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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하여
1) 희곡 <로봇>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화를 창조한 <로봇>은 서막과 본극 3막으로 구성된 희곡 작품이다. 어느 외딴 섬에 로봇을 만들어 전세계에 판매하는 공장이 있다. 과학자 로숨이 만들어낸 인조인간 제조공식과 그의 아들 로숨이 만든 생산 공정에 따라서 로봇을 대량생산하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회사. 이 곳에 한 아름다운 여성이 찾아온다. 인권연맹 회원으로 로봇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을 품고 들어온 헬레나는 로숨 회사의 대표이사 도민과 여러 임직원들을 만난다(서막). 헬레나는 도민과 결혼하여 섬에서 살고 있다.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났으나 이들에게는 아이가 없다. 하녀 나나는 그것이 신의 창조를 무분별하게 흉내낸 인간에게 내리는 신의 저주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로봇은 처음 계획대로 하인이나 노동자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적군을 죽이는 군인 노릇까지 하고 있다. 고민하던 헬레나는 로봇 제작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로숨의 친필 원고를 태워버린다(제1막). 전세계의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조 과정의 실수인지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게 된 로봇들이 생기면서 이들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몇몇 로봇들은 동료 로봇들을 선동하고 지휘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로숨 섬에도 팜플렛이 날아든다. 도민, 파브리, 갈 박사, 부스만, 할레마이어, 알뀌스뜨 등은 로봇 제작의 비밀이 담긴 로숨의 친필 원고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고 모여든 로봇과 협상하려 하지만 원고는 이미 불타고 없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로봇과 맞서 싸우다 죽는다. 그러나 한 사람, 처음부터 나나와 함께 기술의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던 건축가 알뀌스뜨는 살아남는다. 그는 로봇들처럼 직접 노동을 했던 사람이기에 로봇들은 그를 살려둔다(제2막). 알뀌스뜨는 사라진 로숨의 원고를 복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모든 인간이 죽고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지만, 인간이 사라지면서 그들이 알고 있던 로봇 제작방식도 사라진 것이다. 로봇은 생식을 할 수 없기에 재생산이 가능하려면 로숨의 원고를 복원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학자가 아닌 알뀌스뜨는 난항을 거듭한다. 이때 갈 박사가 실험적으로 감정을 갖도록 만들었던 두 로봇, 헬레나와 마리우스가 나타난다. 성의 구분이 없고 사랑을 하지 않는 다른 로봇들과는 달리 이 두 로봇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이 구분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알뀌스뜨는 태초에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축복했듯 이 두 로봇을 축복하면서 세상으로 내보낸다(제3막). 희곡은 거의 80년 전에 쓰여진 것인데도, 그 동안 나타났던 20세기 과학의 발전과 이에 따른 로봇에 대한 상상력을 미리 다 담고 있다. 먼저, 로봇은 신을 부정하기 위해 생명체를 만들려던 늙은 로숨의 도전에서 시작된다. 이는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신화나 전설의 상상력을 잇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로봇의 대량 생산을 시도하는 젊은 로숨의 도전이 이어진다. 과학의 상상력이 이윤을 남기기 위한 산업생산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처음 만들어진 로봇은 그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노동력을 절감시킬 수 있는 일종의 '산업용 로봇(생활로봇)'이었다. 로봇 생산을 끊임없이 개량하면서 이제는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능력을 가지고 감정을 느끼는 신경을 가진 로봇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만들려는 과학자의 욕구와 로봇들 자체의 '내부 진화' 과정이 맞물리면서 일종의 '안드로이드'가 된다. 이러한 로봇들은 결국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인간이 되려는 욕망은 결국 인간처럼 살육하고, 이기고, 정복하려는 욕구로 이어진다. 인간에게 배운 방법으로 인간을 멸종시킨 로봇들 중에서 실제로 생식기능을 갖게된 한 쌍의 안드로이드는 이제 인류의 후예가 된다. 현대 과학자들이 예측한다는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 '로보 사피엔스'의 단계인 셈이다. <로봇>은 20세기 공상과학(SF) 문학에서 나타나는 로봇의 진화과정과 다양한 주제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과학이 발전하고 있는 양상을 예언하듯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과 인간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은유로 읽힐 수도 있다. 차뻭 자신이 언급했듯,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한 것이다. 2) 연극 <로봇> {로봇}은 체코 쁘라하에서 1921년 1월 26일 초연됐다. 공상과학적 이야기를 처음으로 무대에 끌어들여 대담하게 전개한 이 드라마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상 공간을 상정한 미래주의적인 무대 장치와 그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로봇 연기를 할 때 드러난 동작과 의상, 말투는 대단히 새로운 실험이었던 것이다. 1910∼1920년대 유럽 각지의 아방가르드 연극 예술가들은 극장과 무대장치, 무대 의상, 연기방식을 기계화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 기계의 움직임과 조형성을 살려 입체기하학적인 선으로 미를 추구하려했던 것이다. {로봇}은 이러한 미래파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독일의 바우하우스, 구성주의자들의 실험적 맥락 속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계적 장치를 이용한 무대연출의 역사를 열고 조형적인 신체 움직임을 강조하는 로봇 연기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20세기초의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22년 10월 9일 <로봇>은 런던과 뉴욕에 동시 상륙한다. 뉴욕 개릭 극장에서 보여준 씨어터 길드(Theatre Guild)의 공연은 그 해 시즌동안 184회나 연속 공연될 만큼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