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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른의 체증 (滯症) 6
술 마시는 밤, 당신이 발효되는 시간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14 멋있는 어른 19 마음 세수 23 발효 28 성공한 삶이란 31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 35 조커는 바로 나 42 술은 술로, 사람은 사람으로 46 꼰대 주의보 53 믿고 믿고 59 또 믿기 59 My way 66 그래, 나 취했는지도 몰라 71 맑갛게 피어나는 투명한 향기 뭘 해도 괜찮을 나이 80 한 끗 차이 86 삶의 약도 89 더 넓은 사람 94 모든 게 똑같다고 해도 99 사촌오빠가 생겼어요 104 혼자만 알면 재미가 없어요 107 내일의 내 일 111 안 돼서 되는 날 120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 130 제주 막걸리 예찬 136 다움 139 어느 평범한 대화 기록 144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148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 155 더 진하게, 더 깊게, 더 강렬하게! 할아버지 냄새 168 술이 나를 마실 때 173 토 178 금정산성 막걸리와 인연 180 말 조심들 합시다 188 상스러운 시작? 상서로운 시작! 194 주령구를 굴려라 197 여기도 저기도 204 첨성대 할아버지 209 증류인간 213 풍류여아 219 내 사람 228 지금 우리의 술 232 좋은 술, 나쁜 술, 이상한 술 236 경진이와 별의 추천술 241 에필로그: 서른의 맛, 서른의 걸음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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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우리 술을 배우고자 8개월 전 이곳에 찾아 온 젊은 남자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첩첩이 둘러싼 산뿐인 이곳에서 생활하며 양조장 일을 돕고 있던 그는 간만에 찾아 온 또래 손님인 우리를 살갑게 대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귀를 막으려 우리에게 소리쳤다.
“야아~ 나 그 동안 깨끗하고 좋은 것만 접하며 살고 있었는데, 너희들 왜 여기 와서 그런 안 좋은 소리만 하는 거야. 아 내 귀를 씻고 싶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말에 나는 멍해졌다. ‘귀를…… 씻고 싶다고?’ “글쎄, 막 너무 좋고, 싫고 그런 것은 없어. 우연히 ‘집에서 만든 술은 숙취가 없다’는 말을 듣고 직접 한번 만들어볼까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우다 보니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계속 배우다 보니 벌써 수년 째 여기서 이러고 있네. 그냥 술을 빚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걱정도 다 사라지고…… 글쎄, 인연이었던 것 같아.” ‘막 너무 좋고, 싫고 그런 것은 없다’는 말이 내 가슴을 쳤다. 운명이 아니라 ‘인연이었던 것 같다’는 덤덤한 말이 좋았다. “흐어어어어억 시워어어어원 하드아아아아!” 역시 해장에는 콩나물 국밥이 최고다. 정신없이 밥그릇에 코를 박고 먹다가 잠시 고개를 드니 메뉴판에 쓰여 있는 ‘모주’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모주라……. 남대문에서 회사를 다닐 때 종종 선배들이 마시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마셔본 기억은 없다. ‘저게 해장술이라던데.’ 나는 그때 주워들은 것은 바탕으로 소중한 내 몸뚱이를 회복시키려고 모주를 한 잔 주문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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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는 무엇이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두 여인의 전통주 여행기.
서른에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을 다니면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서른이 되자 더욱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직장까지 관두고 나니 더욱더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항상 똘똘하고 야무지다는 평가를 받은 친구가 있다. “뭐가 돼도 될 거야”라고 생각한 그 친구도 줄줄이 취업에 실패하고 아무것도 아닌 채 서른을 맞고 있었다. 두 여자는 동시에 소리쳤다. “우리에게는 술이 필요해! 다른 술 말고 우리 술!” 왜냐 하면 우리 술은 예전부터 약술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모르는 두 여자는 전국의 우리 술을 찾아 다니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술도 마시고 여행을 하다 보면 막힌 속이 뻥 뚫릴 것 같았다. 홍천, 전주, 여수, 제주, 부산, 경주, 포항 [서른, 우리 술로 꽃피우다]는 맛있는 책이다. 우리는 그동안 술 맛을 모르고 살았다. 쓴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올라오는 알코올 기운을 누르며 기름진 안주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들 저자가 찾아 다니며 맛본 우리 술은 술 자체가 맛있으며, 풍류가 있다.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마리아주라고 하듯이, 우리 술에 어울리는 안주가 있지만 그 주인공은 술이다. 술 맛에 어울리는 안주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맛있는 술을 소개하고 찾아 다니는 맛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술은 이 책의 저자들을 닮았다. 아니 우리 시대의 모든 서른을 닮았다. 술이 술 자체로 맛있는 것인지 모르고, 멋지고 비싼 안주만 찾아 다녔다.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스펙이라는 기름진 안주만 잔뜩 찾아서 먹고 있던 것이다. 누룩을 만들고, 고두밥을 지어서 잘 발효시켜 술 맛을 내는 ‘완성의 시간’을 무시했다. 이들 저자가 발견하는 우리 술의 맛은 그래서 서른 본연의 맛이다. 이 책은 우리 전통주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와 함께 서른의 공감이 함께 펼쳐지는 향기로운 초대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