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주도인 알바니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알바니 프리스쿨(Albany Free School)은 역사가 30년쯤 된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함께 있는 학교로서 3살부터 15살까지의 아이들 쉰 명 정도가 다니는 학교인 셈이다. 유아, 초등, 중등 아이들이 따로 움직이면서도 언제든지 서로 어울리기도 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가 한 데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폭넓은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 학교는 무엇보다 관계 맺기 기술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 기술은 누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프리스쿨은 그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써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준다. 알바니 프리스쿨에서 30년 동안 교사로 일해온 크리스는 이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프리스쿨』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나날의 삶이 지닌 정서적 차원과 인간관계 차원에 마음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낸다. 왜냐면 우리는 이 두 차원이 삶의 초석이며 모든 앎의 초석이기도 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를 지닌 아이들이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을 오히려 모두에게 배움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크리스의 말을 더 들어보자.
"나는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람을 다루어내는 것을 배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굳게 믿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기 개인의 힘이 미치는 한계를 탐색하기 시작하고, 누가 믿을 만한지, 어떤 사람은 믿을 수 없는지, 언제 도움을 청해야 할지, 언제 자신만의 힘으로 그 일을 해내야 할지 배우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말썽꾸러기들 중 하나가 학교를 들쑤셔 놓으면 우리는 그 사태를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뭔가를 배우게 될 기회로 본다. 이런 일들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특질 중의 하나를 만나게 해 준다. 진정한 공동체 속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이 저지르는 잘못으로부터 다 함께 배울 수 있다."
프리스쿨에서는 몸싸움을 벌이는 것도 금하지 않는다. 만약 두 아이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치고받고 싸우기로 한다면, 그 싸움이 공정하고 상대방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 허용된다. 가까이에서 어른 한 명이 지켜보면서 안전사고를 막고 가능한 한 그 싸움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화해에 이르도록 도움을 준다.
매우 이질적인 아이들이 섞여 있는 프리스쿨 상황은 그런 경험의 풍부한 보고가 되고 있다. 물론 싸움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다. 싸움으로 가기 전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도 구비되어 있다. 누구든 자신에게 싫은 행동을 하면 "그만 stop !" 하고 외치면 된다. 몇 번 외쳐도 해결이 안 되면 누구나 전체 모임을 소집할 수 있다. 그러면 곧바로 모임이 열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공동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 그 가운데서 문제 해결 능력과 공동체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이렇게 자란 프리스쿨의 아이들은 그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