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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목숨의기억 미미와 찌찌 달팽이가 있는 별 내 님의 당나귀 해설-복도훈 작가의 말 |
崔仁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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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은 주인공 ‘나’가 겪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관한 체험담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격리는 사람에게는 가혹하다. 사람은 송충이나 은행나무와는 달리 죽음 이후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사람의 그런 생각과 욕망으로 인해 그 격리는 더욱 가혹하다. 아니, 이런 경우 어쩌면 그 격리가 아니라 차라리 사람의 그런 특성이야말로 가혹한 것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쪽) 고등학생 시절 부모가 이혼을 하고 형은 출가를 해서 혼자 남겨진 ‘나’가 세상에 회의를 품고 자살하려 찾아간 산에서 친구 둘을 만난다. 그 둘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성경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죽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죽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죽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죽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죽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죽고…… ” 죽고, 할 때마다 둘은 끽끽거리며 웃고 망연히 듣고 있던 ‘나’는 자살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상한 것은 그날 만난 한 친구는 이미 몇 달 전에 죽었고, 한 친구는 살아 있다는 것. 세월이 지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머지 한 친구도 사고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날 입은 옷이 자살하러 찾아들었던 산에서 만났던 날 입은 옷과 같더라는 것.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미농지처럼 얇아지는 순간,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어떤 곳에서 만났던 것이다.
「목숨의 기억」은 아버지가 일찍 죽고 어머니는 집을 떠나 조부모 손에서 자란 ‘나’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는 교사였는데 여름방학 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건지다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가 성인이 되었을 때 회사로 정보부 직원들이 들이닥친다. 아버지가 간첩이었다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로 알고 있던 빵떡모자 뺑덕이 아저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한다. 「미미와 찌찌-盆地에서 노래하는 앵벌이」의 주인공 성진은 부모에게 버려져 이모네 순댓국집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와 성진을 데리고 간 곳은 남영동의 쪽방촌. 아버지는 어머니라며 유골상자를 내놓는다. 어머니의 고향인 하조도에 장례를 치르러 가고자 해도 차비 이십몇만원이 없어 아직 가지 못했던 것. 막일을 해서 하루를 먹고사는 아버지는 돈을 벌고자 주민등록증을 팔고, 그 신분을 사간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아버지는 감방에 갇힌다. 혼자 남겨진 열여섯 성진은 쪽방촌에서 만난 앵벌이 미미를 만나 앵벌이를 배우고, 부랑인 노숙자에게서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을 빌려 대출도 받고 자동차도 샀다 팔고 신용카드도 만들어 물건을 사서 팔아먹고 휴대전화도 가입하여 빌려주고 팔아먹고······ 하는 것도 배우며 돈을 벌고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도 그의 등에는 여전히 어머니의 유골상자가 매달려 있다. 이모부와 이모 집에서 쪽방거리로, 쪽방거리에서 교도소 감옥으로, 감옥에서 거리로 나아가는 어린 앵벌이들은 아비에게는 자식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는 노동력 상품일 따름이다. 앵벌이에게 가족은 삶의 우연성과 부조리가 돈과 교환되는 시장에 다름 아니다. 가족이라는 형식을 그럴듯하게 유지하는 어떤 가정조차도 사실은 행복과 안정을 돈으로 사고파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달팽이가 있는 별」의 가족은 바보천치인 영득이를 삼청교육대에 팔아넘긴 덕택으로 어머니와 공모한 아버지가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행복하게 고기를 구워먹는 곳이다. 「내 님의 당나귀」에서 둘 다 고아인 ‘나(안중호)’는 아내인 김순이와 함께 “하수구 냄새가 더 지독한지, 돈냄새가 더 지독한지 한 번 두고 보자, 하는 심산”으로 시장통의 하수구가 있는 장소에 튀김집을 열어 악착스럽게 돈을 번다. 그러던 중에 교통사고가 나며, 아내는 전신불수에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게 된다. 그때, 아내의 아비라는 낯선 사내가 전화를 하고 ‘나’를 찾아온다. “잘 봐주면 주정뱅이, 험하게 보면 도깨비의 형상”인 순이 아비는 그 동안 순이가 몰래 부쳐주던 용돈을 마저 내놓으라고 ‘나’를 협박한다. 이 아비의 정체는 누구인가. 소설은 주인공이 아비의 음성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순이 아비의 음성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가까이에서 들은 적이 있는 음성이었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순이 아비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나’가 감히 하지 못한 일들을 ‘해버리는’ 존재이다. 그는 평상시 무기력한 ‘술주정뱅이’, 무능한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곤란하고도 처치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에는 ‘도깨비’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위력적인 초자아와 비슷하다. 한편 순이 아비의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인다는 점에서 그는 화폐-신과도 같은 존재다. “널 니 주인으로 만드는 건 돈밖에 없어. 돈.” 순이의 병실을 옮겨주고 회생불가인 순이의 장기를 팔라고 권유하는 자도 순이 아비이며, 가게 터를 회생시키는 것도 결국 그이다. 그렇지만 ‘나’가 아비에게 의존하면 할수록, ‘나’는 자기 자신과 멀어져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가 직면한 이러한 곤궁과 교착상태의 증거다. 그러나 결말에서 ‘나’는 순이 아비가 경영하는 질서와 손을 끊는다. 그것은 결국 “거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