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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다
편지 / 마가렛의 이야기 / 열세 번째 이야기 / 도착 / 윈터 여사와의 만남 / 이야기가 시작되다 정원 / 유모차 사건 / 모슬리 부부 / 디킨스의 서재 / 인명사전 / ≪밴버리 헤럴드≫의 기록 폐허 / 친절한 거인 / 묘지 이야기가 이어지다 헤스터 / 인생상자 / 나무 속의 눈동자 / 다섯 개의 음/ 검사 / 유령을 믿는가 / 헤스터 이후 실종 / 찰리 이후 / 다시 엔젤필드로 / 러브 부인과 뜨개질 이야기 / 유산 ≪제인 에어≫와 고통의 시간 / 몰락 / 은빛 정원 / 음성기호 / 사다리 / 영원한 황혼 화석이 된 눈물 / 물속에서 암호를 풀다 / 머리카락 / 비와 케이크 / 재회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 12월의 시간들 / 자매 / 일기와 기차 / 과거를 부수다 / 헤스터의 일기 2 이야기가 끝나다 이야기 속의 유령 / 유골 / 아기 / 화재 이야기가 시작되다 눈 / 즐거운 생일 / 열세 번재 이야기 / 추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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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두드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 p.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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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무덤을 보살피듯 나는 책을 보살핀다. 책을 닦아주고, 작은 흠집을 보수하고, 말쑥한 상태로 유지한다. 날마다 나는 책을 한두 권 뽑아서 몇 줄, 몇 페이지를 읽으며 죽은 자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게 한다. 죽은 작가들은 자신들의 책이 읽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날카로운 한줄기 빛이 그들의 어둠을 가를까? 자신의 책을 읽는 누군가의 섬세한 손길에 그들의 영혼이 동요할까? 그러기를 바란다.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것일 테니까.
--- 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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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네. 이야기는 마치 가족과도 같은 거야. 우리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을 잃었다고 해도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 있으니까. 그들에게서 멀어지거나 등을 돌려도 가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야.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네.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는 법이지. 언제 들려줄 텐가? …… 자네가 원한다면 아무 말도 안 해도 좋아. 하지만 이야기는 침묵을 좋아하지 않아. 이야기에겐 말이 필요해. 말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엔 죽어버리고 말아. 그리고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니지."
--- pp. 416~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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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다 윈터의 전기를 출판하지 않기로 했다. 이 세상은 그 이야기에 열광하겠지만 이제 그 이야기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애덜린과 에멀린, 불과 유령의 이야기는 이제 오릴리어스의 것이었다. 묘지의 무덤들도 그의 것이었고 그가 달력에 표시할 수 있는 생일도 그의 것이었다. 진실은, 세상에 낱낱이 드러내지 않아도 이미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와 카렌은 과거의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다.
--- p.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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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헌책방을 꾸려가며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전기를 쓰는 마가렛 리. 그녀는 어느 날 영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 윈터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오랜 세월 과거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이야기를 지어내며 살아온 그녀가 이제 진실을 말하겠다며 손짓해온 것이다. 마가렛은 비다 윈터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베스트셀러 ≪변형과 절망에 관한 열세 가지 이야기≫를 읽으며 한편 한편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그런데 마지막 열세 번째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마가렛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즉시 회수되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히 살아남은 희귀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라진 열세 번째 이야기에 대한 의문을 품고 요크셔의 외진 저택으로 비다 윈터를 만나러 떠난다.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최고의 이야기꾼과 사람보다 책을 더 사랑하는 독서광의 만남. 지어낸 이야기로 평생을 살아온 비다 윈터와 진실만을 다루는 전기 작가 마가렛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비다 윈터는 마가렛에게 지금은 폐허가 된 대저택 엔젤필드에서 대를 이어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이상으로 감금된 여인과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유령, 책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방,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쌍둥이 자매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음산하고 기괴했으며, 엔젤필드의 가족은 누구 하나 정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비이성적이고 괴팍하며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살았다. 비다 윈터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마가렛의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간다. 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의 핵심에서 비껴나 있는가. 피폐해진 엔젤필드에 들어온 열정적인 가정교사 헤스터는 어디로 갔는가. 정원사 존 더 딕은 왜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는가. 유령의 정체는 무엇인가. 공사중인 엔젤필드에서 발견된 유골은 누구의 것인가. 밤마다 윈터 여사의 정원을 서성이는 여인은 윈터 여사의 쌍둥이 자매인가. 열세 번째 이야기의 비밀은 무엇인가. 그 모든 의문을 추적하며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가던 마가렛은 마침내 그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과 대면하고, 윈터 여사가 세상에 말하지 못했던 마지막 열세 번째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