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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찰이 모두 끝난 시각이어서 병원약국이나 대기실이 있는 1층은 삭막했다. 낮이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비도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연경은 잠시 상지를 내려놓고 불이 꺼진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커다란 병원 유리문 너머로 깜깜한 어둠이 내비친다. 이제 7시가 지났을 뿐인데 바깥은 이미 한밤중처럼 컴컴했다. 까만 도화지에 하얀 물감을 툭툭 떨어뜨린 듯, 어둠 속에 하얀 눈송이가 나풀 나풀 떨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그 집을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연경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모든 게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철옹성처럼 단단히 쳐놓았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드문드문 맨살이 한파에 노출된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쓰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환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을 들여다볼 짬도 없으니까. --- p.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