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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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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시대, 이야기는 어떻게 계속되는가
소피 칼에게 자신의 삶과 일상, 그리고 육체는 작품의 대상이다.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 이를 위해서 고의로 연출하는 어떤 행위가 곧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기 존재를 주체에서 객체로 전환시켜 스스로를 타인처럼 느끼게 한다. 이는 ‘상상 속의 인물’ ‘낯선 사람’이 된 듯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즉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녀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진실임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없다. ‘그녀는 작품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소피 칼의 작품에서 진실과 허구를 판별해내는 것은 중요치 않다. “진짜 이야기를 하면서 거짓 이야기를 즐기게 만드는 것, 혹은 거짓 이야기를 진짜처럼 속게 만드는 것”, 곧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함께 놀이를 즐기는 것이 바로 소피 칼이 작품을 만드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진실된 이야기』는 1994년 초판이 출간될 당시 이미지와 글을 연결시킨 ‘자전문학의 새로운 장르’로 평가되며 많은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소피 칼은 『진실된 이야기』에서 사진 속의 지극히 “평범한 혹은 아무것도 아닌 대상”에 글을 덧붙임으로써 “이야기가 가득 찬 대상”으로 변모시킨다. 글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보았던 사진이 어느새 다른 작품으로 읽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피 칼이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하기는 “이미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이야기꾼이 어떻게 계속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소피 칼과 폴 오스터의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게임’ 『뉴욕 이야기』 소설가 폴 오스터는 자신의 소설 『거대한 괴물』에서 소피 칼의 삶과 작품을 모델로 한 ‘마리아 터너’라는 인물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소설 속 허구의 인물로 등장한 것에 매력을 느낀 소피 칼은 자신의 방식대로 현실과 허구를 뒤섞어 폴 오스터의 소설과 놀이를 즐기기로 한다. 이 작업은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이중 게임』이라는 전집으로 소개되었는데, 『뉴욕 이야기』는 그중에서 마지막 7권에 해당한다. 소피 칼은 시나리오에 따라 매일 거리로 나가 타인들에게 미소와 말을 건네고, 샌드위치와 담배를 권한다. 또 길가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하나를 점령하여 꽃과 각종 물건들을 갖추고 아름답게 가꾸고 관리한다. 그녀는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 타인을 만나야 하는 고역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또 그녀 나름대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공중전화 부스를 보고는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냐며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들도 만난다. 폴 오스터의 시나리오와 소피 칼이 게임을 벌이는 이 작업은 미소도, 대화도 없는 이 익명의 도시에서도 타인은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으며, 바로 그 타인이 나의 삶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쓸쓸한 타인의 도시” 뉴욕의 단편들을 통해 나의 존재와 나를 둘러싼 세계, 타자와의 관계를 환기시켜준다. “나는 당신에게 이 세상을 다시 만들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어요. 다만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보다 당신을 둘러싼 것들에 대하여 더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당신이 밖에 있을 때, 이곳에서 저곳으로 길을 걷고 있을 때만이라도요.” - 폴 오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