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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들머리: 살아 움직이는 고전 제1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내재적으로 고전 읽기 통념과 상식 버리기: '성인'이라는 우상을 넘어서 텍스트의 '결' 파악하기: 원문의 결을 따라 『논어』를 읽다 콘텍스트 짚어 보기: 시대를 알면 『맹자』가 읽힌다 담론 지형 살피기: 『논어』를 통해 『노자』를 읽다 수사학적 전략 파헤치기: 『장자』의 화법을 간파하다 수신자 추적하기: 『순자』의 숨어 있는 독자를 찾아내다 추체험하기: 『사기』에서 삶을 생생하게 체험하다 제2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미디어'로서의 고전 읽기 공자: 『시경』으로 중원을 구축하다 진시황: 『한비자』로 제국을 건설하다 한대인: 『춘추』를 헌법으로 활용하다 사마천: 『초사』를 통해 역사와 대화하다 도가학자: 『장자』, 불교의 벗이 되다 근대인: 『묵자』로 중국의 체면을 살리다 하연: 『논어』, 중원 만들기의 교범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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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문학자 김월회가 말하는 우리 시대 고전 읽기_ 출간 동기
이제 바야흐로 '고전 읽기'의 전성 시대이다. 이러한 현상이 주로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출판시장에서 두드러진 것을 보면, 틀림없이 대학입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고, 그만큼 폭발적이고 소비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의 이유가 단지 시험 합격이라고 할 때 고전 읽기의 방법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제 고전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읽어야 하는지 정도는 생각하고 고전을 읽어야 할 때가 아닐까. ▶ 살아 움직이는 고전 사실 처음부터 고전인 텍스트는 없었다. '반드시 불후의 고전을 쓰고야 말 테다'라고 작정했다고 해서 또는 실제 훌륭한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 작품이 반드시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전은 한 개인이나 한 작품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 선택되고 또 결정되곤 한다. 몽고족의 원元나라를 물리치고 한족 왕조인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은 어엿한 경전이었던 『맹자孟子』를 비판한다. 책 내용 중에 쿠데타를 옹호하는 주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맹자』는 하루아침에 불후의 고전에서 금서로 급전직하한다. 역의 경우도 있다. 맹자가 틈만 나면 '씹는' 바람에 결국 이천여 년 간 이단으로 지목된 『묵자墨子』는 서양 열강에게 패퇴를 거듭하던 근대에 들어 소중한 고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묵자』에 들어 있는, 두루 사랑한다는 '겸애兼愛'라는 학설이 서양의 휴머니즘, 박애 등과 비슷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떠한 사회적 관계에 놓이는가에 따라 한 권의 책은 고전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가치와 평가가 달라지는 고전은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며, 삶의 구체적인 현실을 두드리는 존재다. ▶ 읽고 남는 게 있어야 고전이다 살면서 우리가 고전이라는 것을 필요로 할 때는 어김없이 현실적인 필요가 있을 때다. 산은 거기에 그렇게 있어 그냥 오를지도 모르지만, 고전은 산이 아니다. 실용적인 목적에서든 지적인 목적에서든 간에, 고전은 읽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 '읽는다'는 것도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시간이 투입되고 그만큼의 생체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고전은 읽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얼른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뭔가를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태도로 고전을 접해야 한다. '고전 읽기'에 투자하기로 했으면, 밑천을 마련해야 하는데, 고전 읽기의 밑천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전 읽기의 다양한 방식을 섭렵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생리를 읽을 줄 알아야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듯이, 고전 읽기 역시 그러한 법이다. 그래서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 ▶ 고전을 활용해야 하는 까닭 고전을 활용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 우리들은 고전을 읽고 이해한 후 그것을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고전을 활용했다. 어떤 책이 고전인 까닭은 그 안에 성인이나 현자의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니, 읽는 이가 그것을 깨우치고 삶에서 실천함으로써 고전 읽기는 완성된다고 보았다. 고전은 그렇게 경건하게 깨우치고 치열하게 실천해야 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요즈음은 읽고 '다시 쓰고 변형하는' 방식으로 고전이 소비된다. 예컨대 인터넷 게시판 소설이나 온라인 게임 등을 생각해 보면 된다. 고전은 더 이상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와 재활용의 원천이 되었다. 이를 통해 고전이 안 읽힌다는 이 시대가 역설적으로 고전의 '두루누리ubiquitous'가 진척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 '동양 고전'의 국적 문제 언뜻 보면 고전을 읽는 행위는 개인 차원에서만 진행되는 듯하다. 그러나 고전을 방법적으로 활용하는 주체에는 국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고전에는 엄연히 국적이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명백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은 '동양'의 고전이지만,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중국'의 고전 혹은 '한자문화권'의 고전 정도가 옳은 표현일 듯하다. 