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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책을 내면서 생각하는 우리 정치 상황
1부 남북 관계에 얽힌 사람들 송남헌_ 깨끗한 ‘선비’ 혁신정객 박진목_ 민간 통일운동가로 한평생 김낙중_ 통일 돈키호테, 오랜 친구 2부 혁신정당에 매진한 사람들 이동화_ 4?19 공간의 통일사회당 당수 고정훈_ 혁신계의 풍운아 김 철_ 매우 끈질긴 혁신정객 권대복_ ‘악운의 톱니바퀴’에 말려든 진보당 여명회장 정태영_ 진보당 역사를 정리한 비밀 당원 3부 바른 언론을 위해 애쓴 사람들 송지영_ ‘구름에 달 가듯’ 산 언론인 조덕송_ ‘부용산’ 애절한 가락 ‘조 대감’ 송건호_ 한겨레 창간을 이룬 송 선배의 민낯 임재경_ 문학청년 기질의 언론 투사 4부 언론인의 귀감이 된 거목들 조세형_ 소신과 정치가 일치했던 행복한 정치인 박권상_ 막후에서 역량을 발휘한 정치 논객 서평 김기협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증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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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한 정치인 가운데서 오히려 자주 진실한 정치인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들 가운데서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느끼기도 하고, 인간의 길을 보기도 한다.
--- p. 37 김낙중 형을 돈키호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김 형은 나름대로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왔다고 본다. 라만차의 돈키호테처럼 시대와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말이다. --- p. 69 어떤 정치 개념이나 이데올로기를 먼저 정하고 정치 현실에 뒤집어씌울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여 거기에 맞는 정책 처방을 제시하는 순서가 옳은 게 아닌가. 꼭 어떤 이데올로기에 매일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매이는 것이 ‘책상물림’이라는 서생(書生) 취향이다. --- p. 84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고, 진보정당이 그래도 몇 석이나마 국회의석을 차지하게 된 요즘이다. 그 이전은 말하자면 전사(前史)시대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전사시대에 외롭게 고생스러운 일생을 투쟁하며 살다 간 김철 씨를 새삼 떠올리며 추모한다. --- p. 129 그때 장건상 씨를 비롯한 많은 혁신정객들이 군인들이 그들의 생각과 같이 혁신정치를 할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피신할 것을 권유했는데 미적미적하다가 그는 덜컥 구속되어 혁명재판에서 15년 선고를 받고 1968년에야 출옥할 수 있었다. --- p. 140 지금은 아주 옛 일이라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죽산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 처참하게 ‘사법살인(司法殺人)’ 당할 당시는 살벌하고 무시무시했다. 경찰의 철저한 감시하에 서둘러 장례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조문객도 통제되고 망우리 산마루에 갖다가 버리다시피 매장이 된 것이다. --- p. 144 내가 생각이 짧았다. 소견머리가 없었다. 그때는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공식 지칭되는 ‘광주 학살’의 책임이 있는 신군부의 주체가 있는 자리가 아닌가. 그 앞에서 무엇이 즐겁다고 노래를 부르다니……. --- p.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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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인사 14인의 삶이 보여주는 한국 현대사!
헬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안몰이 정치 등 한마디로 꿈을 갖기 힘든 때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한 복고 열풍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 H. 카의 너무도 유명한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버텨내고 미래를 내다볼 지혜를 얻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때, 한국 현대사 속 진보인사들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전 노동부 장관 남재희가 1950년대 이래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진보 열전》이다. 주관적 해석이 적절히 가미된 저자의 목격담을 통해 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이 되살아난다. 또한 절친한 사람들끼리만 알 법한 이야기들도 소개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남재희는 1950~1990년대에 걸쳐 언론계와 정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이다. 그는 여당 소속으로 요직을 맡았지만, 대학생 때부터 줄곧 진보정치 운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정치부 말단 기자로서 혁신정당(요즘 표현으로는 ‘진보정당’)들을 담당하면서 관련 인사들과도 두루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진보정치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어서 “남이 듣기에 이상한 이야기”일 거라고 고백한다. 고은 시인이 남재희를 일컬어 표현한바, “꿈은 진보에 있으나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는 말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저자는 진보인사들을 애정을 갖고 회고하는 한편, 당시 상황과 시대를 판단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1부 ‘남북 관계에 얽힌 사람들’과 2부 ‘혁신정당에 매진한 사람들’에는 혁신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혁신계는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독재정권과 보수야당의 양당 체제에 수용되지 않는 넓은 영역을 대표하지만, 정체성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자 남재희의 독특한 시각과 사료(史料)로서의 귀중한 진술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때는 이념 대립이 첨예하고, 군사정권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시국을 우직하게 돌파하며 민족통일과 혁신정치의 꿈을 실현코자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통일안을 전달하기 위해 임진강을 건너 평양에 간 김낙중, 진보당 강령에 사회적 민주주의 개념을 넣은 이동화 등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3부 ‘언론 자유를 위해 애쓴 사람들’과 4부 ‘언론인의 귀감이 된 거목들’에서는 4?3사건 취재 기사로 필화를 겪은 조덕송, 한겨레 창간이라는 거사를 이뤘지만 실은 소심한 사람이었던 송건호 등이 소개된다. 남재희 선생이 내놓는 사료(史料)는 공장 제품이 아니라 수공예품이다. 작가의 마음속에서 여백이 어우러진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실마리가 남아 있다. 20세기 후반 한국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졌으면서도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주제가 혁신계만이 아닐 것이다. 남 선생이 개인적 관계에 입각해서 그려주는 혁신계의 모습은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 시야를 밝혀준다. 사실화 아닌 추상화의 가치를 음미할 줄 아는 경지로 나아가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다. _김기협(역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