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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무엇을 보는가
'국제시장'에서 생긴 일
김경욱
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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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01 윤제균의 흥행 전략 또는 한국 영화의 하이콘셉트
윤제균의 흥행 전략 | 한국 영화의 하이콘셉트

02 「쉬리」에서 「국제시장」까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궤적
「쉬리」의 등극 |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어떤 경향

03 「국제시장」의 한국 현대사
「포레스트 검프」의 미국 현대사 | 「국제시장」의 한국 현대사
『투명인간』의 만수

04 아버지의 귀환
한국 영화사의 아버지들 | 아버지의 귀환 |어머니의 부재 또는 타락한 어머니

05 국가란 무엇인가
그 애국가는 누구를 호명하는가? | 그 애국가는 누구를 호명하는가?

06 신파의 시대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2015년의 영화, 「사도」 「베테랑」 그리고 「암살」

저자 소개 1

영화평론가로 글을 쓰면서, 대학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와 함께 한 시간》(2022), 《한국영화는 무엇을 보는가》(2016), 《나쁜 세상의 영화 사회학》(2013), 《블록버스터의 환상, 한국영화의 나르시시즘》(2002) 등이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김경욱의 시네마크리티크」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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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72g | 135*200*14mm
ISBN13
9788982182099

책 속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최악으로 몰고 갔다. 분노, 모욕, 멸시, 결핍, 슬픔 등의 감정이 국민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지만, 한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치유할 기회가 없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김태형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는 IMF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발전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한국인들의 트라우마를 계속 악화시켰고, 공포를 만성화시켰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는 한국인들을 자나 깨나 불안과 공포에 떨도록 만들어버린 셈이다. 따라서 그때부터 한국인들은 자기 말고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처절한 교훈을 떠안은 채 도무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헬조선’ 상태까지 왔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분노는 신파의 눈물을 부르고(「국제시장」), 불안과 공포는 용기를 소환한다. 이순신뿐만 아니라, 「암살」의 독립군과 「베테랑」의 형사 서도철 같은 영웅에게 그토록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다. 그런데…… ‘헬조선’이 바닥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pp.14-15

「국제시장」의 덕수는 애국가를 부르며 애국심을 증명하고, 국가는 그에게 독일에 갈 기회를 준다. 이 영화의 두번째 애국가에서 영자를 향한 노인의 무시무시한 시선은 호명에 응답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감시이다. 독재 정권은 국가와 정권을 동일시하고, 애국과 정권에 대한 충성을 일치시킴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고 비판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애국가의 호명에 응답하지 않을 표현의 자유는 용납되지 않는다. 영자는 호모 사케르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그 호명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두 번의 애국가 장면은 코미디로 연출되어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애국가의 호명에 포함된 억압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 장면을 리얼하게 연출했다면, 그 시대의 표정이 나타났을 것이다. 따라서 이 코미디의 무의식에는 독재의 억압과 공포가 서려 있다. 광장에서 애국심을 증명해야 하는 전체주의의 상황에서 고통을 겪었던 이들에게 이 장면은 결코 코미디가 될 수 없다. --- p.157

인간을 개나 설치류 등의 동물과 비교하다 못해 벌레(맘충, 지잡충, 취업충, 무뇌충, 관심충 등)로까지 비하하며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헌신적인 사랑을 영화 속에서밖에 볼 수 없을 때, 스크린을 향한 우리의 눈물은 비정하고 삭막한 사회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점점 더 나빠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점점 더 판타지로 이끌리는 것 같다. 결국 영화가 ‘꿈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헬조선의 폭주를 수수방관하는 장치로 소비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 p.200

출판사 리뷰

천만 관객 영화가 묻는 것

전작 『나쁜 세상의 영화사회학』에서 한국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증후를 명쾌하게 집어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한국의 ‘천만 관객 영화’들을 분석했다. 저자는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의 대대적인 흥행을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보고, 「국제시장」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최근 한국 사회의 쟁점과 사회 현상으로까지 이어지는 ‘박정희 시대의 귀환’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IMF,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으로 이어져 마침내 ‘헬조선’까지 도달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넘어서 ‘천만 관객 시대’에 있는 한국 영화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왜 하필 이 시기에 「국제시장」이 개봉했고 흥행에 성공했는가.

