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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에도 '재벌'이라는 집단과 그 총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처럼 일족주의(一族主義)가 강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화려한 일족』은 경제동물로 유명한 일본 간사이 지방의 대표적인 재벌 한싱그룹 총수 일가의 이야기이다.
小가 大를 집어삼키는 절묘한 은행합병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식의 희생까지도 불사하는 재벌 총수 만표 다이스케는 위엄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가로서 완벽한 생활을 영위한다. 가장 깨끗해야 하는 것이 가장 추하다는 이율배반 속에서 그의 이중생활은 마치 멋진 카리스마로 투영될 수도 있다. 정반대로, 양심적이며 순수한 이상에 정열을 불태우는 그의 장남 만표 뎃페이는 자신의 출생에 관한 의혹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철강맨으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투지를 불태운다. 우리나라의 재계에서도 부자간의 갈등으로 대규모 소송이 일어나는가 하면, 기업 CEO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르기도 했다. IMF 사태 이후에는 금융권은 물론 경제계 전반에 대규모 인수ㆍ합병이 이루어져 경제 일선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적자생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양태와 거의 흡사한 내용이 이 작품의 근간이다. 흔히 소설 속의 주인공은 선량한 사람으로 미화되기 일쑤이나, 이 작품에는 극단적으로 개성이 다른 인간형들을 대립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회적ㆍ윤리적 심판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스토리 전개의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일찍이 『불모지대』『하얀 거탑』『대지의 아들』 등 일련의 大作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야마사키 도요코의 이 작품은 현대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사회소설로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한한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라도 획득하려는, 어쩌면 인간 본성에 던지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일족』은 올초 일본 TBS-TV에서 드라마화하여 시청률 1위를 기록하였고, 만표 뎃페이 역의 기무라 다쿠야는 일본 최고의 탤런트라는 명성에 걸맞는 열연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