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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치료 또는 능력 강화
제1장 육체를 고르다 제2장 정신을 고르다 제3장 창조된 평등 제4장 메투셀라의 유전자 제5장 평균 수명을 고르다 제6장 메투셀라의 세계 제7장 자기 자신의 아이 제8장 선택되는 아이들 제9장 뇌에 접속하다 제10장 월드 와이드 마인드 제11장 무한한 생명 감사의 말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
南潤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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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알약 한 알만 먹어도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지고, 훨씬 더 기억력이 좋아질 수 있다면? 유전자 하나만 바꿔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을 고칠 수 있다면? 인간의 노화 과정을 멈추거나 심지어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때 과학 소설(SF)의 단골 재료들이었던 이런 물음들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생명공학의 진보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단언한다. 곧 기계와 인간이 함께하는 세상이 온다는 얘기다. 인간이 기계화하는 것을 굳이 비인간적이라 못 박을 이유가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인간성을 기계에까지 확장하는 것만큼 고귀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저자에 따르면, 사이보그도 진화한 인간의 한 모습이다. 아니 더 발전하고자 하는 것, 더 강하고, 더 똑똑하고, 더 오래 살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태초부터 간직해 온 고유한 본성이자 정체성의 발현이라고 말한다. ◐ 생명공학의 최전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1990년 콜로라도 대학교의 톰 존슨과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단 하나의 유전자만 바꿔도 작은 선충동물의 수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999년,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법을 찾던 연구자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보통 쥐보다 다섯 배는 빨리 사물을 터득할 수 있는 쥐의 변종을 만들어냈다. 2002년 파킨슨병 등 마비 환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던 과학자들은 붉은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은 다음,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60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다. ◐ 동물실험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인간이 실험에 응할 차례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질병의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건강한 동물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발견했다. 곧 동물들을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고, 더 오래 살게 만드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정신을 로봇이나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에 발목을 붙잡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 과학은 이 지식을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에게 적용시켜야 할 경계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는 똑같이 인간의 지능을 증대시킬 유전적 기술과 약품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리고 심장병과 암을 막기 위해 개발 중인 기술은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유전자 치료, 유전공학, 줄기세포 연구, 생명 연장,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클로닝 등 생명공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적 성과들과 장차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줌으로써 21세기 과학이 짊어진 윤리적 딜레마를 꿰뚫어 보는 통찰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감동적인 비전을 제시해준다. 저자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화와 과학적 사실을 엄격히 나누어 보여주며, 온갖 비방에 시달리는 생명공학이 인류를 더 향상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과 가족이 그러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그리고 어떻게 이용할지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규제와 금지는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부작용만 부추길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 생명공학의 질주에 브레이크 거는 자 누구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따르며, 이를 간단히 바꾸거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분별 있는 행동이다”고 주장하며 유전자 공학뿐 아니라 다른 기술도 제한하길 바란다. 그는 “국가 권력을 행사”해서라도 현재의 인간성을 침식할 만한 기술, 지적·육체적 제약을 뛰어넘도록 해 주는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적 철학자이자 생명윤리학자인 조지 아나스는 유전공학을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부르며 이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주창해 왔다. 또한 환경론자인 빌 매키븐은 인간의 능력을 개선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는 기초 연구까지 중지하라고 요구하며 “이대로 충분하다. 지성도, 능력도, 모든 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유전자 조작 및 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주어진 자연적 상태를 존중해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며, 생명공학적으로 심신을 바꾸는 것은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은 이런 의견들과는 전혀 다른 전제 위에 서 있다. 즉 사회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탐구를 금지하기보다 우리의 심신을 개선할 기술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합리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네 가지다. 첫째, 치료와 능력 강화는 밀접히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없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심장병과 암 발병 억제, 시력과 신체 마비 회복에 관한 유망한 연구는 우리를 더 젊게 만들어 주고, 기억력을 개선시켜 주며, 뇌 인터페이스를 가능케 해 준다. 모두 우리 자신의 능력을 증강하는 연구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능력 강화를 위한 연구를 중지하면 필연적으로 환자나 장애자를 치료하려는 연구도 멈출 수밖에 없다. 둘째, 생명공학 연구를 금지해 봤자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신체 능력 강화 기술을 금지해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를 써 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마약과의 전쟁’이 향정신성 의약품의 사용을 막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지하면 암시장이 형성돼 필요 이상으로 높은 가격이 매겨질 것이고, 그러면 능력 강화 기술은 실제보다 고가품으로 변질돼 빈부격차만 점점 더 벌려 놓게 된다. 또한 금지 조치는 과학의 발달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바이오 기술이 지하로 숨어들게 만들어 안전 기준이 설정되는 길까지 막아 능력 강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위험을 떠안게 만든다. 셋째, 민주 사회에서 자신의 심신을 바꿀 권리는 국가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있어야 한다. 저자는 생물학적 현상 유지 옹호론자인 ‘바이오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이면에는 공식적으로는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가정이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소수의 엘리트 집단만이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으며, 수백만 또는 수십억 대중을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려줄 수 있고, 이는 개개인 스스로에게 맡겨 두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정이다. 저자는 이것은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넷째, 자기 자신을 바꾸고 개선하려는 충동은 우리 모두가 지닌 본성의 하나다. 인간은 지금까지 늘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현명하게, 더 오래 살 방법을 찾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자 치료법이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외래 유전자를 사람의 몸에 삽입하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모든 의료기술과도 관련된 말이고, 사실 많은 의료 기술들이 그런 식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1798년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백신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고 인륜에 어긋난다며 신문의 사설과 교회의 설교에서 자주 공격받았다. 역사가 앤드루 딕스 화이트에 따르면, 반대 단체들은 천연두 백신을 “하늘에 반항하며 신의 뜻에 거역하는 것”이라 규탄하면서 “신의 법에 따라 접종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또 마취에 의한 무통분만은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여왕이 옹호하고 나설 때까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됐다(여왕이 클로로포름 마취를 하고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모든 여성들이 이를 따라 했다). 또 혈액을 뽑아 다른 사람에게 수혈하는 것도 자연 본래의 과정에 간여하는 것으로 비판받았지만 지금은 의료 과정의 일부로 당연시되고 있다. ◐ 인간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하더라도 사회가 획일화하거나 몰개성화하지 않는 이유 우리는 이미 우리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애더럴은 순수 암페타민에 그럴듯한 약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리탈린도 비슷하다. 둘 다 뇌에서 메타암페타민(히로뽕)이나 코카인과 똑같은 작용을 한다. 또 우리는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나 성장 호르몬을 이용해 운동 능력을 키우려 한 예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의료 기술들은 종종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 보이는 법이다. 그렇다면 유전자 치료도 언젠가는 그런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또한 저자에 따르면, 인간 복제나 유전자 조작이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닮았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것이 아주 쉬운 예다. 아무리 유전자 조작을 하더라도 원하는 대로 성격을 완전히 조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어떤 유전자든 모두 복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격이나 지능의 한 특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대부분 다른 특성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특정한 유전자를 선택하더라도 그게 우리 맘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의 유전자를 선택하게 된다 하더라도 사회가 균일화되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미래에 부모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아이들의 건강이나 외모는 물론, 나아가 아이들의 IQ나 성격 등 정신적 형질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태어날 아이들의 개성과 관련해 선택의 폭이 꽤 넓어지겠지만, 부모가 절대적 힘을 지닌 것은 결코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당대의 지배적 관념에 도전한 갈릴레오의 발견이나 다윈의 진화론처럼 이제 과학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고정돼 바뀔 수 없다는 믿음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정신과 육체를 바꿀 수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