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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리 오래지 않은 전통
호적대장의 고향, 단성지도 Ⅰ 호적을 찾아서 1. 호적이란 무엇인가? 2. 조선시대 호적의 현황 3. 호적대장의 고향, 단성 Ⅱ 조선의 주민등록 1. 호구단자와 호적대장, 그리고 준호구 2. 가계를 잇는 자, 호를 잇는 자 3. 재혼의 흔적 4. 여성이 활약하는 조선 후기 Ⅲ 호적의 직역 1. 직역과 신분 2. 군역, 원칙과 현실의 괴리 3. 지방관청과 서원의 역 4. 노비의 역 5. 신분상승의 전설 Ⅳ 호적의 변화와 가족 1. 조선시대의 호구 2. 광무호적, 호적기재양식의 변화 3. 민적, 호적의 새로운 얼굴 4. 호적과 족보의 이데올로기 5. 가족의 변화 에필로그 주(註)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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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후기 신분, 여성, 가족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가에 의한 수탈과 사회적인 부패, 그리고 가부장적인 지배 등은 우리에게 '오래된 전통'으로 각인되어 있는 조선시대의 이미지이다. 조선시대는 개인과 집단의 자율적 활동이나 개성이 국가 지배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암흑사회일 뿐인가? 이는 전통과 근대를 나누려는 근대적 시선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아닐까? 『호적, 1606-1923 호구기록으로 본 조선의 문화사』는 양반-평민-노비라는 엄격한 신분제, 마치 비(婢)처럼 존재하는 여성, 가부장제적 권위가 이데올로기화 한 가족질서 등 우리가 전통으로 여겼던 것들이 사실 많은 부분에서 그리 오래지 않은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음에 주목하며, 호적이라는 국가공문서를 통해 어둠에 가려 있던 개인과 여러 계층의 일상적 삶에 접근하면서 조선후기 신분, 여성, 가족 등의 역사적 실체와 함께 고유하면서 다양한 조선시대의 개성을 찾는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음을 심도 깊게 환기시킨다. 이 책은 '경상대 단성현 호적대장'을 전산데이터화 하면서 호적, 족보, 민적 등의 인구자료를 통한 '역사인구학'의 정립으로 한국사의 특징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적 맥락에서 밝히고자하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지난 10여년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저자는 “신분제 변화와 독특한 친족제의 발생 과정 등 인구동태 변동과 국가와 민의 관계 등에 대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호적이 우리에게 들려줄 당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준비한다. 저자는 호적에서 사람들을 불러내기 위해 경상도 단성이란 지역의 호적장부를 찾아간다. 특히 단성의 안동권씨 동계공파 가문 및 여러 호구들을 미시적으로 조명하며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역사적 실체에 다가서는 역사 다큐멘터리는 매우 체계적이면서 요령 있는 기술(記述)이다. “조선은 개인과 집단의 자율적 활동이나 그 자율적 활동에 근거한 다양한 개성을 신분제적 지배로써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개별 인구와 가족의 사회문화적인 변동을 장기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조선사회를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조선사회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는 여성생활사 연구에도 자극을 주었다. 이제 여성사는 남성을 내조하며 묵묵히 가사를 수행하는 여성의 일상적 생활을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공동체의 질서를 뒤흔들 만한 남녀 간의 애증문제, 남녀의 사회적인 역할 분담,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식되고 규정되는 여성의 존재를 발견하려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머리말 중에서 특히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억압적이고 견고한 구조로 보는 그간의 시각에서 벗어나 신분, 여성, 가족의 실체적 삶에 접근한다. 조선시대 신분제를 어미의 신분이 가족의 신분을 결정하는 모계적 특징으로 파악한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의 일원으로 용해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신 가족을 배경으로 상대적인 독자성을 유지하며 많은 경우에 남성을 대신하여 가족의 대표로서 국가적,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다양한 혼인관계로 말미암아 가족의 신분적 위상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조선 신분제의 또 하나의 특성을 제기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전제적인 가부장권은 이러한 신분제를 포기한 뒤에야 그것을 대신하는 형태로 제도화된 것이다. 저자는 최근 호주제 폐지에 대해 '남성에 대한 여성의 위상을 제고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진전시키는 것'이라 하면서도 폐지의 근거를 '전통적인 가족상'에 둠으로써 가장과 가족에게 책임을 모두 전가해 버릴 수는 없다고 본다. 