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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빈센트 반 고흐 - 정신적 절망으로 인한 자살 슈테판 츠바이크 - 세상혐오로 인한 자살 어니스트 헤밍웨이 - 삶에 대한 염증으로 인한 자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 후세를 바라보며 택한 자살 아돌프 히틀러 - 책임에 대한 회피로서의 자살 에르빈 롬멜 - 명령에 따른 자살 루돌프 황태자 - 연출된 죽음으로서의 자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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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계획을 변경하였다. 그의 머리는 말하자면 언제나 새로운 정신적 전기를 생산하고 쉼 없이 작동하는 발전기였다. 그는 '일종의' 오스트리아적인 소설과 발자크와 몽태뉴에 관한 작품을 쓰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러 가지 서류와 페트로폴리스에서 구할 수 없는 기록자료들이 부족했다. 그의 서재는 영국에 있었고, 뉴욕에 있는 일반 서점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마치 뿌리가 없는 나무처럼 느껴졌고,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꺼져가는 빛처럼 느껴졌다. 그는 세상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를 천천히 메워가고 있었고, 그의 마음 속에서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외면적으로 그의 행동은 차분했고,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이 세상과의 이별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에게 남은 일은 오직 조용히 그리고 품위 있게 물러서는 일이오" (1942년 1월 20일에 프리데리케에게 쓴 편지), 그가 나에게 남은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은 일이라고 말했는가? 그랬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혼자서 죽기를 원하지 않았거나 혹은 혼자서 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동반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로테는 그와 함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결정에서도 무조건 그의 뜻을 따랐다. --- p.7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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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들은 현실을 거역할 수도 없고, 또 거기에 복종할 수도 없다. 병이 드는 것은 그것 때문이므로 병은 낫지도 않으며 확실한 치료법은 있지도 않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삶보다 위대하고 오래 계속된다고 느껴버린 불운한 천재는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과연 인간은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자살에 이르게 하는가. 자살을 둘러싼 견해는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자살자들의 그 은밀하고 복잡한 세계를 밝혀내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전통적으로 죽음을 다스리는 것은 종교의 영역이었고, 기성의 종교는 자살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비윤리적 행위로 금지했다. 다른 한편 근대이후 자살의 문제를 인간의 주체적 자율성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의식들이 생겨났다.
이 책은 근대이후 시대의 격랑 속에서 죽음을 선택했던 7인의 작가, 예술가, 정치인들의 삶과 자살에 이르는 도정을 역사 · 전기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자기결단을 요구하는 수많은 난관에 직면하여 혼란과 불안, 욕망 그리고 때로는 죽음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는 인간의 실존은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의 죽음에 의미의 덧칠을 하여 자살을 미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들이 왜 자살했는가 하는 문제를 자의식의 예술적 승화로 미화한다던가 아니면 병적 상태에서의 광증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또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자살의 문제를 사회 병리적 현상이나 윤리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냉정하고도 객관적 시각으로 역사·전기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세기의 자살자들을 통해 또 하나의 정신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편에 서왔다. 그리고 세기의 자살자들은 그 시대의 패배자로 혹은 이단아로 인식되어진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말처럼 역사가 영원히 승자들의 것은 아니다. "죽음이 언제나 인간을 이기고 승리하며, 승자도 최후에는 빈손으로 나간다." 이 책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기의 자살자들의 정신세계는 시대를 넘어서 다시 부활한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삶과 죽음을 재평가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한다. 저자는 그들이 속한 사회와 시대 의식은 그들에게 어떻게 내면화되었으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살의 주요한 동기를 추적한다. 그리하여 세기의 자살자들이 겪은 삶의 비극과 시대의 우울이 일체화되어 이루어진 자살자들의 죽음은 승자의 기록인 역사를 그 이면의 정신사를 통해 다시 한번 성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고흐, 츠바이크, 헤밍웨이, 클라이스트, 히틀러, 롬멜, 루돌프 황태자 등. 이 책에서 고찰하고 있는 세기의 자살자들은 그들의 면면만큼이나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자살을 선택한 그들 모두 삶에 대한 부정의 논리도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들이 죽음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무언의 항의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살이 단지 사회병리 현상이나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금단의 땅이라는 관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 행위이며, 그들이 삶을 통해 이룬 것만큼 그들의 죽음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진지한 성찰과 함께 실존적 의미를 박탈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