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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하고 싶은 걸까?'
그녀는 자문했다. '지금까지는 꽤 재밌게 산 것 같아. 하지만 춤추고 게임이나 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낼 순 없잖아? 새 아브로 기종을 타고 비행 시합에 출전하거나 메이 컨리프 양처럼 라곤다 신모델을 시험 운전하는 일을 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아비시니아어를 배운다거나 말을 키울 수도 있겠고. 것도 아니면 진이나 진창 마시든가. 하지만 모르겠어. 어째 전부 시시하게만 보이니.' '그래, 멜버른 최고의 여탐정이 되는 거야. 그 정도면 이루기 힘든 목표잖아? 그러다 다른 일로 이어지기도 할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스키 시즌을 즐길 수는 있을 거야. 어쨌든 재미는 있지 않겠어?' --- p.18 한 시간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프라이니는 몹시도 흡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꿀처럼 흐르며 화려하게 굽이치는 새틴 드레스 위로 중국 여인처럼 곱게 화장한 작고 날렵한 얼굴이 보였다. 붉은 입술에 눈매는 그윽했고, 눈썹은 바늘로 새긴 것처럼 얇게 그렸다. 머리에 두른 은색 머리띠며 밍크털을 가볍게 스치는 치렁치렁한 흑옥 귀걸이도 그럴싸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실크 벨벳으로 된 칠흑처럼 검은 이브닝 망토를 헐렁하게 두른 뒤 파우치 모양의 벨벳 핸드백을 들었다. 핸드백에는 손수건과 담배를 비롯해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챙겨 둔 터였다. 아직 부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라 비상금이 없으면 불안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소형 권총도 핸드백에 넣었다. --- p.90 “저를 서로 데리고 가시겠다면…….”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상태로 데려가셔야 할 거예요.” 프라이니가 가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아름다운 진줏빛 알몸을 상당 부분 노출한 채 섰다. 지배인은 눈을 돌리고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윈저 호텔 고객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순 없지. 경찰관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좋습니다, 아가씨.” 로빈슨이 동의했다. 엘리스는 입을 떡 벌리고 프라이니를 바라봤다. 상관이 다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여순경 존스를 불러요.” 로빈슨이 패배를 인정하며 말했다. --- p.162 이내 프라이니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그녀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사람들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딱 붙는 치마와 헐렁한 코트에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집중력을 발휘할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카페로 들어가 차 한 주전자를 시킨 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뱉었다. 그래서 그 러시아인들이 내게 접근한 거였군! 미끼로 쓰려고! 배신자들 같으니! 프라이니는 차를 급히 마시다 입천장을 데고 말았다. 그들에게 화를 낸들 아무 소용없는 일. 그 러시아인들은 아기 고양이만큼이나 도덕관념이 얕고 매력적인 존재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한 가지는 맹세했다. 자신은 사샤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며 그와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남자에게 이용당하는 게 많은 여자들의 운명이라지만, 그녀는 그중 하나가 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p.187~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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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패션 감각을 뽐내며 범죄 현장을 누비는 매력적인 여탐정의 탄생!
