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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선생님, 우리 정표 자리 꼭 비워 두세요
1부 내가 백혈병에 걸렸다 2부 집에 가고 싶다 3부 난 어리니까 곧 낫겠지 4부 엄마, 조금만 버텨요, 사랑해요 에필로그 하늘나라에 있는 정표를 대신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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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상치 못했던 세상 속으로 들어온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면 여전히 ‘소아 혈액종양 병동`’이라는 안내문이 현실을 부정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오늘 3회차 항암제를 맞으면서 열두 살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장발장이 감옥살이를 그렇게 오래 했다는데 왜 그렇게 오래 살았는지 아세요?`” 남의 것을 훔쳐서 감옥에 들어갔다가 탈옥하고 그 죄가 또 붙어서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더니 제 아들이 하는 말 “`엄마, 그건 빵 하나 때문이라고요” 했어요.
이내 아들이 참았던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나는 도둑질도 안 했는데, 왜 이런 감옥에서 살아야 해요. 이건 감옥보다 더 무서워요. 싫어요, 정말 무서워요. 왜 내가, 하필 나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준비 없이 맞게 된 아들을 보며 부모 마음은 장발장보다 더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어머니의 글에서 최금파 선생님, 반 친구들이 보내 준 그 사랑 가득 담긴 시집, 정표 몸 속에 엔돌핀 되어 흐를 거예요. 우리 정표 그 고마움 느끼며 친구들 사랑 생각하며 오늘도 잘 견뎌 내고 있어요. 잠깐 눈 붙이면서 정표가, 내일은 이렇게 아프지 않겠지 내일은 오늘보다는 덜 아프겠지 아마도 오늘이 제일 아픈가 보다 그럽니다. 곁에서 이 못난 어미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을까 손 잡고 지지해 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표 자리 그대로 비워 두세요, 선생님! 꼭 다시 학교 보낼게요. 정표 꼭 나을 거예요. -2005년 4월 8일 어머니의 편지글에서 최금파 선생님, 정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표 손 꼭 잡고 우리 해 보기로 했답니다. 고통스런 와중에도, 간이침대에서 쭈그리고 자면 몸살나 아프다고 저를 억지로 침대로 끌어올리더라고요. 엄마는 안 올라간다고 당기고 아들 녀석은 자기가 바닥에 있는 간이침대로 내려오겠다고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니 간호사가 말렸어요. 그러다가 아침에 꼬옥 끌어안아 주었더니 갑자기 막 울었어요.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몰라. 속상해서 어떻게 해. 이제 우리 집 어떻게 돼요? 가족에게 미안해.” 그러면서요. -2005년 4월 6일 어머니의 편지글에서 “정표야” 하고 부르는데 갑자기 “엄마!”하면서 홱 돌아 앉으며 머리에 덮었던 수건을 걷었다.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맨머리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엄마가 보고 충격 받을까봐 장난치면서 놀래 주려고 그랬다. 정표다운 놀이였다. 순간 내 가슴이 미어졌다. -어머니의 글에서 “진달래도 못 만져보고, 봄의 풍경, 봄바람, 봄꽃을 하나도 못 보고 지나가 버렸어.” “몸은 아프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부해야 되는데...지금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몰라. 속상해서 어떻게 해. 이제 우리 집 어떻게 돼요? 가족에게 미안해.” -정표의 일기 중에서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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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정표의 일기와 어머니가 쓴 글을 토대로 하여, 시간의 흐름대로 구성되어 있다. 1부~4부로 구성된 책의 곳곳에 병상에서 찍은 사진과 정표가 그린 그림, 해맑았던 시절의 사진 등을 배치하여 사실성을 높였으며, 글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을 가볍게 표현한 크레파스 그림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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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촌초등학교 6학년, 소설가의 꿈을 키우던 열세 살 소년 이정표가 1년 9개월 동안의 투병 끝에, 지난 1월 14일 엄마에게 “고마워”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정표는 연필을 쥘 힘이 없을 때는 엄마에게 일기를 불러 주어 기록하게 하면서까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까지 꼬박꼬박 일기를 기록해 왔다. 힘들 때는 아주 짧은 글 두어 줄, 기운이 좀 나고 할 말이 많을 때는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일기를 쓸 만큼 쓰는 일에 매달렸다. 일기는 정표에게 그 어떤 투정도 받아 주는 속 깊은 친구이자 삶의 희망이었다. 정표는 입원, 퇴원을 거듭하면서도 언제나 곁에 지니고 다녔던 병상 일기가 『정표 이야기』라는 예쁜 책으로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뼈가 부러지고 마는 고통 속에서 일기를 써 내려간 정표, 그 정표의 곁에서 한 순간도 흘려 보내지 않고 눈물과 소망을 담아 글을 썼던 어머니, 그리고 다닥다닥 붙은 병상에서 함께 아픔을 위로했던 사람들과 사랑하는 마음을 편지에 가득 담아 전했던 정표의 어린 친구들. 『정표 이야기』는 이 모든 이들이 함께 가꾸어 낸 진실한 사랑의 기록이다. 그래서 『정표 이야기』는 여느 작가가 쓴 글보다도 더 소중하고 값지다. 절절한 삶의 진실, 무방비 상태인 우리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어린 소년의 귀한 글들은 살아 숨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 내 피부에 닿는 맑은 공기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을 돌이켜 보고, 깊이 더 깊이 사유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