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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등대
그림이 있는 에세이
정해정
해드림출판사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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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살아온 날이 날마다 자카란다 빛깔의 잔칫날 ?4
작품해설 시와 소설이 함께 들어 있는 수필(나태주) ?194

8월의 연(鳶)_13
가는 세월_16
가을 국화_21
거라지 세일_24
개똥벌레의 여행_27
아! 가을 냄새_31
고마운 소_35
고맙다 봄아_40
고향에서 온 부채_43
그림 같은 시, 시 같은 그림_47
도라지꽃_54
매미는 시인이었다_58
믿고 사는 세상_63
삶의 향기_68
비둘기 발가락_73
손, 손, 손_78
수호천사_82
쑥에 담긴 고향 맛_87
아기장님 제인_91
황홀한 작은 공간_94
인사동 장날_98
작은 우주_102
빈대에게 물어봐_106
재미있는 전쟁_110
첫사랑 사색_113
콩나물_117
탯줄_121
호랑이 이야기_125
마음의 부자_130
네 잎 클로버_136
미안해 로미오_140
스승의 날에_144
이빨 여행_148
내가 사랑하는 작은 부스러기들_153
선물_158
무궁화, LA에서 만나다_161
울엄마 은가락지_164
제비 오는 날_168
등잔 밑_173
아버지의 눈_177
출산 장려, 출산 억제_185
향기등대_189

저자 소개 1

전라남도 묵포에서 태어났다. 1993년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에서 시로 등단하였고, [미주중앙일보]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한국아동문예 아동문학상, 가산문학상, 고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동화집 『빛이 내리는 집』, 5인 동인지 『참 좋다』, 그림이 있는 에세이 『향기등대』, 그림이 있는 시집 『꿈꾸는 바람개비』, 5인동인지 『참 좋다』 『다섯나무숲』,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 등이 있다. 미주아동문학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마루문학회 회장, 미주가톨릭문인협회 회장,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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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152*225*20mm
ISBN13
9791156341079

책 속으로

미국에서 보는 모든 것들은 내가 살아온 한국 것들과는 모양새가 조금씩은 다르다. 특히 조류가 그래서 약간은 낯설다. 그러나 비둘기만큼은 낯설지가 않다. 비둘기 본산지는 원래 서양이라고 하지만 한국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어쩔 땐 나처럼 이민자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까마득한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아버지가 동네서 비둘기 한 쌍을 얻어 오셨다. 바로 사람을 시켜 지붕 위에다 큼직한 집을 지어 비둘기들의 살림을 차려주었다. 한데 며칠 지나자 큰일이 났다. 비둘기가 알을 품었는데 어른 팔뚝보다 더 두꺼운 구렁이가 기둥을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비둘기의 신혼집을 더듬어 알을 먹어버렸다. 그런 난리가 있었는데도 비둘기들은 어찌나 번식을 잘하던지 식구가 금방 늘어 툇마루며 마당이 깨끗할 날이 없었다. 살림을 돌보던 바지런한 끈님이 성이 빗자루를 들고 비둘기들을 쫓는다.
“훠이! 훠이! 이 똥 좀 봐. 참말 드러워서 못 살겄네.”
“내비 둬라. 저 머리통 이쁜 것 좀 봐라. 목을 움직일 때마다 양색이 나는 것이 꼭 비단 목도리를 두른 것 같구나. 비둘기는 전쟁 때 편지도 잘 전해주는 집배원이란다.”
대청마루에서 저고리 동정을 달고 계시던 엄마가 대꾸하신다.
“근디 어찌나 부부금실이 좋은지라우. 작은각시는 절대로 안 본답디다. ”
“그래서 금실 좋은 부부를 보고 비둘기 한 쌍이라고 하지 않디?”
나도 한마디 끼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저 빠알간 발가락 좀 봐, 발 시리지 안으까?”

나는 이민 초기에 LA 다운타운 한쪽 귀퉁이에서 노점상을 한 적이 있다.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나 등을 떠밀리다시피 해서 얼떨결에 시작한 생활 수단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처지라 지금 생각하면 이만저만 통 큰 짓이 아니었다. 조그만 좌판에다 핸드백을 놓고 파는 장사였다. 한국사람 도매상에서 사다가 가방 속에 헌 종이를 넣고 모양을 잡아 좌판 위에 늘어놓는다. 그리고 손님과 도둑을 가리는 눈도 없이 종일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황폐한 LA 다운타운은 비둘기들이 새벽을 연다. 온종일 사람들 속에서 푸드덕거리며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 먹을 것을 잘도 찾아 먹는다. 어느새 비둘기들이 보이지 않으면 좌판 보따리를 쌀 시간이다. 왁자지껄하던 사람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장사도, 손님도 비둘기도 다시 오지 않고,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노숙자들만 움직이니 다운타운은 어둠과 함께 유령의 도시로 변하고 만다.
나는 장사를 할 줄도 모르고, 또 장사도 시원찮고 해서 내 앞에서 종종거리는 비둘기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곳의 비둘기들은 그 연하고 빨간 발가락이 모두 뭉그러지고, 떨어져 나가고 성한 놈이 거의 없다. 어떤 녀석은 발가락이 하나도 없어 마치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 같다. 나는 빨갛고 연한 녀석들의 발가락을 보면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싶어 가슴이 저려오면서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다운타운에서 바느질 공장을 오래 했다는 후배가 들렀기에 물어봤다.

