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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뫼리스는 이 책을 구상한 후 뒤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을 보러 루브르 박물관을 드나들며 (마치 들라크루아가 자신이 사랑하던 화가 루벤스를 비롯한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공부를 했던 것처럼) 들라크루아의 작품뿐 아니라 당시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했다고 한다. 이렇게 모사한 작품은 이야기의 전개에 맞춰 참신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정확한 데생을 중시하는 고전주의 회화의 우두머리인 앵그르와, 색채와 감성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자인 들라크루아를 비교하는 부분은 물감 세례를 받는 앵그르의 「터키 욕탕」(41쪽)으로 표현했고,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에 쏟아진 공격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여인의 목을 자르는 노예가 들라크루아의 목에 칼을 겨누는 것(65쪽)으로 패러디했다. 또 들라크루아 사후에 벌어진 경매에서 화가의 유품과 작품을 파는 자리에 몰려온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장면은 또 다른 낭만주의의 기수인 제리코의 「메뒤즈 호의 뗏목」(89쪽)을 패러디했다. 이렇게 패러디된 그림과 실제 명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작가가 직접 모사한 루브르의 명화들은 맨 뒤 ‘관련작품’(103쪽)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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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뒤마와 들라크루아, 21세기에 다시 태어나다
‘옛것을 익혀 새롭게 한다’는 의미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자주 애용되던 창작의 원리이다. 옛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여 자신의 화업의 밑거름으로 삼거나 그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일은 미술의 영역은 물론이고 다른 예술의 영역에서도 늘 있어 왔던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뒤마와 들라크루아라는 19세기의 인물들에게 우리를 안내하는 이 젊은 작가의 이 그림에세이는 재기발랄하고 참신하다. 뒤마가 들려주는 별난 화가 들라크루아 이야기 탁월한 색채 감각을 지녔던 화가가 마차의 보라색 그림자를 보고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던 색채의 동시대비 법칙을 깨닫는 장면(52쪽)이나 뒤마가 개최하는 무도회 장소를 장식하느라 화가들이 모였을 때, 거의 일이 끝나갈 무렵 나타난 들라크루아가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하자 동료 화가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들라크루아를 에워싸더니, 질투나 부러움에서가 아니라 순수한 존경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새로 탄생한 제2의 루벤스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84쪽) 등은 화가의 천재성이 잘 드러나는 일화들이다. 특히 천생 화가인 들라크루아를 “그림을 그리든지, 그릴 수 없다면 죽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40쪽)이라고 평하고, 고전주의와 대비되는 화가의 낭만주의적 본성을 포착하여 “앵그르와 들라크루아가 아펠레스보다 3백년을 앞서 태어났더라면, 앵그르는 아마도 데생을 창안했을 것”이지만 “들라크루아라면 틀림없이 회화를 만들어냈을 것”(41쪽)이라고 정리하는 부분은 ‘눈이 밝은 관찰자’이자 화가를 알아주는 지음(知音)으로서의 뒤마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찬반이 심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화단의 조롱과 비판에 맞서야 했고 아카데미 회원 선출에서 7번이나 고배를 마신 들라크루아의 인생은 그의 그림에 흐르는 격렬함과 과장된 정조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고 비장하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들라크루아는 절망하고 화내고 부끄러워하고 아이처럼 기뻐하고 토라지고 때로는 거만을 떨고 감정에 겨워 ‘오버’하기 일쑤인, 지극히 인간적이고 천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첫 살롱 출품작에 액자를 마련해 준 그로 남작의 호의에 한없이 고마워하고(22쪽) 고전주의 일색의 화단이 앵그르를 내세워 그를 따돌리는 장면(33쪽)에서는 놀이터에서 놀 친구가 없어서 머쓱해하는 아이처럼 표현되어 있다. 또 오를레앙 공작 대신 「마리노 팔리에로의 처형」을 사러온 뒤마에게 마리노 팔리에로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56-58쪽)은 더없이 코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