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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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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보는 과거의 역사와 사회
『주역』의 경문은 주나라 문왕과 무왕, 주공을 주인공으로 하는 은말 주초의 정치적 변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 사회의 여러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사람들의 농업, 목축, 사냥 등의 경제생활에 대한 기술도 있고, 정벌, 제사, 소송, 혼인, 질병, 음식, 성행위 등의 사회생활과 천자에서 노예에 이르는 사회신분 및 봉건?종법제도 등 사회제도에 대한 기술도 있으며, 또 은말 주초의 정권교체 과정도 들어 있다. 즉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주역』은 과거의 사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기록인 셈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1번 건괘는 문왕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보는 것이 이롭다. 앞의 ‘현見’자는 나타나다라는 뜻의 현現으로 읽는다. 뒤의 ‘견見’자는 만나보다는 뜻의 견見으로 읽는다. 『역전』에서 ‘대인大人’은 큰 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나, 『역경』에서는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有官位者)을 가리킨다. 효사에서 ‘용’과 ‘대인’은 모두 문왕을 가리킨다. ‘나타난 용이 밭에 있다’는 것은 대인이 나타나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왕이 때를 얻어 활동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그를 만나보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는 말이다. 문왕의 명성이 날로 높아가자 그 주위에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는데 서백이 노인을 공경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찾아와 귀속하려 한 것이 하나의 예이다. 태전太顚, 굉요宏夭, 산의생散宜生, 육자?子, 신갑辛甲 등의 대부의 무리들이 모두 찾아와 그에게 귀속하였다. 효사에서 ‘용’과 ‘대인’은 문왕을 가리키며, 문왕이 활동하고 있을 때 많은 인재들이 문왕을 찾아와 귀속한 사실을 기술한 것이다. -본문 41~42쪽 10번 이괘의 주제는 무왕의 은나라 정벌이다. 六三. ?能視, 跛能履, 履虎尾, ?人, 凶. 武人爲于大君. 눈먼 사람이 볼 수 있고,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으니, 호랑이 꼬리를 밟아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 흉하다. 무인이 대군이 되었다. 효사는 무왕이 목야에서 은의 군사를 궤멸시키고 천자의 자리에 오른 것을 기술하였다. ‘묘?’는 눈먼 것(目盲)이다. ‘파跛’는 절름발이이다. ‘호虎’와 ‘무인武人’과 ‘대군大君’은 모두 무왕을 가리킨다. ‘눈먼 사람’과 ‘절름발이’는 모두 은의 제후국 혹은 신하 혹은 군사들에 비유한 것이다. ‘눈먼 사람이 볼 수 있고,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은의 제후국 혹은 신하 혹은 군사들이 무왕의 적수가 되지 못하면서 무왕과 싸움을 하려 한다는 말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 흉하다’는 것은 이들이 무왕과 일전을 벌이다가 궤멸되었다는 말이다. ‘무인이 대군이 되었다’는 것은 곧 무왕이 천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무인위우대군武人爲于大君’은 무인이 대군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곧 무왕이 천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본문 105쪽 또 주역에는 이런 정치적 사실 말고도 일상적인 인간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九三. 家人??, 悔, ?, 吉. 婦子??, 終吝. 집안사람들이 슬피 우니, 뉘우치고 위태로우나, 길하다. 부녀자가 웃음소리를 내나, 마침내 어렵다. ‘학학??’은 오오??와 같으며, 많은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이다. ‘희희??’는 웃음소리이다. 가정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을 수 있다.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집안사람들이 슬피 울며 근심에 잠기나 결국 좋아지며, 좋은 일이 있으면 웃음소리를 내다가 마침내 어려움을 만난다는 말이다. 결국 가정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끊임없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본문 241~242쪽 저자는 이런 식으로 종래의 추상적인 해석을 넘어 『주역』의 모든 구절을 실제의 생활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은말 주초의 역사를 파악하고 고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길하고 흉하다는 점의 판단으로부터 당시의 윤리와 가치관을 짐작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역』을 당시의 역사, 문화, 사회 등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며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책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주역』을 읽는 바른 눈 그렇지만 이 책이 그간의 다른 해석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은 이 책이 『주역』의 ‘역경(易經)’만을 다루고 있으며 ‘역전(易傳)’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역경은 『주역』의 원문 자체이며, 역전은 그에 대한 철학적 해설서이다. 『주역』은 한나라 시기에 역전이 출현한 이후에 비로소 경의 반열에 모르며, 철학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비록 원래의 『주역』 경문이 옛날의 생활상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로부터 이끌어낸 철학적 원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역전에서 비롯된 철학적 원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유학과 도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동양 사상의 형성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경문의 해석은 백이면 백 다 다를 수 있으며 정답이 없다. 『주역』을 읽는 이는 자신의 철학과 논리에 따라 해석하면 되는 것이고 여기에 필요한 것은 『주역』 경문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그 시각은 『주역』의 본래 의미와 이후 역학의 발전을 모두 살핀 후에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주역』 경문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당시의 역사와 삶을 살피고, 『주역』의 본래 모습을 본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의 다음 권으로 『내 눈으로 읽은 주역(역전편)』을 준비하고 있으며, 남은 평생을 바쳐 역학의 발전사를 다룰 다른 책들을 집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작업들은 『주역』에 대한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 것이다. 역학 연구에 바친 반평생 저자는 젊은 시절 조선의 문화를 되살려야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주자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만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그곳에서 『주역』을 만나고, 그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진실로 『주역』은 주자학을 넘어 다른 학문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봉우리이다. 이것은 거의 모든 동양 문화 전반에 걸쳐 있으며 성리학부터 민간 신앙에까지 속속들이 들어와 있다. 이런 『주역』에 대한 연구 없이는 옛 조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내 눈으로 읽은 주역(역경편)』은 저자가 필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조선 역학 연구의 첫 단계이다. 조선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경과 역전을 이해해야 하고 그 다음 중국의 역학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주역』에 대한 각자의 해설은 많아도, 그 역사와 발전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이 책을 시작으로 ‘조선역학사’ 연구에 필요한 기초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며, 살아생전에 다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후학을 위해 길을 닦는다는 마음으로 『주역』 연구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