 학원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해롭다.

논술은 가르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평가이다
서울대 출제위원 중 한분의 말씀이다. 실제로 논술 문제를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재능이 부족한 학생에게 논술을 가르쳐서 어떻게 해본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논술에 대한 대학의 주장을 출발점으로 삼게 되면 오히려 논술의 영역은 넓어진다. 논술교육은 원석을 가려내는 일이자 금광석을 발굴하는 일이기도 하다. 성적 때문에 서울대를 꿈도 못 꿔본 학생일지라도 생각하는 재능에서 탁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머리도 좋고 성실하고 성적도 좋은데 지나치게 관리형 공부에 익숙한 모범생들의 공부 방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첨삭지도이다. 별로인 글에 선생이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 학생이 대학에는 떨어질 수 있다. 실망이야 되겠지만 손해 본 것은 없다. 그러나 선생의 안목을 넘어서서 선생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학생은 어떨까? 대학이라면 탁월한 글쓰기라고 칭찬받을 글에 선생이 빨간 줄을 그어댄다면 학생은 선생에게 적응하느라 주눅이 들거나 좋지 않은 글쓰기를 익히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선생의 부족한 안목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대학도 그런 식으로 채점합니까?
첨삭지도를 내세우는 학원에 묻고 싶은 질문이다. 논술학원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무작정 달리기 훈련을 시킨다. 어디로 뛸지 몇 미터 달리기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내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모의시험도 치루고 첨삭도 한다. 모의시험이야 그렇다 해도 첨삭은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채점교수들의 말이다. 학원에서 훈련받은 논술 답안은 대체로 개성이 없고 힘이 없고 내용이 없어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모범답안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논술교육은 상품화하기 어렵다. 아이러니지만 상품화되기 어려운 논술교육은 주로 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매달 현찰로 교환되어야할 학원논술은 그래서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인가를 남기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논술선생이 넘어야할 정직성이라는 허들은 이래서 차라리 유혹에 가깝다. 선생에 따라 논술강의는 글쓰기도 되고 토론훈련이 되기도 하고 시사해설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아니면 ‘배경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잡다한 지식의 성찬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되었건 학생에게 뭔가를 손에 쥐어 돌려보내야 한다. 학생의 머리는 포만감으로 가득해야 한다. 일단 학생들이 내달리는 풍경을 보여주어야 부모님들에게 돈을 받는 게 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명한 부모라면 한번 물어보아야 한다. ‘대학의 채점기준도 학원과 같으냐?’고 말이다.

논술은 가르칠 수 없다. 다만 발가락을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논술은 가르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논술선생의 1성에 ‘그럼 우리는 뭐하는 거냐?’는 학생들의 말없는 답변. 그래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발가락을 움직이는 학생들의 자랑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글에는 이제 막 말을 배우는 네 살배기 아들의 의기양양함이 겹쳐진다. 제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글은 선생의 무릎을 아프게 한다. 역시 통념을 깨는 발랄함에 있어서만큼은 학생들이 선생을 쉽게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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