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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 이어령 : 어둠의 바닥에서 찾아낸 천년의 빛
프롤로그 - 옻칠의 신비에 영혼을 뺏기다 제1장 고향 창백한 내 영혼의 뿌리 내 마음의 집을 짓다 갑자기 사라진 우상, 나의 형 형의 죽음이 내게 남긴 것 국화빵에는 국화꽃이 없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 꿈꿀 틈도 없었던 날들 영원한 해병을 꿈꾸며 낯선 경험들 첫 둥지, 예린칠공예사 옻칠의 신비에 빠져들게 한 와태칠 옻칠의 나라, 일본 운명적으로 나를 찾아온 조그만 밥상 제2장 기다림 꿈의 연회장 메구로가조엔 첫 일본전시회 일본어를 위해 피운 만학의 불씨 일본의 옻칠기법을 순례하다 2년간의 치밀한 조사 혼신을 다한 피와 땀의 기록들 구성진 진도아리랑 현장에서 부딪치며 내린 결론들 마지막 승부수 피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 메구로가조엔에 당당하게 입성하다 또 다른 복병, 비자발급 메구로가조엔의 낮과 밤 동경에서 '조금 먼 곳' 천혜의 땅, 가와이무라 가족을 데리고 오지로 가는 길 을씨년스럽던 폐교를 연구소로 대한민국 예린칠예연구소 개소식 제3장 희구 낯선 지역, 낯선 주민들 초등학생들의 한일 교류 밤을 새운 연구의 나날들 일본화, 목판화까지 맡게 되다 선배 장인의 혼을 살려 내다 난파선의 선장 같은 하루하루 직원들과의 망중한 민족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 가와이무라의 사계 딸의 병실과 연구소를 오가던 시간들 비상벨이 울리면... 자연의 축복으로 태어난 새 생명 세계 최초의 옻칠엘리베이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동심으로 만든 황홀한 우주공간 세계최대의 옻칠 작품 '사계산수화' 중국음식점 원탁의 원조는 중국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닥친 고비 목숨을 건 처절한 사투 도쿄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리다 제4장 혼불 문화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옻칠악기의 신비한 음색 '아빠, 왜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요?' 우리 문화의 '혼불'을 만나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옻칠의 신비 옻칠의 영구성, 자연친화성, 아름다움 일본을 넘어 지구인으로 에필로그 - 영혼에 옻을 입혀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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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내 작업일지 한 귀퉁이에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있다.
'옻칠은 절대적으로 완벽을 요구한다. 옻칠은 디자인과 장식성 등 표현의 문제뿐만 아니라 옻칠이라는 소재의 완벽한 이해와 인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편의를 위해 대충 넘어가거나 얕은 술수를 일체 받아들이지 않아야만 옻칠이 가진 다양한 특질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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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을 앞둔 메구로가조엔은 흡사 전장을 방불케 했다. 직원들은 퀭한 얼굴에 눈빛은 광채를 내뿜으며 자신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때는 이미 고용된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광기에 휩싸인 예술가들이었다. 그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고개를 완전히 젖히고 옻칠을 하고 금을 붙이다보니 얼굴에 떨어지는 옻칠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특히 생칠은 직접 피부에 닿으면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독하다. 더구나 아무리 옻에 면역된 사람도 피곤이 쌓이면 견딜 재간이 없다. 우리 모두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고 벗겨진 살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자네 얼굴이 꼭 문둥이 같네." "소장님은 어떻고요.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네요." "나야 원래 보리문둥이 아닌가. 하하..."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허리가 끊어지고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에다 얼굴은 생채기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쓰렸지만 가끔 여유를 찾던 순간이었다. 어느 날 호소카와 도시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주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직원들을 둘러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비장한 분위기에 압도된 탓인지 '수고한다'는 말조차 섣불리 꺼내지 못했다. 사장이 내 팔을 잡아끌고는 신신당부했다. "전 선생, 이러다가 사람들 다 죽이겠습니다. 오픈을 미루든가 아니면 부분적으로 오픈할 수도 있으니 제발 잠 좀 자면서 하십시오." 마음 한구석에서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나 나는 고맙다는 내색을 감추고 일부러 쌀쌀맞게 일축했다. "그런 말을 하려거든 당장 돌아가십시오. 일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우리가 결정한 일이니 죽든 살든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 사실 메구로가조엔은 오래전부터 오픈 날짜가 잡혀 있었고 이미 수천 쌍의 결혼예약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비용의 손실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소카와 도시로 사장은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그는 진정 사람을 쓸 줄 아는 경영인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자 더더욱 고삐가 죄어졌다. 그러나 의식은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피로가 실핏줄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진 탓에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으로 내려앉았다. 식사시간에는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어떤 직원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여러 번 옻칠이 묻은 피부는 아예 새까맣게 타들어갔고 초읽기에 몰린 긴장감으로 내 마음도 숯덩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 p.291~2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