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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죽고 싶은 의사의 이야기 9
장례식 일주일 전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만나다 15 / 마술사 할머니 16 / 황폐한 나라 20 / 아버지에 대한 기억 28 / 이상한 계약 30 장례식 엿새 전 마법의 머리카락 49 / 희생정신 테스트 51 / 흑기사 샤를르 54 / 공동묘지 체험 56 / 담배에 관한 추억 61 / 흑기사의 무덤 63 / 끔찍한 구덩이 체험 66 / 사연 있는 총 71 / 호박 파이와 타르타르 스테이크가 있는 식당 76 / 한 끼 식사에 대한 기억 86 / 상처받은 왕 87 장례식 닷새 전 마법의 씨앗 95 / 유령들의 성 97 / 유년기의 추억 101 / 최후의 한 발 103 / 자신의 관을 고른다는 것 108 / 고통 테스트 114 / 악수에 대한 기억 118 / 버킷리스트 120 / 꿈속으로 걸어 들어온 아내 123 장례식 나흘 전 죽은 자에게 말을 거는 마법사 129 / 알돈자 이모가 말하시기를 131 / 허상으로 지어진 왕국 135 / 흉터에 대한 기억 140 / 아주 특별한 면도 141 / 저주받은 다리 145 / 미스터 안데야를 위한 새 149 / 빛에 대한 기억 152 / 어둠의 성에 사는 공주 154 / 잃어버린 공주 162 장례식 사흘 전 기적의 낚시 167 / 함정 169 / 슬픔의 계곡 171 / 죽고 싶은 의사와 죽은 아이 175 / 사랑과 자동차 바퀴에 대한 기억 178 / 진실 테스트 181 / 앞 못 보는 공주와 고집쟁이 189 / 빨간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195 / 햇볕 속을 거니는 남자의 비밀 198 장례식 이틀 전 마르칸데야 이야기 205 / 배움의 전당에서 208 / 지나간 황금기 212 / 세상의 마법 214 / 수수께끼에 대한 기억 221 / 금지된 문 223 / 마법의 재 226 / 기억에 관한 마법의 물약 232 / 죽은 공주의 체취 238 장례식 전날 밤 인생의 나이 243 / 불멸의 탑 246 / 천공의 성 248 / 마법사 노부인의 비밀 253 / 남은 시간 256 / 배반의 추억 259 / 마지막 기억 266 / 최후의 일출 269 / 무화과나무 아래에서의 이별 272 / 동화의 끝 276 장례식 죽음의 얼굴 285 / 빨간 원피스와 파란 여행가방 296 / 무화과나무 아래로 돌아가다 305 에필로그 마르크 안데야의 이야기 308 감사의 말 315 옮긴이의 말 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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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욱해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퇴장해버리면 쓰나.”
그는 무언가 대꾸를 하려다 뒷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산사람처럼 떡 벌어졌던 어깨와 산파처럼 섬세했던 두 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때는 매력적이고 기품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 그 어깨는 축 처지고 웃을 때조차 서글픈 얼굴이었다. 무언가를 잃고 되찾지 못한 사람 같았다. 낙담한 사람의 전형적인 표정. 널찍하게 자리 잡은 다크 서클 때문에 초록빛이 더욱 두드러지는 눈동자 뒤로 그의 표정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노부인이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무기력한 데다 구제불능에 가까운 비관론자구먼.” “기사님은 더한 분인 것 같은데요. 고질적인 낙관주의자 말입니다.” “그 편이 건강에는 훨씬 이롭지.” 노부인은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며 쏘아붙였다. “자, 이유나 들어보자고. 도대체 왜 죽고 싶어?” 왜 죽고 싶냐고? 왜 소멸과 망각의 길을 가려느냐고? 불행하기 때문이다. 불행이라는 말의 뜻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살아가기에는 불행의 뜻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 p.23~24 “나한테 30일만 줘봐.” “네?” “죽기 전에 나한테 유예 기간 30일을 달라고.” “그…… 그게…… 아니, 왜요?” 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왜 30일이냐고? 내가 딱 떨어지는 수를 좋아해서.” “그게 아니고, 제가 왜 30일의 유예 기간을 드려야 합니까?” “그거야 젊은 양반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잃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제가 빚진 것도 없는데요.” “아니, 내가 젊은 양반이 가진 걸 가져가겠다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내가 젊은 양반한테 30일간 더 살 기회를 주는 거라고. 선물인 셈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 p.31~32 이렇게 살아 무엇할까. 그는 여름비를 맞으면서 아내를 찾아다닐 것이다. 뜨거운 지붕에 고여 있다 달빛을 받은 빗물 냄새를 맡으며, 봄에는 풀잎을 적시는 비를 맞으며. 찾고 또 찾아다닐 것이다. 아내를 찾으러 다니다 자신을 잃게 될 때까지. 그녀가 나타나준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아니면 그렇게 떠나버려 죽도록 미워한다고? 그는 자신이 가진 게 무언지 생각해보았다. 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정신 나간 노부인과 12월의 한겨울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침대 하나. 그게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들을 다 태워버리고 저 멀리 먼지 속으로, 어둠 속으로 떠나버려야 하는 걸까? 하늘에서 내린 눈은 그의 시신을 덮어줄 것이다. 그러면 끝이다. 느릿느릿 휘날리는 눈발, 길 한가운데. 그의 시신을 덮어주는 눈. 새벽녘에 그는 집에서 불조차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사라와 친구들이 모든 걸 가져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라이터까지. --- p.163 “자네에게는 삶의 두 간격이 보여? 그것들은 서로를 쫓아가는데 절대 멈추지 않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에 대한 답이 있었다. 사라는 그를 보며 웃고 있었고, 그는 무엇가를 깨달았다. “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라고.” “사라?” “왜?” “어제는 머리가 금발이었잖아요. 일주일 전에는 갈색이었고. 그런데 오늘 밤엔 왜 백발이죠?” “왜냐하면 오늘 밤은 내가 좀 늙었거든.” --- p.245~24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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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블로그의 주인공,