---「- 비둘기 발가락」중에서

출판사 리뷰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색감이 있는 에세이,
LA작가 정해정의 에세이 [향기등대]

화가이자 작가인 정해정 씨가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수채화로 수놓은 에세이집 [향기등대]를 출간하였다. 에세이집으로는 첫 출간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다.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도시의 저자답게, 이국적 정서와 더불어 이민 생활에서 겪은 삶의 갈등들이 조금은 시리게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고향을 향하는 어쩔 수 없는 원초적 정서와 일상에서 끌어올린 평화로운 서정의 에세이로 채워져 있다.
또한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저자는, ‘어른동화’ 같은 형식의 에세이를 통해 독자의 동심을 자극하여 행복하게 하는 등 무엇보다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행간에서 평화를 느끼게 한다.

살아온 날이 날마다 자카란다 빛깔의 잔칫날이었으니
[향기등대]도 마찬가지

오월의 캘리포니아는 온통 연보랏빛 쟈카란다로 도시를 뒤덮는다. 사월이면 가로수에 연보라빛 안개가 서리는 것이다. 그 은은한 향기와 온통 보라색으로 덮인 거리가 장관이다. 그러다 오월 말쯤 되면 꽃이 지기 시작한다. 연보라색 꽃눈이 날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쟈카란다는 자기가 필 만큼 꽃자리를 편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동차 위에도, 길거리에도 보라색 융단이 깔린다.
저자는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인생 여정의 종착역이 다가옴을 느낀다는 저자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날마다, 날마다 ‘잔칫날’이었다는 것이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안개가 끼면 그런대로, 폭풍우와 벼락과 번개가 치면 또 그런대로…. 따라서 이번 에세이집 [향기등대] 또한 잔칫날처럼 행복한 글들로 엮여 있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전쟁의 소용돌이를 치르고, 부모 형제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런 모든 것들 죄다 잔칫날이었다는 것이다. 신앙처럼 승화된 삶의 상찰과 관조가 놀랍다. 늘그막에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탈출하듯 서울 하늘을 탈출하고 태평양 건너 안개 속으로 이민을 온 것도 또한 잔칫날이었다니 ‘향기등대’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을 짐작할 듯하다.


나태주 시인이 본 정해정

글 속에 강력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고 시에 버금갈 만한 진한 서정이 숨 쉬고 있었다. 아,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인 나한테 글을 읽혀보고 싶었고 또 글을 받고 싶었던 것이구나, 그 숨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
향기가 있었고 아픔이 있었고 그런 만큼 울림이 강했다. 세월의 간극을 넘어 오래 가는 마음의 일렁임과 그림자와 거기에 따른 그리움이 살아 있었다.
.
‘글은 사람이다.’ 라고 말한 프랑스 사람 뷔퐁의 발언이고 두 번째는 ‘모든 글은 자서전이다.’ 라는 나의 말이다. 그러하다. 정해정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대뜸 갖게 된 생각은 정말로 뷔퐁의 말 그대로 정해정 선생의 글이 참 많이도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살갑고 부드럽고 향기롭기 글과 사람이 그럴 수 없이 닮아 있었던 것이다.
.
정해정 선생의 글은 어떠한 글이든지 일단 측은지심에 뿌리내린 글이다. 측은지심이란 봄의 마음이요 창조의 마음이요 희생과 봉사와 위로와 축복을 불러오는 마음이다. 감동 또한 이 마음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지닌 마음 가운데 최상의 마음이라면 바로 이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정해정 선생의 문장이 이러한 마음에 터전해서 쓰여졌다는 데에 우리의 감격과 감사와 기쁨은 머무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정해정 선생의 책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 세 편을 뽑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다음 세 편을 고를 것이다. 첫 번째는 「울 엄마 은가락지」. 이 글은 아름답고 절절하기가 작은 동화 같기도 하고 또 산문시 같기도 하다. 가편 중에 가편이다.
그 다음은 「아버지의 눈」이다. 이 글은 매우 마음이 아프다. 역사적 사실의 피안에 묻힌 가족사가 들어 있다. 그대로 서사형식이다. 그러면서도 문장이 아름다운 건 글쓴이의 심성이 고와서 그런 것일 터이다.
그 다음은 또 「향기등대」이다. 매우 현실적이지만 그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가 있다. 역시 서사형식이 매우 가지런하다. 사람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시인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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