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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본은 숨을 멈추었다. 첫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 페이지 역시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았다. 데본은 이마를 찌푸리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을 부릅뜨고 또 한 장을 넘겼다. 다음 장도, 그 다음 장도 역시 비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다니!” 데본은 어리둥절한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숲의 현자께서 장난을 친 걸까? 사람들을 놀림감으로 만들 작정이었나?” 다급한 손길로 텅 빈 책장을 뒤적거리던 데본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맨 마지막 장에 갑자기 커다란 글씨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아도 진리는 보이는 법 진정한 지혜는 글 속에 갇혀 있지 않거늘 --- pp.2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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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탈로는 알았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유일한 장벽은 소유욕이라는 사실을. 미쿠라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안다. 누군가를 가질 수는 없어도, 완전한 사랑을 줄 수는 있다는 것을.
--- p.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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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고르는 순간, 사투사를 껴안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하렘의 여인들과 밤을 보내며 느꼈던 욕정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다. 두려움과 설렘, 행복과 망설임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바고르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피어났음을. 마법의 책이 말했던 바로 그 사랑꽃이었다.
--- p.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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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현자’라 불리며 사람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아 온 ‘만도’라는 성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한 권의 책을 남긴다. 이 책에는 만도가 명상을 통해 얻은 지혜와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진리와 지혜를 전해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는 신비한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만도의 일곱 제자는 이 ‘마법의 책’을 하얀 사원에 안치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 책을 통해 진리를 얻도록 한다.
마법의 책은 덧없이 지식만 좇는 이에게는 참된 지혜를 가르치고, 외모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이에게는 아름다움의 참된 가치를 일깨우며,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을 따끔하게 혼내서 개과천선하도록 만드는 등의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한다. 마법의 책에 대한 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이방인들도 이 책에 담긴 진리를 찾아 몰려든다. 그리고 이 소문은 그 나라의 포악한 왕 바고르에게도 전해진다. 바고르는 간계를 써 마법의 책을 탈취하면서 사원을 지키고 있던 아름다운 사투사(현자의 일곱 제장 중 한 명)도 함께 납치를 한다. 평생 권력과 쾌락을 추구했던 잔혹한 지배자 바고르는 마법의 책, 사투사와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자아를 만난 이후 그는 조금씩 사랑의 참된 모습에 눈을 뜨고 결국 선한 왕으로 거듭난다. 전쟁이 일어나자, 마법의 책은 스스로 모습을 감춘다. 많은 사람들이 마법의 책을 찾아 헤매지만 어느 누구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깨닫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마법의 책을 한 권씩 간직하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의 몸이 거룩한 사원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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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현대인의 삶에 던지는 지혜의 잠언
“해답은 이미 네 안에 있으니, 너는 두려움 없이 질문을 던지라.” 모든 질문과 의문, 고민에 해답을 주는 완벽한 카운슬러, 마법의 책을 하얀 사원에 안치하고 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얀 사원에 들어서서 마법의 책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한다. 거만한 장사꾼 야수모가 용감하게 나선다.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하얀 사원을 나선다. 지혜보다는 지식에 욕심을 냈던 데본도 참된 진리에 눈을 뜬 뒤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고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겼던 미쿠라 역시 부드러운 품성을 되찾는다. 마법의 책을 들여다본 사람들이 이전의 가식을 벗고 달라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마법의 책을 읽으면 사람이 달라지고, 세상이 변한다. 과연 내가 그 변화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 있을까……?’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하얀 사원에 다녀온 뒤 왜 진리와 행복을 눈앞에 두고도 망설이느냐고 소리친다. 무엇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는지 현대인들은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물질을 추구하는 욕망의 관성을 우리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무엇이 우리를 진정 행복하고 자유롭게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외면하느냐의 문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