1920년대 멜버른을 배경으로 하는 클래식하면서도 경쾌한 범죄 소설 네드 켈리상 수상에 빛나는 호주 장르 소설의 대가 케리 그린우드. 그녀의 대표작 '프라이니 피셔 미스터리' 시리즈의 제1권 『코카인 블루스』가 딜라일라북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프라이니 피셔 미스터리'는 현재 총 20권까지 출간된 인기 탐정소설 시리즈로 담대하고 자유분방한 기질에 우아한 품격까지 갖춘 귀족 여탐정 프라이니 피셔가 하녀 도로시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를 풀어 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 1920년대 멜버른의 시대상을 섬세하게 녹여 낸 시대물의 묘미, 거기에 클래식하면서도 경쾌한 범죄 소설의 매력을 절묘하게 조합해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다. 2012년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 Miss Fisher's Murder Mysteries]라는 제목의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호주 ABC 채널에서 3시즌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며, 120개국에 수출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도 모험도 포기 못 하는 귀족 영애 프라이니 피셔 그녀의 대담무쌍한 탐정 입문기 1920년대 말, 사교 시즌이 한창인 런던. 귀족가의 딸 프라이니 피셔는 무도회나 자선활동, 꽂꽂이 따위가 전부인 생활에 흥미를 잃어 가던 중 파티에서 보석 절도범을 잡으며 한 대령의 눈에 든다. 대령은 호주에 사는 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프라이니에게 조사를 부탁하는데……. 추리에 능한 재능도 살리고 무료함도 피할 겸 고국 호주로 돌아온 프라이니. 그녀가 멜버른 사교계에 첫발을 내딛는 파티에 대령의 딸 리디아가 운명처럼 등장하고, 프라이니는 본래 의도를 숨긴 채 그녀와 친분을 쌓으며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한다. 한편 같은 날 파티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의 아름다운 남자 무용수 사샤는 '눈의 왕'이라 불리는 코카인 밀매업자를 잡게 도와 달라며 프라이니에게 접근하는데……. 진짜로 '센 언니'가 왔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본격 여성 탐정 소설 프라이니 피셔의 탐정 입문기를 그린 『코카인 블루스』는 '눈의 왕'이라 불리는 코카인 밀매업자와 불법 낙태 시술자를 쫓는 두 개의 사건으로 짜여 있다. 범죄 소설로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일상 묘사를 통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프라이니가 입는 옷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묘사다. 모자며 드레스, 악세사리, 메이크업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녀가 스타일을 중시하는 매우 이례적인 여탐정임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지루한 대화가 오가는 파티장보다는 일촉즉발의 범죄 현장을 선호하는 타고난 모험가다. 멋진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남자들과의 관계를 리드하는 독립적인 여성이자 남자들과의 로맨스 못지 않게 여성들과의 우정과 연대를 중시하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이처럼 언뜻 보기에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의 조합은 여주인공 프라이니 캐릭터의 의외성과 매력을 한껏 더해 준다. 불법 낙태 시술과 같은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루고 여성의 억압적인 삶이나 여성 참정권 운동 같은 여성 문제를 끼워 놓음으로써 묵직한 페미니스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프라이니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조력자로 성장하게 되는 하녀 도로시, 여자 의사를 용납하지 않던 시대에 당당히 맞서 의사가 된 맥밀란 박사, 거기에 미스터리를 감추고 있는 듯한 대령의 딸 리디아까지 여성 캐릭터들의 뚜렷한 개성과 활약이 두드러지는, 그야말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본격 여성 탐정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재즈 에이지의 페미니스트 히로인 프라이니 피셔 불경죄를 짓고 법정에 섰음에도 치명적인 미모 덕에 재판관들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의 고급 창부 프리네. 그녀의 이름을 딴 프라이니 피셔는 프리네처럼 아름답고 자유분방하며 자신의 욕구에 솔직한 1920년대의 신여성이다. 보브 스타일로 짧게 자른 흑단발, 회색빛이 감도는 초록색 눈동자,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우아한 패션이 그녀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호주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보다 작위 계승 서열이 높았던 친척들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줄줄이 사망하는 바람에 돈 많은 귀족 영애 신분이 되었다. 틀에 박힌 런던의 사교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고 고국 호주로 돌아와 탐정 일을 시작하게 된 프라이니는 번뜩이는 재치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무기로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 간다. 자유분방한 신여성답게 멋진 남자들과의 에로틱한 만남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딜라일라북스에 대하여 딜라일라는 삼손을 파멸로 몰고 간 구약성서 속 인물 델릴라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1960년대 말 가수 톰 존스가 부른 팝송 '딜라일라'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요부의 대명사이자 배신의 아이콘으로 거듭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딜라일라북스는 '딜라일라'라는 이름에 내포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고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의미에서 여성 작가와 여성주의 책들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