영화평론가로 글을 쓰며 대학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해오고 있는 저자는 무심코 지나쳐온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면들을 복기하면서, 우리 시대의 욕망과 무의식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국제시장」의 대대적인 흥행을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보고,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국제시장」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최근 한국 사회의 쟁점을 다뤄보았다. 특히 ‘왜 지금 박정희 시대가 돌아오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같은 맥락에서 천만 관객 영화들을 분석했다. 열광의 배후에서 어떤 징후들을 읽어보려고 했다. (……)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책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에서 수행했던 작업을 영상으로 시도한 다큐멘터리이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중심으로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와 히틀러의 등장을 다루면서, 내레이션은 ‘영화는 무엇을 보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 영화는 무엇을 보는가?’” -‘책머리에’에서

천만 영화의 하이콘셉트와 분균질 텍스트

총 6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윤제균의 흥행 전략, 즉 한국 영화의 하이콘셉트를 주요하게 다룬다. 저자는 윤제균을 “한국 관객의 영화적 정서에 매우 정통한 감독”이라고 평가하며,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부터 시작해 「국제시장」에도 고스란히 반복되는 윤제균 감독의 흥행 전략을 분석한다볼거리가 많도록 최대한 많은 흥행 요소를 집어넣되, 현실 같은 판타지를 제시하고, “웃고 울리면 만사형통”이다. 또한 한국의 많은 흥행작이 할리우드 영화를 차용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승자 독식 시장으로 전락한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을 꼬집는다.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에게 영화는 비용 대비 만족도가 크게 나쁘지 않으면 그만인 ‘상품’으로 소비되고, 여기에 경쟁이 심각하게 내면화된 사회에서 무엇이든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만들어낸 쏠림 현상이 가세해 ‘천만 관객 영화’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에 균질하지 않은 부분들이 생겨나는데, 이는 ‘재미’를 추구한 결과이자, 시대의 혼란을 반영한다.
저자는 2015년까지 개봉한 흥행작들의 하이콘셉트와 불균질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영화가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또한 현실의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천만 관객 영화 열세 편을 돌아보면, 이야기의 전개 과정과 설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다른 영화를 지나치게 참고하거나, 논리의 비약이 심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어마어마한 수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 독과점 시스템 속에서 웃고 울리는 장면을 적당히 잘 버무려 넣기만 하면 흥행은 만사형통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두 시간 동안이나마 피곤하고 가혹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대중 영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의 소비 행태가 실생활에 반영되고, 그 결과가 다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얼마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기우일까? 그래서 ‘이미지 정치’에 쉽게 현혹되고, 특정 집단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각종 공작과 대중 선동과 물타기 수법에 쉽게 넘어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184~185쪽

「국제시장」이 한국 현대사를 말하는 방식

「국제시장」과 「포레스트 검프」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역사 전쟁’이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되는 시기에 개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국제시장」과 「포레스트 검프」의 에피소드를 번갈아 비교하며 이 두 영화가 정치적이라고 평가한다. 「포레스트 검프」가 지능이 떨어지는 주인공을 내세워 은밀한 이미지와 유머로 정치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면,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를 의도적으로 해외로 보냄으로써 한국 정치 현실을 다루는 데서 오는 난처한 국면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윤제균이 영화의 에피소드마다 역사적 사건을 가져오면서 거기에 영화적 각색을 가미했으며, 덕수라는 개인의 기억에 근거하는 척하면서, 영화적 각색이라는 명목으로 필요한 부문만 가져다 적절하게 이용하고, 사실을 왜곡”했음을 지적한다.

동시에 저자는 ‘덕구’라는 인물을 통해 아버지의 귀환에도 시선을 보낸다. IMF 외환위기 이후 무능력해서 사라질 것만 같던 아버지들이 「추격자」「아저씨」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제 「국제시장」으로 ‘불쌍한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덕수’는 욕망을 억압하고, 가족을 위해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아버지다. 저자는 아버지의 귀환과 함께 한국 대중문화 전반이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의미심장하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비슷한 시대를 다룬 성석제의 장편소설 『투명인간』을 비교한다. 『투명인간』이 한국 현대사의 맥락과 개인의 수난을 최대한 복원해낸다면, 「국제시장」은 역사는 편의적으로 요약한 뒤 덕수 개인의 가부장적 희생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신파의 시대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면서 모던한 경향을 보였다. 박정희 정권이 영화에 대한 검열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다양성도 축소되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등장은 퇴행의 신호탄이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 이후, 한국 영화는 ‘최루성 멜로 신파 영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169쪽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탈감정사회의 현상에 주목하면서 신파 영화의 귀환으로 보이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분석한다. 주한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여중생을 위한 첫번째 촛불시위는 성공했으나, 2008년의 촛불시위는 그렇지 못했다. “분노와 열망은 실망과 좌절, 허탈감과 냉소, 무력감으로 변질되었”고,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이들을 위로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탈감정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7번방의 선물」에서 지적 장애인 용구는 철저하게 희생자로 자리매김하는데, 누구도 가해자인 경찰청장과 국선 변호사의 죄를 묻지 않지 않는다. 이 영화의 흥행은 한국 사회의 퇴행, 좌절과 패배주의가 신파의 정서로 투사되어 합리성이 감정적 호소에 매몰된 결과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같은 해에 개봉한 「변호인」이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관객들이 필요로 한 것은 정의를 향한 열망과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였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분노는 신파의 눈물을 부르고(「국제시장」), 불안과 공포는 용기를 소환한다.” 이순신뿐만 아니라, 「암살」의 독립군과 「베테랑」의 형사 서도철 같은 영웅이 그토록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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