근자에 종종 쓰이는 동아시아라는 표현을 빌려 '동아시아'의 고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중국이 중심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사 자존심이 상하고 속이 쓰릴지라도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만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이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 비해 매우 크고도 강한 나라였음을 직시할 때에, 그 다음 행보를 능률적이고 슬기롭게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전으로 꼽는 것들이 본래 '중국'의 것이요, 그렇기에 매우 '중국'적인 것임을 고백해야 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것을 단순히 베끼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창조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은 그 사실대로, 그것들의 본향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또 그 사실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랬을 때 비로소 고전을 도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창조적 수용'이란 것이 바로 외래의 고전을 자국 사정에 맞게끔 활용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 고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_ 주요 내용 이 책은 중국문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소장학자 김월회가 쓴 첫 저서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소홀히 다뤄져 왔던 고전 읽기에 대한 고민을 두 가지 방향에서, 즉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고전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로 정리하여 예시와 함께 친절히 설명해 나간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고전 해설서에서는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찾기 어려운데, 이는 그저 어려운 고전의 문구들을 해석해 내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묻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고전을 도구[미디어]가 아니라 신성한 경전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김월회는 고전을 신성한 경전으로 '박제'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 독자가 고전을 재해석하고 또 고전을 만난 독자가 변이되는 과정이 진정한 '고전 읽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고전 읽기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 '내재적'으로 읽자 우선 저자는 고전을 내재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재적 읽기'는 텍스트에 내재된 여러 맥락을 애써 무시하며, 읽는 이의 구미대로 텍스트를 재단하는 잘못을 방지하기 위한 독법이다. '내재적內在的, immanent'이라 함은 말 그대로 '안에 들어 있다', '존재한다'의 뜻이다. 철학적으로 또 문학적으로 여러 뜻으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초월하지 않는다',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썼다. 곧 읽고자 하는 텍스트를 초월하거나 혹은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텍스트 안에 스며 있는 제반 맥락context을 '폭 넓고도 속 깊게' 복원하여 읽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내재적 읽기'에서는 과거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지금-여기'의 감수성이나 사고방식, 가치판단기준 등을 들이밀지 않는다. 또한 해당 텍스트에 대한 기존의 여러 해석이나 설명 등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내재적 읽기'의 전제가 텍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통념과 상식을 버려라. 이 부분에서는 "공자는 성인이다"와 같은 고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공자의 신성화는 텍스트 자체를 읽는 데 걸림돌이 된다. 둘째, 텍스트의 결을 제대로 파악하라. 텍스트의 결은 글자의 뜻을 꼼꼼하게 짚어 보는 행위에 의해서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논어』를 읽을 때도 이 점에 유념해야 한다. 셋째, 콘텍스트를 짚어 보라. 『맹자』는 필자와 그 시대를 파악해야 제대로 읽힌다. 넷째, 담론 지형을 살펴라. 『노자』를 읽을 때는 『논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섯째, 수사학적 전략을 파헤쳐라. 『장자』를 제대로 읽으려면 거기에 나온 화법을 간파해야 한다. 장자의 '낯설게 하기' 화법은 정돈되어 있지 않고 모순이 병존하는 삶(또는 자연)에서 유유자적 노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여섯째, 수신자를 추적하라. 『순자』의 숨어 있는 독자를 찾아내야 한다. 순황(순자)의 성악설은 통일제국의 위정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나오게 된 주장이다. 일곱째, 추체험을 하라. 『사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당시의 삶을 생생하게 추체험해야 한다. ▶ '미디어' 혹은 '도구'로 활용하자 언뜻 보면 고전을 내재적으로 읽는다는 것과 도구로서 읽는다는 것이 상충되는 주장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는 단순히 '어떤 작용을 다른 곳으로 전해 주는 연장'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구체적인 결과를 실현해 주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 우리는 사람의 힘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미디어'에 의지하여 수행한다. 또한 '미디어'는 자신이 지닌 속성을 은연중에 삼투시킴으로써 사용자를 변화시킨다. 저자는 미디어로서 고전을 읽는 방법에 대해 중국인이 고전을 활용한 사례 여섯 가지를 들어 설명한다. 첫째, 『시경』으로 중원을 구축한 공자. 당시 중원은 각 지역마다 말과 문화가 서로 달랐는데 이는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요소였다. 이에 공자는 중원 각 지역의 말들을 통일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시경』을 편찬했다. 둘째, 『한비자』로 제국을 건설한 진시황.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일 제국을 건설하고자 한 진시황은 『한비자』에 제시된 견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도입했다. 셋째, 『춘추』를 헌법으로 활용한 한대인. 한대 사람들(혹은 한대 사상가인 동중서)은 당시 법조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춘추』를 활용했다. 넷째, 『초사』를 통해 역사와 대화한 사마천. 큰 재주를 품고 있었지만 때를 만나지 못했던 사마천은 『초사』를 통해 자신이 굴원을 이해했듯이, 후세의 누군가도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다섯째, 『장자』를 불교의 벗으로 만든 도가학자. 불교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중국인들은 "노자가 인도로 가서 부처가 되었다"라는 허구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또한 도가학자들은 『장자』에 불교의 옷을 입혀 도가의 체질을 강화시켰다. 여섯째, 『묵자』로 중국의 체면을 살린 근대인. 발달한 서구 문명을 흡수하는 데 자존심이 상했던 근대 중국인들은 서구 문명의 뿌리인 기독교의 기반을 세운 모세의 이름이 묵자의 중국어 발음('모쯔')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서구 근대사회의 덕목인 박애, 자유, 인도주의 등이 묵가 사상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