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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에 살고 싶다
사랑이 있는 풍경
변상태
정음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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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 전원주택의 꿈을 이루다.
왜건이 있는 창 / 전원의 꿈 / 부엌 속의 얼굴 /
시간의 벽 / 홈바와 사람들

2 . 표정 있는 집, 세이재에 살다.
영혼의 소리, 사랑방 / 블루 크리스마스 / 강아지 스피커 /
아담과 이브 / 검은 드레스 자락의 계단

3 . 이브의 테라스에는 아담의 커피가 있다.
환희의 벽 / 곗돈과 오디오 / 링거주사와 영화 /
그대의 빈자리 / 비 오는 날의 테라스

4 . 아내의 뜰에는 향기가 있다.
집짓기의 어려움 / 세이재의 첫인상 /
상추쌈에 생멸치 / 홍도나무

5 . 귀 씻고 눈 닦으니 햇살마저 그리움이다.
젊은 날의 초상 / 참회의 기도 /
남몰래 흘리는 눈물 / 그녀의 차가운 손

저자 소개

저자 : 변상태
변상태는 부산 출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실질적 체험’과 ‘은유적 즐거움’을 미학적 모토로 삼고 있는 그는 일상 속 아이디어를 자신의 디자인에 투영시키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통상산업부장관상, 국무총리상, 추천작가상 등 각종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LG, 삼성, SK, 태평양 등 대기업의 제품 디자인은 물론 ‘청운동 주택’ 국내외 박람회 전시장 등 다수의 설계 건축이 있다. 저서로는 <테크니컬 드로잉> <디자인과 표정> <오디오에 관한 논문>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9쪽 | 50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164476

책 속으로

아내는 이 지긋지긋한 셋방을 탈피하여 언젠가는 저 영화처럼 전원주택에 살아야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후 나는 아내의 발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우리가 꿈꾸는 집을 구상하며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스케치북에 수십 장의 설계도를 그려댔다.
아내는 늘 '브리핑 해봐요'라며 주말이면 나의 스케치를 검증했고 당시 함께 들었던 곡이 전원 교향곡이었다. 그리고 세이재에서 그 전원을 가장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왜건이 있는 창이다. 북쪽 벽면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이 창은 자연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자연산 액자다. 아침에 일어나면 뿌연 안개의 베일에 덮인 자연은 한 장의 그림 엽서가 되고 햇살 비치는 낮 커튼에 비친 소나무 그림자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봄이면 뜰에 가시장미 수국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빗줄기가 땅을 콩콩 내리치는 모습에 한더위가 가시는 느낌이다. 가을에는 누런 들판과 청명한 가을 하늘이, 겨울에는 흰눈이 나무며 땅을 뒤덮는 별세상이 되니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없다.

--- p.23

"옆집에서 마 기생집 채렸나 카겠다."
"장구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그냥 뚜드리믄 되는 거 아이가?"
그럴 때면 뽀로통해진 아내는 내 붓글씨 쓰는 모양을 질책하며 비수의 한 마디를 꽂는다.
"아무리 잘 쓰면 뭐해요. 이렇게 글씨에 힘이 없어요. 이게 여자 글씨지 어디 남자 글씨에요?"
아내는 장구채를 내려놓고 조금 전에 받은 무안을 씻어 내듯 내 붓을 뺏어 힘차게 획을 긋는다. 붓글씨 강의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내가 섬세하면서도 유약한 꼼꼼함의 소유자라면 아내는 시원시원하고 대담한 성격인지라 필체에서도 이런 성향이 확연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작고한 장인어른은 평소에도 글쓰리르잘 쓰셨는데 아내 역시 그 기본을 물려받아 나에게 던지는 조언은 수준급이었다.
글씨 타박에 잠시 의기소침해진 나에게 아내는 '시크릿 가든'을 아느냐고 물어 온다.
"아이고 밤낮 듣던 거 아이가!"
음악 이야기에 기분이 스르륵 풀리며 CD를 찾아 들려주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 단전호흡 선생이 명상하기 좋은 음악이라 권했단다. 그중에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2번 트랙의 <포엠>인데 가끔 방송국의 시그널 음악이나 CF 음악으로 사용된 바 있는 매우 서정적인 바이올린 연주곡이다. 결국 붓글씨와 장구로 냉기를 뿜던 우리 사이는 음악 한 곡으로 다시 평화로운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방 한 구속 주인을 잃은 장구는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처량하게 홀로 서 있다. 덩더쿵 덩더쿵 아내의 장구 소리가 귓전을 때리면 <포엠>이 생각난다.
아내가 늘 꿈꾸던 영혼의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느새 그녀의 어설픈 장구 자락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후회가 밀려들 뿐이다.

