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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은 그림자를 잠식한다 2
은소로
로크미디어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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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안개 - 下
폭풍우
되돌아 걷는 가을
새벽 직전의 어둠


[에필로그]
빛 이후
빛 너머

[외전]
역린
아스칼리드
앞으로도 영원히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520g | 140*205*25mm
ISBN13
9791159606243

책 속으로

“전부, 미안하고, 두렵고, 괴로워서.”
느리게 움직이는 그의 입술이 비야의 손을 타고 올랐다. 검게 물든 새끼손가락에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다.
“지금은 말할 자신이 없어.”
무엇이 미안하고,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괴로운 건지. 왜 이렇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보는지. 알고 싶었지만 차마 더 물을 수가 없었다. 그가 위태로워 보였다. 비야는 가만히 고개를 기울였다.
“언젠가는 말해 주실 건가요?”
“이 일들이 마무리되고 떠날 수 있게 되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대신에.”
비야는 흔들리고 있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괴로우면 괴롭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그대로 말해 주십시오. 그것마저 숨기지는 말아 주세요.”
“나는 네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그가 신음처럼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비야는 흐리게 웃었다.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도 노력할 테니까요.”
세이시는 가늘게 눈을 뜬 채 그녀를 보았다. 눈부시다는 듯이. 떨리는 손이 그녀의 조그만 얼굴을 감쌌다.
“너는…….”
목이 멘 목소리였다. 그가 숨이 닿을 정도로 제 얼굴을 가까이 하며 속삭였다.
“네게 입 맞춰도 될까?”
“언제는 자기 몸도 아니라서 아까우시다면서요.”
“못 참겠어.”
으르렁대듯 나온 말은 약간 쉬어 있었다. 비야는 당황해서 눈을 깜박였다.
“태자 전하의 몸이잖습니까.”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아스칼리드도 양심이 있다면 뭐라 못 할걸.”
세이시가 투덜거리더니 휙 하고 검보랏빛 기운이 일렁였다 사라졌다. 전에 보았던 세이시의 모습으로 그가 그녀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맞닿기 직전의 거리에서 그가 멈춘 채 허락을 구하듯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먹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 위로 쏟아졌다. 밤이 찾아온 것 같았다. 그녀를 보고 있는 보라색 눈동자 안에서 붉은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야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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