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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자살한 아빠, 가족의 일상은 숨막히는 탐색전으로 가빠지다
이제 막 자의식을 찾으려는 한 소년에게 아빠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이 책 『모습 찾기』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느닷없는 아빠의 자살로 보통의 일상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남은 가족은 각자 쳐 놓은 울타리가 더 높아지기만을 바란다. 점점 와해되는 가족 간의 관계 속에서 각자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아빠로부터 온전한 사랑만을 받아온 주인공 가브리엘은 자살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 점점 엄마와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혼란은 깊어져만 가고 아빠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마리네야 테르시가 저널리스트라는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여진 가족의 심리를 심리학자가 그려 나가듯 짜임새 있는 문장 구성과 설득력 있는 심리 묘사로 줄거리를 이끌고 있다. 『모습 찾기』 전반에 걸쳐 아빠의 자살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가져오는 불안과 알 수 없는 의심, 그리고 오해가 가족 간에 어떤 심리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에 따른 행동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인공의 행동과 그 주변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하나 하나에서 저자의 필력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복합적 감정과 복잡한 심리에서 나타나는 비의지적 행동과 역방향 일탈을 담담하면서 속도감 있는 문체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세련된 묘사와 관찰자 혹은 탐구자의 시선으로 본 심리 상태를 다양한 표현으로 독자의 책읽기에 흥미를 더해 줌은 물론이다. 고통이 제 옆구리에 쌓이고 쌓인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요. …… 저는 시신들의 잔재 위를 걷고, 그 누구의 온기도 위로도 없이 혼자 제 일을 해나가요. 이른 아침 죽음이 날아올라 이른 새벽을 깨우고 땅바닥을 굴러다녀요. 저는 사랑하는 죽음을 용서할 수 없어요. 부주의한 삶을 용서할 수 없어요. 땅도 그 어느 것도 용서할 수 없어요. (본문 28쪽 중에서) 미로식 문장 구성이 갖는 진지함과 깊이, 그 속에서 찾는 가족의 자화상 주인공 가브리엘에겐 아빠가 전부였다. 때론 친구였고, 때론 엄마였던, 그리고 이 세상이었던 아빠. 그런 아빠가 어느 날 자살을 한다. 진지하게 물어볼 것도 많고 삶이 궁금해진 시점에서. 가브리엘은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아빠의 떠난 자리는 너무 컸고, 아빠가 자살한 이유가 엄마라고 생각했기에 엄마에 대한 적대감은 점점 더 구체화된다. 게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일상을 보내는 엄마를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아빠의 존재와 엄마의 존재, 그리고 가브리엘 자신의 존재가 새롭게 부각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브리엘이 그토록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엄마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엄마의 고백을 듣게 된다. 아빠의 사랑에 관해서……. 아빠와 엄마 사이에 존재했던 사랑의 실체, 아빠에게 중요했던 여러 가지 사랑, 아빠가 떨쳐낼 수 없었던 다른 사랑들.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고 사랑의 종류에 대해 알아가려는 가브리엘에게 이해하기 힘든 아빠의 사랑 방식을 듣게 된다. “…… 아빠는 다른 여자들을 버릴 수도 없었고, 엄마 없이 살 수도 없었던 거지. 아빠는 아빠의 방식대로 엄마를 사랑했어.” (본문 188쪽 중에서) 엄마의 고백을 듣기 전, 가브리엘은 주변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심리를 극대화시킨다. 그 대상은 알레한드라와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전달되지 못하는 편지가 그것이다. 이 책 『모습 찾기』에 등장하는 편지의 역할은 가브리엘 자신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리고 원망하는 대상에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과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갈망에서 하나의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반 여자 친구 알레한드라, 공원에서 마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유의 여신상 자유, 이 두 사람 또한 가브리엘의 내면의 도피처다. 아빠의 흔적이 여전히 베어 있는 자신의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여전히 엄마로 인해 아빠가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가브리엘의 유일한 도피처. 완벽한 인간의 아빠였음을 가브리엘은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알레한드라가 가브리엘을 향해 한 말에서 엿볼 수 있다. “네가 하는 말에는 이상한 게 하나도 없어. 부모님들도 인간이야.” (본문 200쪽 중에서) 아빠의 자살로 더욱 서먹해지고 사이가 벌어진 엄마와의 관계. 이 책 『모습 찾기』는 한지 위에 익숙하고 유연한 손놀림으로 먹물을 충분히 묻힌 붓의 유영을 연상케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한 가정에 손놀림에 따라 나타나는 검은 선들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문제가 튀어나오고 그에 따른 부가적 손놀림이 뒤따라야 하는 수묵화처럼 말이다. 우연히 알게 된 알게 된 아빠의 다른 사랑들로 엄마는 일에 더욱 몰두했고, 가브리엘도 엄마의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 모자(母子)의 관계도 점점 멀어져 갔다. 지적이지는 않지만 훨씬 더 상냥한 그냥 평범한 엄마가 그리워요. 내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늘 생각할 필요가 없는 그런 엄마가요. 아빠가 제게 엄마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더라면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요. (본문 72쪽 중에서) 이 책 『모습 찾기』에는 상징적인 대상들이 많이 나온다. 반지, 시계, 알레한드라, 자유, 영화, 책, 노래 그리고 바다. 자신은 할 수 없는 말들을 누군가 대신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친구 알레한드라가 기꺼이 맡아 주었고, 혼돈과 몰이해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인 자유가 나타난다. 아빠의 자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2주일 동안의 시간과 두 달의 기간을 잊고 싶어 시계를 차지 않고, 아빠와의 계속된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 않기 위해 아니 자신이 아빠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빠가 즐겨 읽고 접했던 책과 영화가 주인공인 가브리엘 자신이 다른 성격으로 승화됨을 보여 준다. 또 다른 형태의 아빠인 데이아 바다. 가브리엘은 데이아 바다를 통해서 바다는 오직 바다일 뿐이며 하나의 자연일 뿐이라고 여기려 애쓴다. 죽은 자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주지 못한다. …… 난 엄마의 해석을 가지고 있으며 또 내 해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브리엘 1세의 해석이 빠졌다. …… 그러나 이젠 소용이 없다. …… 가엾은 우리 인간들은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 그뿐이다. (본문 217쪽 중에서) 『모습 찾기』에서는, 모순은 어차피 삶의 일부이며 삶은 모순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모습들임을 애써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우리가 경험하는 여러 가지 사랑을 자신의 일들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딱히 이것이 그것이고 그것이 이것이라고 친절하게 정리해 주진 않지만, 마치 인생은 정리될 수 없고 인생 속에 놓여진 가족의 모습은 더욱 이것이다라고 정리될 수 없음을 그는 우리에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들려준다. 무엇이 가족애고 가족의 사랑인지 이 책 『모습 찾기』를 통해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