--- p.71

출판사 리뷰

사람은 집에 산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자 휴식이며 추억이자 현재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사랑이 있는 풍경 이런 집에 살고 싶다’는 저자 변상태(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전원주택 세이재(洗耳齋) 이야기다. ‘세이재’는 ‘귀를 씻는 집’이라는 뜻으로 음악과 전원풍경이 함께하는 저자의 전원주택을 일컫는 택호다. 또 이곳은 아내와 함께 한 건축과 삶 그리고 추억이 점철된 사랑의 풍경공간이기도 하다.

전원의 꿈이 현실이 되어 집을 짓고 인테리어하며 그 곳에 삶을 녹이는 동안 세이재는 특별한 집이 되었다.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미학적 철학의 대변 공간이면서도 암투병 중인 아내의 휴식처가 되었던 이곳에는 하나하나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아름다운 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 줄 독특한 인테리어 사진과 함께 투병 공간에서의 남달랐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나는 재미있는 게 좋다. 집도 사람도

누구나 꿈꾸는 전원주택이지만 그의 세이재는 여타의 집과 다르게 독특한 표정의 재미있는 집이다. 이 중에서도 집안 곳곳에 감각적으로 배치된 소품들은 신선하고도 특별하다.

술과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 홈바나 도시건물을 표현한 2층의 CD수납장, 거실의 아담과 이브 테이블, 죽은 패키를 기념한 강아지 스피커, 대문 앞의 화분, 현관 장식장의 그릇 등은 모두 남녀를 주제로 한 것이다. 이들은 입모양이나 모서리의 처리, 표면의 재질 등에 차별을 두어 음양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했다. 특히 거실의 테이블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는 아담과 이브는 남자와 여자의 누드를 상징하는 것으로 남성은 불같은 열정의 산화를 빗대어 철판을 녹슬게 했고 여성은 차디찬 크롬 도금으로 깔끔하고 냉정한 성격을 대변했다. (본문 중에서)

저자가 직접 디자인한 이 작품들은 그 모양과 주제에 있어 단연 돋보이는 것으로 풍성한 공간을 연출해낸다. 이는 남녀의 차이를 합으로 이루어 내는 은유(mataphor)적 표현에 근거했으며 사람과 집을 주제로 하는 저자의 미학적 세계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가 사는 집,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공간 속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하고도 특별한 인테리어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다.

전원주택, 꿈에서 현실로

많은 이들이 전원주택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 역시 아내와 함께 영화 <판타지아 Fantasia>를 보고 난 후 전원주택을 갖기로 결심했고 이후 수많은 설계도를 그려 가면서 그 꿈을 키워 왔다.

한때 디자이너라는 격에 맞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프랑크 게리(Frank Gehry), 램 쿨하스(Remment Koolhaas) 등의 건축에 빠져 밤마다 책을 팠고 실제로 일본과 스페인을 방문해 유명 건축가의 건물들을 면밀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전원주택의 대략적인 청사진을 그려갔다. 단순한 외양 만들기, 열린 공간, 식구들과 얼굴 마주보기, 밝은 내부와 풍경 끌어 들이기, 독특하고 재미난 가구, 전통에 대한 향수 등을 버무려 최대한 살맛나는 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본문 중에서)

이처럼 10년 동안 늘 구상해 왔지만 실전에 돌입한 집짓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지를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설계·시공·인테리어까지 손수 모든 것을 해결했던 저자. 최소한의 면적과 빠듯한 예산이 눈물겨워 집짓는 내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설계도를 조금만 바꿨을 뿐인데 기초 공사에 몇 천만 원이 추가 돼 버렸고 애초에 계획했던 평당 100만원이라는 예산은 콘크리트 기초공사를 끝내자 모두 날아가 버렸다. 결국 배관비와 전기공사비가 없어 공사를 중단하는 가슴 아픈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장독대가 프레임 안에 들어오도록 설치해 놓은 뒤뜰의 대형 가벽은 거실 빛을 막는다는 이유로 공사를 완료하고서도 잘라 버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힘들게 완성해 놓고 다시 없애려고 하니 그 비용도 비용이지만 여태껏 들인 시간과 노고가 안타까워 가슴이 쓰려 올 지경이었다. (본문 중에서)

