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대로 보첼리는 시각장애인이다. 오페라 가수를 소망했던 그에게 앞을 볼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시골의 소산'이라고 칭할 정도로 이탈리아 투스카니(Tuscany)의 가족생활, 그리고 시골의 목가적인 문화와 전통에서 자양분을 얻으며 자란 그는 그 불편함을 딛고 일어섰다. 오페라 무대를 휘저으며 노래할 수는 없었지만 기어코 성악가수라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자신의 영웅이던 성악가 프랑코 코넬리(Franco Corelli)의 제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수련을 쌓던 그는 1992년 'Miserere'란 곡의 데모 작업에 참여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록 뮤지션 주케로(Zucchero)와의 운명적 만남이 성사되었다. 벨 칸토 창법에 충실하면서도 부드러우며 공명하는 비브라토가 특징인 그의 목소리는 주케로와 테너 파바로티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이어 1994년에는 산 레모 가요제에서 'Il Mare Calmo Della Sera'란 곡으로 우승하며 그때부터 그의 음악생활이 꽃피기 시작한다.
1994년과 1995년 클래식 음반 2장을 잇따라 발표한 그는 1997년 드디어 첫 크로스오버 앨범 "Romanza"를 출시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어 1999년에는 본격적인 팝 음반 "Sogno"가 발매 즉시 빌보드 팝 차트 5위 내에 진입하는 '사건'을 연출했다. 셀린 디온, 에로스 라마조티 같은 팝 가수들이 참여한 이 음반은 대중들에게 더욱 더 눈높이를 맞춰 훌륭한 팝 음반으로 평가받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앨범이 발매되자 동시에 그가 전에 발표했던 앨범 4장이 모조리 미국 팝 차트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1987년 U2, 1992년 가스 브룩스 이후에 첫 번째 위업이었으며, 그와 같은 현상을 지켜본 미국 언론들은 비틀매니아, 데드헤드에 버금가는 '보첼리매니아'(Bocellimania)라는 문구를 붙여줬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그는 지난해 5월 직접 내한해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열창,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Sogno" 이후 2장의 클래식 음반을 내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보첼리가 이번 신보 "Cieli Di Toscana"를 통해 다시 팝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의 고향 '투스카니의 하늘'을 타이틀로 내건 이 앨범에는 예의 편안하고 대중적인 팝 넘버 14곡이 실려있다. 특색이라면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3팀의 프로듀스진이 참여, 각각의 색깔을 주조해냈다는 것. 그중 마우로 말라바시(Mauro Malavasi)는 "Romanza"와 "Sogno"에 이어 계속해서 보첼리의 팝 음반에 협력하고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