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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我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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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짓거리는 자연의 섭리를 주워듣고,
사진이란 매체를 차용하여 그 이치를 옮겨 쓰는 것일 뿐이다. --- 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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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는 아이덴티티에 관한 이야기다. 물의 아이덴티티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알아야 한다. 내가 없으면 물은 물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물과 비와 나의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물은 나이며, 비는 환경이며 조건들이고 사건들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어린 연의 노란 잎을 만지면 그대로 내 지문이 남는다. 하지만 차츰 푸른색이 짙어지면서 아무리 세게 만져도 나의 지문을 받아주지 않는다.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배척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잎이 차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면서 어떠한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은 완벽한 수용의 의미와 같기도 하고, 너도 나도 이미 똑같은 사람이지만 아이덴티티가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DNA의 구조가 이중나사 모양으로 꼬인 것 역시 재미있는 현상이다.
--- pp.9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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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김아타, 부드럽지만 강한 역설의 미학을 만난다! 세계가 인정한 독창적인 아티스트 김아타 그의 작품 세계와 예술가의 심연을 열어 보이다 최근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사진 작품에 쏠리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세계 시장에서 국내 사진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현대예술의 중심지 뉴욕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김아타이다. 김아타는 2004년 세계적인 사진 전문 출판사 어패처(Aperture)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사진집《The Museum Project》을 발간했으며, 지난해에는 뉴욕 세계사진센터(ICP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신의 철학을 독창적인 방식과 강렬한 이미지의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아티스트 김아타의 글과 작품 세계를 담은 책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잠언 형식의 글을 모은 것으로 끊임없는 열정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한 아티스트의 진면목을 엿보는 한편, 세계 예술계를 매혹시킨 힘의 근원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역설의 미학 뉴욕이 인정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아타가 전해준 소식들을 그야말로 놀랍기만 하다.《뉴욕 타임스》가 2개 면을 할애하여 자세하게 소개했을 만큼 화제가 되었던 ICP에서의 개인전에 이어, ‘아직 찍지도 않은 작품 두 점이 1억 6천여 만 원에 팔렸다’던가,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 소프트사 갤러리를 통해 그의 작품 두 점을 전격 구입했다’, ‘센트럴파크 재단이 그의 작품을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라는 등의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화제가 된 그의 작품들은, 얼음으로 만든 마오쩌둥, 마릴린 먼로 등이 녹아가는 과정을 촬영한 것이라든지, 충북 보은군 한 폐공장에 천 개의 얼음을 세워두고 역시 그것들이 녹아가는 과정을 촬영한〈아이스 모놀로그〉시리즈, 8×10인치 대형 카메라를 8시간 또는 24시간 노출하여 움직이는 것들이 사라지도록 만든〈뉴욕 시리즈〉를 비롯한 ON-AIR 프로젝트, 유리 박스 안의 사람들을 촬영한 The Museum 프로젝트 등이다. 최근 여러 가지 놀라운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지만 김아타는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가 아니다. 대학에서 사진이 아닌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일찍이 철학, 문학에 더 심취하면서 자신만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철저하게 독자적인 세계관을 확립하여 활동한 결과가 근래 인정받고 있다. ‘관념’이 마음의 눈을 멀게 한다고 믿고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틀을 벗어던지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고, 한 사람 한 사람이 66억 인구 중 유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작가는, 이로부터 존재의 실체를 탐구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고 있다. 특히《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짧고 명상적인 글 108편에 담고 있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동양사상의 영향이 깊이 있게 드러나는 한편, 인간과 도시, 자연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과 비판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에 수록한 20여 컷의 사진은,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탐구에 몰두해 온 작가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100개국의 100명의 사람들의 얼굴을 한데 모은 ‘셀프 포트레이트’ 시리즈를 통해 이데올로기와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똑같은’ 사람이지만 각기 다른 DNA로 대표되는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영원성을 숭상하는 존재의 본능과 사라짐이 생명인 얼음”의 아이러니를 이용한〈아이스 모놀로그〉시리즈는 세상을 보는 예술가적 시선을 나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