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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으로 떠나는 모로코 페즈 기행: 페즈의 전통 시장을 사진처럼 생생하게 둘러보는 즐거움
“테드 르윈의 가장 훌륭한 재능은 독자들 자신이 그곳에 다녀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또는 아직은 아니지만 그곳에 꼭 가 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키르쿠스 리뷰 아마존 강, 사하라 사막, 이집트, 인도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책을 만드는 작가는, 자신의 능력을 여지없이 발휘하여 천 년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 페즈를 생생히 살아 숨쉬는 그림으로 잡아내었습니다. 이 그림책의 무대가 된 페즈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도시로 종교와 문화, 예술, 그리고 상업의 중심지입니다. 중세의 생활방식과 독특한 도시 구조를 거의 변형 없이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기에, 1981년 도시 전체가 아랍 세계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요. 압둘과 할아버지가 걸어가는 ‘수크(souk)’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아랍의 전통 시장입니다. 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숨결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숨결이 더해져 이슬람 사람들의 표정과 생활 모습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첫 장을 넘기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로 얽힌 페즈 시내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그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성벽을 따라 압둘과 할아버지가 걸어갑니다. 아랍 전통 시장인 수크로 들어서자마자 분주한 시장 풍경이 펼쳐집니다. 놋그릇이며 텔레비전까지 잔뜩 실은 노새가 지나가면 벽 쪽으로 바짝 붙어서야 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염색 공장 거리를 지나갑니다. 형형색색의 털실이 걸려 있는 가게에는 장화를 신고 앞치마를 두른 아저씨가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털실에 물을 들이고 있습니다. 매를 데리고 사막으로 사냥을 가는 매사냥꾼도 만나지요. 놋그릇 수크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쇠붙이에 망치질을 해서 그릇을 만들고, 드넓게 펼쳐진 가죽 공장에서는 남자들이 맨발로 염료 통 안에 들어가 천 년 동안 늘 해 왔듯이 무두질한 가죽에 물을 들이고 있습니다. 과일 가게 앞을 지날 때는 주인아저씨가 맛을 보라며 압둘에게 대추야자 하나를 건네주지요. 작가는 압둘과 할아버지가 성문에 도착할 때까지 분주하면서도 따스한 인정이 넘치는 새벽 전통 시장의 모습을 마치 사진을 보는 듯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었습니다. 모로코의 강렬하고도 따스한 햇살까지 맑은 수채화로 녹여낸 작가는, 시장 사람들의 활기찬 동작과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지요. 생생하게 묘사된 페즈로 여행을 마치고 책장을 덮은 아이들에게, 이슬람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나 신문에서나 잠깐씩 등장하는 머나먼 곳의 낯선 대상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웃고 떠들고 숨쉬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 이야기를 팔아 먹고사는 이야기꾼 이슬람에는 예로부터 부족들 사이의 전투 이야기나 고대 왕들의 치적을 전하는 이야기꾼이 있었습니다. 압둘의 할아버지는 텔레비전과 책이 보편화된 지금까지, 그 구전 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가며 형태가 없는 이야기에 값을 매기는 이야기꾼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역시 특별합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압둘과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양탄자에 돈이 쌓이면 압둘은 새장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높이 날아간 비둘기가 다시 압둘의 머리 위로 내려오면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바로 비둘기가 하늘에서 물어 온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 이야기를 물어온 새가 날아가 버리면, 다시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 새로운 이야기를 물어오게 합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자전거를 끌고 온 꼬마 아이들부터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어른들까지 나이도 성별도 신분도 각양각색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되면 모두 하나가 되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숨을 죽입니다. 무서운 계략이 펼쳐지면 침을 꼴깍 삼키고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함께 웃고 떠들던 구경꾼이 마지막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때까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압둘이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함박웃음을 띠고 할아버지에게 말합니다. "무디누(도시) 전체에서 우리 직업이 최고예요. 그렇죠, 할아버지?”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꾼이란 직업을 그 무엇보다 뿌듯해하는 압둘의 이 한마디는,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멋진 직업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야기 틈틈이 ‘무우진 (muezzin: 이슬람교도들에게 기도 시각을 알리는 노래인 ‘아잔’을 부르는 사람)’, ‘바이락 (balak: 조심하세요)’, ‘칸 야 마 칸 (Kzn ya ma kan: 옛날 옛날에)’ 등 아랍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여 이슬람 문화를 배우는 재미도 전해 줍니다. 책에서 쓰인 아랍어는 머리말 부분에 자세히 뜻을 풀이해 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