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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마뱀
상사화 눈의 침묵 길고 검은 강 겨울 나들이 여덟 색깔 무지개 작가의 말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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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를 추억처럼 간직한 사람들, 담담한 눈빛으로 세상을 응시하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자 베트남에 가서 신부를 찾는 남자(「붉은 도마뱀」), 바람난 아내 때문에 다친 마음을 치유하러 온 남자와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10년간이나 뒷바라지하던 여자(「상사화」),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편 대신 중풍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여자(「눈의 침묵」), 객사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품고 살아가는 여자(「길고 검은 강」), 가정 있는 남자를 사랑한 죗값으로 전처의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뺏기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시골로 떠나보내는 딸(「겨울 나들이」), 알코올중독자 애인을 둔 여자(「여덟 색깔 무지개」)……. 『붉은 도마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타인에게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지녔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 어디에서도 도를 넘는 슬픔이나 고통, 혹은 자기 연민에 빠져 허덕이는 기색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은 “빨고 또 빨아도 너덜너덜한 걸레 같다고 투덜댔던 삶들이 행복”이었다고, “생이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낳은 부채를 갚아 가며 사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인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말했듯 윤순례는, “부부 혹은 고부 관계의 아름다움을 맛보기도 전에 겪어야 했던 괴로움에 일방적으로 노출되지만 괴로움과 분노, 그 중간 지점에 감정의 무게를 실어 놓”는 작가다. ■ ‘적나라하고도 진지한 삶의 모색’, 진솔함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윤순례 소설에서는 한결같이 “집안에 든든한 돛대처럼 아내만 있어 준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남자와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것에 대해 아기자기한 꿈을 꾸”는 여자가 등장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일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윤순례의 소설은 ‘개인’, 혹은 ‘남녀 관계’를 넘어서 ‘개인과 사회’, ‘개인과 제도’, 그리고 ‘개인과 윤리’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평범한 연애 소설의 한계를 허문다. 특히 「붉은 도마뱀」은 2007년 7월 6일 《한겨레》신문 「꽃가마 타고 온 한국 땅에서 “난 씨받이로 이용당했다”」라는 제호의 기사에서도 다룬, 베트남 신부와의 국제결혼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국제결혼에 따라야 할 의무나 윤리를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윤순례는 베트남까지 가서 신부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럼에도 결국 여자를 한국으로 데려올 수 없는 주인공 남자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며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낙오자처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추레한 삶을 뿌리까지 끄집어낸다. 소설가 이문구가 “작품 전편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소설의 허구성은 적나라하고도 진지한 삶의 모색에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지구력을 더해 간다.”고 평한 것처럼 윤순례의 소설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지닌 성숙함과 진솔함으로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