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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병정들
깊은 잠에 빠진 학교 소년 병사는어떻게 됐을까? 소년단원이 되다 나쁜 꿈 집을 빼앗기다 골방에 숨은 아버지 큰누나, 여맹원이 되다 병수, 장군이 되다 병수, 마을에서 영웅이 되다 한밤에 찾아온 손님 흑인 병사들이 오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나게 될까? 다시 공화국이 되다 포로가 되다 어머니의 보물 피난길 주인 없는 집 흰 산 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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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에서 누가 시끄럽게 대문을 흔드는 바람에 병수는 새벽 단잠을 깨고 말았다. 여름 방학을 겨우 며칠 앞두고 있을 때였다.
“웬 잠들이 그리 많으냐. 전쟁이 난 것도 모르고 잠들만 자고 있으니.” 병수는 아버지가 갑자기 전쟁이란 말을 왜 꺼냈는지 그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이 새벽에 집을 두고 할아버지 집으로 가야 한다니 무슨 날벼락인가. 병수와 누나 둘, 그리고 두 살 터울인 남동생, 이렇게 넷은 풀잎의 이슬이 발을 적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허둥지둥 산길을 걸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스무 걸음쯤 떨어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국군이 아닌 다른 군인들이 쳐들어 왔다고 한다. 병수는 군인들이 만화에 나오는 뿔이 몇 개씩 달린 괴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병수는 그날 녹색 군복이나 접시 모양의 탄창, 그리고 붉은 완장을 처음 봤다. 그들이 국군이 아니란 건 첫눈에 알 수 있었다. 병수는 학교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있으면 그때 책 보자기를 가져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깊은 잠 속에 빠져 있었다. 우중충한 2층 건물은 무거운 정적에 잠겨 있고 넓은 운동장에서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병수는 인민소년단에 들어가야 했다. 그것이 가족을 살리는 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익호가 건네준 종잇조각에 써 있는 표어들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민의 벗, 위대한 김일성 장군 만세! -우리의 은인, 위대한 스탈린 대원수 만세!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이런 표어들을 마구 써내도 과연 뒤탈이 없을까? 어느 날 아침 인민위원회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집을 빼앗길 거라는 익호의 말이 금방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병수의 아버지는 뜻밖에도 아주 태연했다. 마치 미리 그들이 찾아올 줄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