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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따뜻한 차 한잔과 마주 앉은 아침
니나 니나 배낭을 짊어멘 다이어트 신혼여행 성미를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 심플 라이프 그 여름의 나흘 동안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 보스톤의 작은 선원 어둠을 가르는 형광 골프공 탈북난민을 위하여 더불어 나누는 삶 회복기의 산행 히말라야의 일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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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술이 시작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술을 코앞에 두고 나는 이미 죽음을 체험하고 있었다. 인간은 임사체험에 이르러서야 제 자신의 걸어온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던가? 행여나 내 심기를 건드릴까 숨도 크게 쉬지 못하면서 내 곁을 지키던 성미 곁에 앉아 코앞으로 닥쳐온 뇌수술이 시작되기를 묵묵히 기다리면서 나는 죽음을 체험했다. 내 몸뚱아리롤부터 분리된 내가 무력하게 그곳에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내 삶을 담담히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후회는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지금 이런 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이 뒤에 남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담담한 심정으로 뒤에 남겨질 것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과연 무엇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 p.109~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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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는 정말 그렇게 결혼식을 해치웠다. 가끔씩 미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 그대로, 가까운 친구 한 명망 증인으로 참석시킨 채, 뉴욕 시청의 공무원 앞에 뻘쭘히 서서 15분 만에 후다닥 해치우고 나서는, 카페 하나를 빌려 친구들과 밤새도록 먹고 마시는 그런 결혼식.
성미가 결혼식 기념이랍시고 보내온 몇 장의 사진들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서러움으로 눈앞이 흐려졌다. 물론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혼식이란 어차피 요식행위일 뿐이다. 나 역시 이런 결혼식을 했다. 삼십 년 전 시카고의 한 성당에서, 축복해주는 이라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천상의 하느님 한 분만을 모시고, 켄과 단 둘이서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그때는 사진을 찍어 줄 사람도 없이 켄과 내가 서롤르 번갈아가며 찍어주는 바람에 철없이 활짝 웃고 있는 독사진만이 우리의 결혼기념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나의 결혼식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 pp.45-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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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오래동안 내 가슴을 움켜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 그 순간들은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그것이야말로 더없이 축복 받은 순간들이었고 오래도록 음미하고픈 행복이다. 켄과 함께 한 시간들, 그리고 성미 현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야말로 내 삶의 핵심이다. 제 아무리 휘황한 경제적 성공이나 사회적 명예를 이루어냈다 해도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 pp.11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