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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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 그림 호퍼, <철학으로의 이탈> 두 번째 이야기 고요 고요는 바보가 아니다 세 번째 이야기 산 북한산의 오월 네 번째 이야기 시 박목월, 「봄비」 다섯 번째 이야기 음악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여섯 번째 이야기 도서관 셀시우스 도서관 일곱 번째 이야기 시 황동규, 「겨울에서 봄으로」 여덟 번째 이야기 그림 마티스, <테라스에 앉은 조라> 아홉 번째 이야기 음악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악장> 열 번째 이야기 시 정지용, 「벚나무 열매」 열한 번째 이야기 암자 지리산 도솔암 열두 번째 이야기 소설 헤세, 『유리알 유희』 열세 번째 이야기 나무 삼덕이 열네 번째 이야기 시 소동파, 「여산연우」 열다섯 번째 이야기 상상력 문이 잠기는 소리 열여섯 번째 이야기 산 설악의 가을, 깊숙이 열일곱 번째 이야기 초상 이재관, <강약산 초상> 열여덟 번째 이야기 시 서정주, 「심사숙고」 열아홉 번째 이야기 물 물에 관한 명상 스무 번째 이야기 소설 이문열, 『두 겹의 노래』 스물한 번째 이야기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밀리언달러 베이비> 스물두 번째 이야기 소설 모라비아, 『권태』 스물세 번째 이야기 슬픔 책 속의 슬픔 스물네 번째 이야기 소설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영화 대니얼 페트리, <로켓 지브랄타>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삽화 김도원 삽화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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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감추고 있는 드라마는 무엇일까? 기울어진 햇살로 보아 아마도 오후 시간인 듯한데 여자는 왜 맨살을 드러내고 자고 있을까? 여자와 남자는 조금 전 섹스를 한 것일까? …이 남자는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애인과 함께 낯선 방에서 한낮을 보내고 있는 뫼르소라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줄지 모르겠다. 「이방인」에서처럼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햇살이다. 남자의 고독과 혼란은 분명 햇살에 의존하고 있다. 햇살은 남자의 어두운 내면을 역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우 낯선 풍경이고 낯선 상황이다. 그러나 저 햇살 속에 저 남자처럼 그렇게 어두운내면의 지배를 받으며 멍하니 앉아 있어본 적이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철학과 이성은 행복의 언어가 아니다.
--- pp.14~15 그러나 <요한수난곡>을 듣다보면 요한도 예수도 사라진다. 내가 아는 의미들은 무의미해진다.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목소리와 악기들의 멋진 조화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이제 숲속은 바흐의 음악으로 인해 애절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바뀐다. 특히 소프라노가 예술의 죽음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63곡 아리아나 68곡 마지막 합창은 가장 깊은 슬픔이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이 된 예를 보여준다. --- p.32 나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들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들은 힘차고 대담한 표현 속에 섬세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앙리 마티스의 작품 중에서 약간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이 있다. 마티스가 1912년 단지르에서 그린 회교풍의 그림 <테라스에 앉은 조라>가 그것이다. …조라는 욕망이 없는 여인처럼 앉아 있다. …조라와 조라가 벗어놓은 신발은 푸른 빛의 고독과 정적 속에 아득히 잠겨 있다. 붉은 빛의 욕망은 그 고독과 정적을 헝클지 못한다. 그녀의 고독한 욕망은 오랜 인내 끝에 이제 황혼이나 금붕어 어항처럼 객관화되고 배경화되어 있다. 그러나 욕망이 초월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아득하게 비치는 황혼이나 어항 속에 갇혀 가만히 떠 있는 금붕어처럼 푸른 빛의 고독과 정적을 완성시키고 있다. 나는 이 그림에서 내면에서 오래 억압받고 갇혀 있던 욕망이 삶의 쓸쓸함 또는 향기가 되어버린 공간을 만난다. --- pp.7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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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기록한 미의 절정, 대자연
‘귀떼기청봉을 지나면 능선이 보다 날카로워진다. 능선길이 날카로울수록 좌우의 풍경은 장관이 된다. 한계령 쪽에 뾰족하게 솟은 바위들이 늘어서서 곁가지 능선을 이루고 있다. 그 바위들의 열병은 마치 결사항전을 각오한 황산벌의 계백장군 오천결사의 깃발들처럼 삼엄하다. 그리고 그 주위엔 단풍이 물결치고, 저 멀리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별유천지를 만든다. 햇살이 비치는 방향 탓인지 한계령 쪽의 단풍이 훨씬 강렬하다’ _본문 중에서 저자가 산, 물, 돌, 나무 등 자연과의 만남 속에 발견한 아름다움은 메마른 현대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의 생명력을 맛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북한산에 올라 한 자연주의자의 삶에 대해 사유하기도 하고 공룡능선을 거느린 설악의 근골에서 솟아나는 에너지와 기품을 느끼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여정은 모든 것을 제 빛깔로 키우는 대자연의 부드러움과 유장함에 가 닿고자 하는 삶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거대한 우주와 교감하며 자연의 깊이를 헤아리는 그의 글은 아름다움의 끝이자 풍요로움의 절정이다. 삶을 반추하게 하는 간명한 아름다움에 관한 기록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저자가 아름다움을 궁구하는 가운데 묘파한 삶의 이정표들이다. 이를테면 영화 <로켓 지브랄타>에서 낚은 ‘삶이란 호들갑스럽고 사치스러운 행복의 잔치가 아니라 넉넉하고 품위 있는 긍정이어야 한다’는 한 문장은, 삶의 진실을 찾아 헤매고자 하는 저자의 고단하지만 가치 있는 여정을 잘 보여준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이 모두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뇌하는 저자의 글은, 단순한 서정을 넘어 깊은 성찰로 빚어낸 관념의 진수를 선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 사유는 학자로서 세상을 대하는 윤리 역시 포괄한다. 범인이라면 지나쳤을 소당 강약선 선생의 초상에서 ‘어수선한 곳에서 맑음을 찾고 어지러움 속에서 이치를 찾는’ 고고한 정신, 절제와 기품을 읽어내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손끝에서 태어난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전언들은 우리 곁의 번잡한 세계와 삶을 견뎌내는 자세에 대해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저자가 조심스레 열어 보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독자들은 사색하는 저자의 모습을, 나아가 순일한 일요일을 사색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에세이마다 정성들여 꼽은 글과 어우러진 도판들도 독자들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풍경처럼 펼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