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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역자 후기 존 스타인벡의 작품 세계 |
John E. Steinbeck, John Ernst Steinbeck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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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은 태양빛을 받아 서서히 따뜻해졌고 벽의 갈라진 틈들 사이로 가느다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가느다란 빛줄기 중 하나가 코요티토가 누워 있는 요람과 요람을 매달고 있는 밧줄을 비추었다.
그때 어떤 작은 움직임 때문에 그들은 요람을 바라봤다. 순간 키노와 주애너는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지붕의 대들보에 요람을 매달고 있는 밧줄을 타고 전갈 한 마리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선 악마의 노래, 적의 노래, 가족의 원수들이 부르는 노래, 야만스럽고 은밀하며 위험으로 가득한 가락이 들려왔다. --- p.15 키노는 머리 위에 떠 있는 카누에서 주애너가 기도의 마술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코요티토의 부어오른 어깨를 치료하기 위해 행운이 필요한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행운을 강제로라도 빼앗기 위해, 신의 손에서 억지로라도 행운을 낚아채기 위해 근육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필요성이 절박했으며 그 소원이 간절했기 때문에 오늘 아침 비밀스럽고 소박한 ‘진주를 기원하는 노래’의 가락은 더욱 강하게 울려 퍼졌다. --- p.35 키노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진주를 발견했던 것이다. 진주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이 뒤섞이자 기묘한 검은 찌꺼기가 침전되었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키노의 진주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키노의 진주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며 사색 그리고 음모와 계획, 미래와 소원, 필요와 탐욕, 갈망이 되었으며 그것을 방해하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키노였다. --- p.43 두 사람은 마치 두 개의 검은 탑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였다. 키노는 팔에 소총을 걸치고 있었고 주애너는 숄을 자루처럼 어깨 너머로 둘러메고 있었다. 그 안에는 조그맣고 흔들거리는 무거운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숄은 말라붙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그 꾸러미는 그녀의 걸음걸이를 따라 조금씩 흔들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와 긴장감으로 인해 잔뜩 굳어 있었고 주름 잡힌 가죽처럼 변해 있었다. 그녀의 크게 뜬 두 눈은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고 천국처럼 멀리 떨어져 있었다. ---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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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박한 순간, 가장 간절한 순간 손에 들어온, 치명적인 유혹
“조그만 양초에서 가느다란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진주의 아름다움에 키노는 넋을 잃고 말았다. 진주는 너무 아름답고 또 너무나 부드러웠으며 진주 스스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약속과 기쁨의 노래이며 미래의 안락함과 안정을 보장하는 노래였다.” 평화로운 멕시코의 어느 마을. 그곳에는 서로를 아끼며 평온하게 살고 있는 가족이 있다. 주인공 키노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가난하지만 소박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진주잡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요람에 누워 있던 어린 아들이 전갈의 독침에 쏘인다. 그순간 키노의 가족을 지배하던 평화는 깨지고 그들은 불행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백인 의사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아기는 곧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롭다. 키노는 아이의 회복이 아닌, 아이를 치료할 의사를 부를 수 있도록 진주를 찾게 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진주를 찾기 위해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든 키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값진 진주를 찾게 된다. 진주를 손에 넣자 아이의 아픔도 사라진다. 아이를 구해달라는 간절하지만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자, 키노는 이제 진주를 찾기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그를 멸시하고 외면하던 의사와, 성직자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의 진주에 현혹되어 모든 탐욕스러운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소박한 꿈을 위한 진주는 이제 모든 사람들의 탐욕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키노는 자신의 모든 것이 된 진주로 인해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진주를 둘러싼 음모와 살인, 탐욕스러운 추적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진주와 키노 그리고 그의 가족은 이제 어떤 운명을 맞게 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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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의 베일을 벗기다
“사실 진주는 부드러운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스러운 모래알로부터 벗어나려는 조개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산물일 뿐이다.” 존 스타인벡은 1939년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자본과 노동의 갈등을 주제로 다루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적 사회정책을 제시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이후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인간과 자연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의 문제 의식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 『진주』이다. 멕시코 민화를 바탕으로 쓴 『진주』는 그의 어느 작품보다 사실적이다. 키노와 주애너, 마을 사람들, 의사, 성직자 등 모든 등장인물은 지금 우리의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오래 전 멕시코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바로 나에게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인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다가온 최고의 행운,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과 스타인벡의 뛰어난 심리 묘사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진주를 둘러싼 욕망과 고통과 희망과 절망이 이 작품을 읽는 묘미를 더한다. |