책에서 저자는 전원주택의 구상에서부터 설계 건축 그리고 이후의 인테리어까지 일상 속에서 묻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때론 눈물겹게 때론 유쾌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원주택이 단순한 이상적 공간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의 터전이자 삶의 텃밭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마지막 순정, 아내를 위한 집

세이재는 아내를 위한 집이다. 5년 동안 투병생활을 한 아내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소들은 그 발상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우리 집 침실은 아픈 아내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공간이다. 침대 오른쪽 천장에는 빛이 들어오는 광창을 설치했는데 앉아서 보면 파란 하늘의 구름 가는 모양을 볼 수 있다. 또 비 오는 날은 빗방울 떨어지는 모양 보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밤에는 달빛 별빛을 침대에 누워 감상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하고 좋은 풍경공간은 없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밖에도 아들 방에서 아내가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뒤뜰 데크에서 부엌의 아내를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아픈 아내를 배려한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가족들이 그녀를 지켜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애틋한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일찍 가버린 아내. 이제 저자는 그런 아내를 위해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인간은 세 번 집을 바꾼다고 한다. 어머니 양수 속이 첫번째 집이요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대지 위의 집이 두 번째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영혼의 집이 그 세 번째다. ........
나는 이제 세 번째의 집을 마련해 두었다. 벽제 해인사 납골당 ‘미타원’ 한 쪽에는 가마 모양으로 된 한 쌍의 유골 보관함 위로 크리스털 비석이 놓여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내 영혼의 반쪽인 아내의 자리와 함께 내가 들어갈 자리 하나 마련해 둔 것이다. ...... 그 옆 빈 공간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내 마지막 사진이 들어가면 우리 부부도 연리지처럼 하나가 되리라. (에필로그 중에서)

이처럼 저자는 집의 범위를 영혼까지 확장시켰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영혼의 집까지 확대된 저자의 공간미학은 우리 삶에 새로운 의미를 던져 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공간을 디자인하고 삶을 일구는 과정을 통해 집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함께 하는 공간의 추억

저자 변상태는 하루 종일 슬픈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는 감성의 소유자다. 본인이 직접 오디오를 설계하고 디자인할 정도로 오디오광(狂)인 그는 집안 곳곳에 특이한 디자인 스피커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의 동시다발적 슬픔을 음유하며 외로움을 씻어내고 고인(故人)이 된 아내를 추억하는 것이다.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그의 이런 사랑과 열정은 아내와 함께 한 음악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추억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우리 집 최초의 오디오 이야기는 70년대 말 합정동의 셋방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내는 둘째를 가졌을 때고 나는 대학원생으로 조교하며 받는 급료가 고작 5만원이었다……그 당시 백만 원은 정말 거금이었으므로 겁 없이 계를 한 아내에게 타박 섞인 한마디 던졌지만 내심 알뜰하게 살아가는 아내가 고맙기만 했다. 우리는 그 중에서 70만원을 뚝 잘라 내어 평소 보아 두었던 '히타치 미니 컴포넌트' 를 샀다. 그리고 아내 역시 클래식 전집 카세트를 할부로 들여놓아 태교 한다는 핑계로 밤늦은 줄 모르며 함께 음악에 취하곤 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공간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는 아내와 함께 들었던 음악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이를 통해 저자의 음악적 견해는 물론 그 선율과 함께 한 공간의 추억과 만나볼 수 있다.또 책 내용에 소개된 음악 중 일부를 CD와 함께 제공해 독자들에게도 저자의 음악적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공간에 담긴 애틋한 사연을 통해 독자들의 감성을 뒤흔들 ‘사랑이 있는 풍경 이런 집에 살고 싶다’. 메마르고 건조한 이 겨울,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집의 의미를 되새겨 줄 새로운 풍경 에세이를 만나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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