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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에 물들다
홀로 살지 않는다/ 정들었던 것들/ 사랑에 물들다/ 내 안의 생명/ 순례자의 노래/ 집, 몸과 마음의 벗이며 스승이여/ 그때 그림자가 말했다/ 내가 나에게 묻는다/ 새는 새의 자리에, 사람은 사람의 자리에/ 소홀히 생각하지 말라/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 아름다운 탁발 2부 맑고 따뜻하게 먼 산빛에 물들다/ 단식 목각/ 산에서 주운 한 생각/ 맑고 따뜻하게/ 참된 얼굴/ 보름달 소원/ 몸에서 피어난다 연둣빛/ 푸른 꽃비가 내리는 사막/ 조화로운 삶으로 가는 길/ 텃밭에서 부르는 노래/ 나눔의 시/ 내 어찌 경배드리지 않겠는가 3부 보이지 않는 길에서 보이는 길을 생각한다 밥상 앞에 드리는 기도/ 귀 뚫으라시네/ 보이지 않는 길에서 보이는 길을 생각한다/ 병아리에게 구속당하다/ 부끄럽지 않은 손/ 따뜻한 불씨/ 매화 향기 바람에 춤출 때까지/ 나무가 되고 싶었다/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음악회 소고/ 나를 향해 가는 길/ 꽃 그늘 아래 나비들이 나풀거린다/ 꽃배에 실려 보내는 것들/ 당신께 띄우는 꽃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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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나 홀로 살지 않는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살려고 하지 않는다면 거기 어찌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 내 안의 생명과 평화, 분주한 도심에서나 외딴 산속에서 더불어 살려는 내 안으로부터의 첫 걸음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시작이며 완성이다. ―홀로 살지 않는다
--- 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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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등이 휘도록 걸어온 삶 같은 꼬불꼬불 길을 따라 생명평화탁발순례의 길이 흐르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며 쓴 시를 낭송하던 밤은 지나고 소풍처럼 한껏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어느 날엔 눈보라가 치기도 했다. 비바람이 불기도 했다. 눈을 맞고 걸었다. 비를 맞고 걸었다. 그 비바람을 피해 다리 밑에 쭈그려 앉아 식은 주먹밥을 나누기도 했다. 몸은 춥고 때로 고단했으나 모두들 평화로웠다. 그러나 이미 이 나라의 모든 길들은 생명과 평화와는 너무 먼 고통의 길이었다. ―순례자의 노래
--- p.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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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항아리에 쌀 떨어지지 않았으며 나무 청에 땔나무들 겨울나기에 충분하고 뒤뜰에 묻어둔 김장 항아리에 김치와 동치미 가득하다. 내 무얼 더 바라랴. 있다면 내가 쓰고도 흡족하여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들려줄 시 몇 편 쓰는 일, 그리고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나누는 나눔의 봉투, 어떤 기쁨이 그에 우선하랴. ―맑고 따뜻하게
--- p.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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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시를 쓰고 즐거웠다. 그러나 그 시가 혼자만 잘 살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그런 시 쓰지 않을 것이다. 혼자만 즐거운 시라면 기꺼이 쓰레기더미에 던져 버릴 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시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함께 나눔이 되지 못하는 시라면 그건 필시 독이다. 절망하는 이들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다면, 함께 그 절망을 나누는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나의 시는 기쁨을 버리고 그 절망으로 내딛을 것이다. 누군가 그 발자국을 따라 등불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나눔의 시
---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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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삶의 아름다운 가치를 누리며 사는 박남준의 일상은 그대로 시와 산문!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선택하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주 모악산으로 들어간 박남준 시인. 현재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마을에서 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적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스스로 ‘관값’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장례비 200만 원만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넘치면 여기저기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며 살고 있다. 먹여 살려야 할 부양가족도 없고 신문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수돗물도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하루에 두 끼 먹을 때도 있고 한 끼 먹을 때도 있는데 그나마 장정 숟가락으로 두어 번 뜨면 없어질 정도로 적은 양이다. 적게 먹는 만큼 똥도 적게 싸는데 그마저도 아궁이에서 나온 재와 함께 호박 구덩이나 텃밭으로 돌아가니 도무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삶이다. 거름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손님들에게 제발 집에 가서 싸지 말고 여기서 해결하라고 부탁할 정도다. 치약 대신 구운 소금을 쓰고 설거지에도 모래나 재를 쓰고 빨랫비누나 세숫비누도 다 물에 잘 풀어지기 때문에 버들치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용량을 쓴다. 이런 일들이 무슨 환경 친화 운운하는 관념론자 얼굴 알리기가 아니라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다. 머리만 안 깎았을 뿐 스님도 이런 스님 보기 힘든 세상에 그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는 결혼은 안했지만 버들치 30여 마리가 자식으로 등록되어 있고 복수초와 물봉선과 진달래와 산나리와 온갖 산새들이 그의 가족이며 감나무 오동나무 낙엽송 도토리나무들이 그의 식구이다. 또한 배 다른 청설모와 다람쥐와 곤충들이 그와 함께 잠들고 비오면 비대로 눈오면 눈대로 바람 불면 풍경 소리대로 그를 둘러싼 해와 달과 구름과 별들이 모두 그의 혈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