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허병섭
-생명을 지키는 삶 -생명체들과 함께 일하며 -생명체들과 함께 살며 -함께 성장하고 배우며 이정진 -가난하고 불편하게 산다는 거 |
허병섭의 다른 상품
|
그랬다. 나는 서울에서 나서 오십 평생 서울을 한 발짝도 나가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진짜 서울내기이다. 시골 경험이라고는 초등학교 방학 때 외가에 몇 번 가본게 전부이다. 대학 때도 남들 다 가는 농활도 안 가봤다. 호미 자루 한번 잡아 보지 않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시골 가서 농사지으며 살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니 사람들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어릴 적 외가에서 쳐다본 여름밤 하늘에 길게 흐르던 은하수의 황홀함, 원두막에 올라앉아 바라보던 먼 산봉우리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던 소낙비 구름 등은 내 가슴 한켠에 늘 품고 있던 고향이었다. 그게 단초였나보다. 시골 가서 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러자 했다. 아니 너무도 기뻤다. 서울 생활이 특별히 괴롭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끊임없는 소음, 번잡함, 사람들의 각진 눈꼬리......나는 자꾸 주눅이 들어가고 어리버리해 갔다. 사람들의 재빠른 걸음걸이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품들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혔다. 저것들을 만들기 위해 소모되었을 자원이며 고해며 또 결국은 다 쓰레기가 될텐데....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늘 머리가 무거웠다. 뭔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던 차에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p.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