베스트셀러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웃겨줄 생각이야』의 저자, 바티스트 보리유의 유쾌한 힐링 소설! 프랑스의 젊은 의사인 바티스트 보리유는 2013년 블로그에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는 500만 회가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결국 그가 블로그에 실은 내용은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의료계뿐만 아니라 출판계에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의 일상을 사실적이고도 유쾌하게 그려냈던 바티스트 보리유는 전 세계 언론과 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2년 후 이 젊은 의사는 특유의 위트 넘치는 필체로 소설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를 출간하며 문단에 더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삶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결심하는 의사 선생과 세상의 온갖 일에 참견하고 싶어 하는 이상한 택시 기사 사라의 일주일간의 동행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이 기묘한 커플을 통해 죽음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삶의 엄중한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죽기로 결심한 의사와 죽음을 막으려는 노부인의 일주일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까지 잃어버린 불행한 의사 선생이 자살을 결심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기괴한 옷차림의 택시 기사 사람과의 만남으로, 삶에서 오로지 죽음만을 남겨놓았던 의사 선생의 삶은 완전히 뒤엉켜버린다. 밑도 끝도 없이 자기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내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는 사라에게 말려, 의사 선생은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상한 일을 날마다 하게 된다. 사라는 공동묘지에서 그를 달리게 만들면서 흡연의 욕구를 일깨우고, 무덤 속 구덩이로 그를 인도하고, 그의 관을 주문하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소년의 장례식에서 그의 자살 계획을 공개해 그를 당황하게 만든다. 일주일이라는 끝이 정해진 시간 속에서 어울리지 않을 듯 묘하게 어울리는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조금씩 진해져간다. 바티스트 보리유는 이 책에서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일깨운다. 그는 깊은 절망은 깊은 사랑의 결과라는 것, 인간은 누구나 이런저런 기쁨과 사랑과 슬픔과 상실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슬픔을 느낀다는 것은 아름다운 무언가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분명한 흔적이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생을 뜨겁게 사랑한 노부인 사라의 선물 인간에 대한,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휴머니스트 의사의 따뜻한 시선!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의사 선생님처럼 소아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어린 소년은 소망대로 외과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죽음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현대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더 이상 신성한 가치가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을 그는 이미 인턴 시절에 깨달았다. 저자는 주인공 마르크의 인턴 시절 선임의 모습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일이 그냥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현실 세계의 직업 의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의사는 죽어가는 레즈비언 노부인을 비하하는 선임의 말에 항변해주지 못한 자신을 벌하는 의미로 자신이 바라던 소아과 의사를 포기하고 평범한 외과 의사로 살아간다. 그러나 저자는 세속화된 의료계의 현실을 과감히 보여주는 한편으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의료진의 모습을 보여준다. 환자를 한 사람의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려 했던 젊은 의사 선생의 따뜻한 시선에는 작가이자 의사인 바티스트 보리유의 관점이 여실히 녹아 있다. 그는 생을 뜨겁게 사랑한 사라의 입을 통해 말한다. 어떤 삶을 살아왔든 앞으로 가보라고. 인생에는 다 의미가 있는 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