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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Paul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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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멈춰 섰다. 멀찍이 세월에 마모된 천사상이 날개를 펼치고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내 천사야." 나는 스티브에게 들릴 만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꿈에서 보았던 그 천사상이야." 스티브가 나를 흘끗 쳐다보았다. "저기 묻혀 있는 사람이 누구죠?" 내가 물었다. "가봅시다." 그가 위쪽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를 따라 조각상 쪽으로 갔다. 우리는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조각사의 밑부분에 쌓인 눈을 쓸어냈다. 대리석 받침대에는 태어난 해와 죽은 해를 나타내는 숫자 위로 단지 세 단어만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어린 천사 나는 연도를 계산해 보았다. "이 아이는 겨우 세살 밖에 안되었어요." --- pp 11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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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왜 그렇게 이상하게 끝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 나는 막막하고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 있다. 허공은 개울물처럼 감미롭고 고운 가락으로 흐르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천사가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다음엔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서 천사의 순진한 얼굴과 하늘을 우러러 보는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천사는 돌이 된다.
우리 가족이 파킨 부인의 저택으로 이사한 후 몇번이고 꾸었던 그 꿈에 대해 나는 막연하게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꿈은 점점 더 분명하고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오늘밤엔 색채와 소리, 세세한 부분까지 매우 생생해서 내 마음 속을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 나는 일어나 침대에 앉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동안 골똘히 그 음악에 귀를 기울리고 있었다. 침대 옆 소나무 탁자에 손전등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가운을 걸친 후 조용히 방에서 나와 음악을 따라갔다. (...) 나는 복도 가장자리까지 선율을 따라가다 다락방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음악은 그 문 뒤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불빛이 길고 구부러진 그림자를 만들며 방 안을 환히 비췄다. 나는 좀 두려웠지만 계단을 올라갔다. 방은 음악 소리뿐 고요했지만 아무 기척이 없었다.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춰보다 나는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요람이 밖에 나와 있었다. 요람을 덮었던 먼지투성이의 천은 구겨진 채 다락방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긴장 한 채 계속 방 안을 둘러보다 마법이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불빛을 비추었다. 그건 베리와 내가 가구를 옮긴 날 발견했던 화려한 상자였다. 크리스마스 상자, 나는 그때까지 그 상자에서 음악이 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 상자를 집어 올려 음악을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 상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데가 무거웠고 며칠 전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좀더 주의깊게 상자를 살펴보았지만, 열쇠나 스프링 따위, 기계 장치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건 그냥 나무 상자였다. 음악이 멈췄다. 손전등을 상자 가까이 비췄다. 안에는 양피지 몇장이 들어 있었다. 세월에 삭고 색이 바래 누래진. 손으로 쓴 편지. 나는 그것을 손전등에 가까이 대고 읽었다. 필체는 아름답고 단아했다. --- pp 6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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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그는 불편한 듯이 몸을 움직이며 눈을 내리깔았다. "어린 소년이 입을 옷을 보고싶습니다."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섯 살 난 아이예요." "좋습니다." 나는 예복 대여 신청서 용지를 끌어당겨 적기 시작했다. "예복이 필요한 사람이 또 있나요?" 그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 아이가 반지를 들고 갈 건가요? 그럼 신랑의 예복과 잘 어울리는 옷으로 골라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나는 신청서에 몇가지를 기입했다. "좋습니다. 언제 대여하실 건가요?" "구입을 하고 싶은데요."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신청서를 옆으로 밀어놓고 설명했다.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 소년들은 금세 자랍니다. 빌려 입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손님이 실망하실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 소매와 바지 길이는 늘릴 수 있지만 상의는 안돼요.1년도 안지나 작아서 못 입게 될 텐데요." 그가 나를 쳐다보며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아이한테 그 옷을 입혀서 묻어줄 거예요."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같았다. 그의 생기없는 시선을 피해 바닥을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적당한 옷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pp 9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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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그는 불편한 듯이 몸을 움직이며 눈을 내리깔았다. "어린 소년이 입을 옷을 보고싶습니다."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섯 살 난 아이예요." "좋습니다." 나는 예복 대여 신청서 용지를 끌어당겨 적기 시작했다. "예복이 필요한 사람이 또 있나요?" 그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 아이가 반지를 들고 갈 건가요? 그럼 신랑의 예복과 잘 어울리는 옷으로 골라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나는 신청서에 몇가지를 기입했다. "좋습니다. 언제 대여하실 건가요?" "구입을 하고 싶은데요."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신청서를 옆으로 밀어놓고 설명했다.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 소년들은 금세 자랍니다. 빌려 입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손님이 실망하실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 소매와 바지 길이는 늘릴 수 있지만 상의는 안돼요.1년도 안지나 작아서 못 입게 될 텐데요." 그가 나를 쳐다보며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아이한테 그 옷을 입혀서 묻어줄 거예요."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같았다. 그의 생기없는 시선을 피해 바닥을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적당한 옷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pp 98~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