현재 우리가 가족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유재로 여기는 것들 대부분은 근대사회에 생겨난 '근대적인 유재'이기 때문이다. 2. 1606-1923년의 호구기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문화사 1606년에서 1888년까지 280여 년간 30만 명이 등재된 경상도 단성현(현재 경남 산청지역)의 호적대장은 대구와 울산지역 호적대장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의 인구변동을 체계적으로 기획한 중요한 자료이다. 1999년에 착수한 성균관대교 동아시아학술원의 단성현 호적대장 데이터베이스 작업과 연구는 2004년과 2006년에 한글, 한자 전산데이터를 순차적으로 학계에 공개하며 국내외 학계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 호적전산데이터는 계량사료의 특성을 살려 기재양식에 맞추어 전산화됨으로써 개별 인구의 추적은 물론, 호적등재 전체 인구에 대한 의미 있는 통계를 산출해 낼 수 있었다. 『호적』은 10여년에 걸친 호적연구를 주도한 저자가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결실로, 조선시대 호적에 기록된 사람들을 일일이 파헤치는 미시적 분석을 통하여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억압적이고 견고한 구조로 보아온 그간의 시각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족이 어떻게 국가의 필요성에 대응하면서 살아갔는지, 그 취약하고 유동적인 구조로 다양한 삶의 궤적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아울러 한국 전근대사회의 인구현상이 가지는 특징을 밝힘으로써 세계 역사인구학 연구에 동참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사 및 세계사적인 문제제시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러 지역의 호구기록 중에서 조선후기와 대한제국기까지는 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을 주로 다루면서 대구와 울산 지역 호구기록으로 보완하였으며, 식민지 시기 민적에 대해서는 제주지역의 자료를 사용한다. 호적에 등재된 모든 호구기록에 대해 계량적인 분석을 가할 뿐 아니라, 개별 가족의 사회문화적 활동을 일일이 추적한다. 특히 지금까지 소홀했던 국가와 가족의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신분제적 억압과 부패로 붕괴되어 갔다고 여겨온 조선시대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우리가 흔히 전통적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근대적인 성향이 발현되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동아시아 근세사회의 변동과정에 위치하는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사적 특질이 눈앞에 충분히 비교되며 밝혀진다. “호적만큼 다양한 인간들이 다양한 일생을 보낸 기록을 찾긴 어렵다. 족보도 많은 사람들의 혼인과 가족관계를 담고 있지만 일부 계층에 한정된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등의 연대기는 왕조의 정치상황을 상세히 전해주지만, 조정에서 발현되는 주관적 서술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방통치과정에서 수령이 기록한 공문서나 민간의 분쟁을 전하는 재판기록, 개인의 생활상을 그린 일기가 조선시대 사람들의 사회현실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도 호적의 전체상 가운데 위치시킬 때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호적은 정해진 양식에 따라 조사하여 작성한 국가의 공문서로서 어떠한 서술도 하지 않은 계량사료이다. 인민통치에 필요한 만큼만 기재하도록 고안된 간단한 양식의 호구조사기록에서 한 사람의 풍부한 삶의 궤적을 곧바로 끄집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가 개인의 일생을 획일적으로 재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적은 다양성과 함께 획일성을 가진 자료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흥미를 끌고 있다." - 머리말 중에서 3. 역사인구학의 가능성을 찾아서 '역사인구학'이란 과거의 인구자료로부터 인구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인구변동 지수를 발견하는 학문을 말한다. 서구사회에서 인구변동은 사회문화적 요소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중국은 호적과 족보를 통해, 일본은 人別帳·宗門改帳을 사용하여 근대 직전까지 동아시아 사회의 인구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조선왕조의 호적과 족보도 의도된 기록임을 전제한 위에 인구자료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의도되지 않은 우연한 인구기록으로부터 역사인구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출생력이나 유아사망률을 구하기는 어려우나, 살아남은 자들의 인구현상은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호적은 가계도와 혼인네트워크를 그릴 수 있고 대조할 수 있는 족보자료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호적(戶籍)과 함께 족보(族譜), 민적(民籍) 등의 자료를 가지고 역사인구학이란 새로운 연구방법을 통해 한국사회 인구현상이 가지는 특징을 밝히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